[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직방이 삼성SDS의 홈 IoT(사물인터넷) 사업 부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가 유력해졌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직방이 해외 스마트홈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직방 전체 매출이 단숨에 몇천억원대 단위로 늘어나며, 그간 정체된 실적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추가 투자 유치는 물론 향후 국내 주식시장 상장까지 필요한 기틀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SDS는 홈 IoT 사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직방을 선정하고 매각 추진 절차에 돌입했다. 직방은 영업양수도 방식 인수를 위해 삼성SDS 홈IoT 사업 실사에 착수했다. 매각대금은 실사 후 협상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직방은 삼성SDS의 홈 IoT 사업을 인수해 프롭테크(Prop Tech·부동산과 기술을 결합한 용어) 기업으로서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직방 관계자는 "주거생활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직방의 소프트웨어 역량과 삼성SDS의 하드웨어 기술이 결합하면 해외 스마트홈 산업을 혁신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인수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 '똑똑한 집' 직방이 만든다…기존 하드웨어에 첨단 소프트웨어 적용
직방은 집이라는 단순 주거공간의 디지털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직방은 '우리집' 서비스를 통해 집에서 편리하게 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직방 앱의 우리집을 통해 매달 편리하게 자동 납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관리비 역시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든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입주민을 위한 전용 서비스(▲아파트 정보민원센터 ▲시설이용 ▲방문차량 ▲CCTV ▲주민투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동대표 선출 관련일정, 입주자대표회의 일정, 관리규약 개정(안) 등의 단지에 대한 모든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기존 직방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삼성SDS의 하드웨어(도어록, 월패드 등)에 적용해 시너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번 인수전 참여는 단어 그대로의 스마트홈, 디지털이라는 옷은 입힌 똑똑한 집을 구현하기 위한 만남이다.
직방이 스마트홈 사업 범위를 넓힌 것뿐만 아니라 제조업에 진출했다는 것도 의미 있다. 삼성SDS가 보유한 도어락, 월패드 등에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하는 동시에 스마트홈 관련 제품군을 확보하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도어락과 월패드 등은 국내에선 기술력과 제품군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대중화됐지만,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까지 스마트홈 분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나라들이 많다.
코트라(KOTRA)의 '베트남의 디지털 도어락 시장 동향'에 따르면 건설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베트남 중위소득 가구 증가로 베트남 디지털 도어락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 2019년 기준 베트남 도어락 시장에서 디지털 도어락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3%에 불과했다. 그러나 독일 통계 사이트 스타티스타(Statista)는 디지털 도어락 시장을 포함해 베트남 홈시큐리티 시장이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연평균 30.07%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지난해 코트라가 발간한 '페루의 디지털 도어락 시장 현황'에 따르면 페루에서는 불안정한 치안을 보완해줄 수 있는 잠금장치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며, 특히 최근 바이어들 사이에서는 최신 기술을 접목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도어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페루는 디지털 도어락 제품을 자체 생산하지 않고 전량 수입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페루의 잠금장치 수입시장에서 디지털 도어락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 내외로 적은 편이나 수입 규모는 지난 2017년 13만8천469달러(1억6천361만원)에서 2019년 22만7천459달러(2억6천876만원)로 약 1.6배 증가할 정도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페루에서 디지털 도어락은 일반적으로 새로 지어지는 회사, 호텔, 병원 건물 등에서 수요가 높은 편인데,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건설 경기의 호황으로 인한 신규 건축물들의 증가로 디지털 도어락의 수입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페루로 디지털 도어락을 수출하고 있는 주요 국가는 한국, 중국, 미국 등이며 지난 2017년~2019년 3년간 총 수출규모 기준 1위는 한국이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스마트홈 시장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하드웨어 자체적으로만 봐도 도어락이나 월패드 잠재 수요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과 페루 등을 비롯해 일본에서도 열쇠를 사용하는 주거 비중이 높은데 저가 제품부터 고가 제품까지 소비자층이 폭넓어 시장 공략이 비교적 쉽다"며 "하드웨이 자체만으로도도 수요가 많고, 여기에 관련 소프트웨어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면 스마트홈 시장 고지 선점에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직방 관계자는 "자사 소프트웨어 역량과 삼성SDS의 하드웨어 기술, 역량이 결합하면 국내는 물론 해외 스마트 홈 산업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해 인수에 참여했다"며 "진행 중인 실사조사를 마치고, 안정적 고용 이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손정의 비전펀드 받고, 주식 상장까지…날개 달고, 비상할까
최근 삼성SDS 홈 IoT 부문 인수 추진 이외에도 직방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다수의 프롭테크 업체를 인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직방은 지난 7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 15곳 중 1곳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프롭테크 업계에선 직방의 삼성SDS 홈 IoT 부문 인수 추진이 해외 스마트홈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것뿐만 아니라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반영되는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향후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를 유치하고, 국내 주식상장을 염두에 둔 사전작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직방은 알토스, 골드만삭스 등 거물급 투자처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기준 누적 투자유치액은 2천280억원으로, 올해도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아직 프롭테크와 각종 벤처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큰 손'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투자는 유치하지 못한 상태다. 손정의 비전펀드는 국내 기업인 야놀자, 뤼이드, 쿠팡, 아이유노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직방이 이번 M&A를 통해 기업 가치를 한층 더 올리면서 손정의 회장 비전펀드의 러브콜을 받고, 인수합병 이력을 바탕으로 몸집을 더 불린 후 주식 상장 코스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손정의 비전펀드는 투자 규모가 크다. 야놀자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2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한, 질로우, 레드핀과 미국 대표 프롭테크로 손꼽히는 오픈도어 역시 지난 2018년 4억 달러(4천5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받았다.
지난 2017년과 2019년 각각 1천억달러(118조원) 규모로 출범한 벤처캐피탈(VC)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1,2호)는 약 186개의 글로벌 회사에 투자한 바 있는데 직방과 같은 스타트업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프롭테크업계 관계자는 "비전펀드는 일단 규모가 천문학적"이라며 "규모도 크지만, 손정의 비전펀드를 유치했다는 것은 '흥행 보증수표'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정의 비전펀드를 받은 경우 다른 투자금을 추가로 끌어오기도 굉장히 쉽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광고비가 유일한 수익원이었던 직방이 부동산 플랫폼이 가진 수익성의 한계를 뛰어넘고 비전펀드를 비롯한 추가 투자 유치와 IPO(기업공개) 추진 발판을 마련했다고 내다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직방뿐만 아니라 프롭테크와 같은 벤처는 투자를 받은 만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직방의 중개시장 진출과 홈 IoT 부문 인수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방은 그간 투자받은 것에 비해 실적이 정체됐는데, 스타트업은 사업이 무르익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초창기에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포션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매출 수치가 회사의 성장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직방 매출은 2015년 120억9천만원에서 2016년 275억5천만원, 2017년 345억6천만원, 2018년 414억5천만원, 2019년 415억1천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같은해 영업손실 41억6천만원을 기록하면서 4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458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을 기록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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