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계속되는 '제로(0)'금리에 갈 곳을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려들었다. 코스피 지수가 3천300선을 찍고 하락하는 사이 기업공개(IPO) 시장엔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돈이 매일 밀물처럼 밀려왔다.
일부 대형 공모주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서 형성된 후 상한가)을 기록하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겐 '공모주 대어=대박'이라는 환상마저 심어줬다.
이런 환상을 가진 이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지인 중 한 명이 최근 있었던 크래프톤 공모 청약에 참여했다. 주당 공모가(49만8천원)가 높았던 탓에 청약 증거금(30주, 747만원)은 비상금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지인은 3주 정도 배정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3곳의 증권사에 중복 청약을 했는데, 낮은 경쟁률 덕분에 총 14주를 배정받았다.
다수의 투자자들처럼 지인도 '따상'의 부푼 꿈을 안고 크래프톤 상장일을 기다렸다고 한다. '따상'은 아니더라도 공모가의 2배로만 거래를 시작해도 며칠 사이에 700만원 가량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인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크래프톤의 상장 첫 날 주가는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다. 크래프톤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하며 40만원 초반까지 떨어졌고, 공모주 불패를 믿었던 지인은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
대형 공모주의 상장이 이어지면서 IPO 흥행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입을 모은다. 상장 당일 여러 외부 변수들이 주가에 작용할 수는 있지만, 순수하게 기업 가치만으로 주가가 160%나 급등하는 것은 공모가가 잘못 책정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공모주 장기투자에 대한 조언에도 눈길이 쏠린다. 단기 차익 기대감이 낮아진 만큼 차라리 저렴하게 매수한 종목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 수익을 노려보라는 조언이다. 다만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 직후 신규 상장 종목의 주가 흐름은 투자 심리가 비교적 크게 작용하면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지만, 결국에는 기업의 펀더멘털에 따라 주가 흐름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공모주 투자의 매력은 기업과 주관사가 산정한 적정 주가에 '할인'을 적용한다는 데 있다. 이 할인은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거래되기 전인 상장 예정 종목을 저렴하게 공모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일종의 장치다. 통상 할인율은 20~30% 가량인데, 기업의 가치가 적정하게 산정됐다는 가정 하에 공모 투자자들은 시장 예상 가격 대비 할인율 만큼 저렴하게 종목을 선점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공모를 진행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우 일반 공모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81조원을 청약 증거금으로 끌어모으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지만, 상장 첫 날 '따하(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서 형성된 후 하한가)'에 가까운 주가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이후에도 한동안 부진한 주가를 이어갔다.
그러다 상장 후 약 4개월만에 22만원(지난 23일 종가 기준)까지 주가가 올랐다. 공모가(10만5천원) 대비 수익률은 110%에 달한다. 상장 첫 날 종가(15만4천500원) 기준 기대 수익률(47%)을 2배 이상 웃돈다.
상장 후 약 1달이 지난 크래프톤의 주가(23일 기준 50만원)는 여전히 공모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장 직후 저점(40만6천원)에 비해서는 23%가량 올랐지만, 공모가와 비교하면 소폭(0.4%) 웃도는 수준이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에게 SKIET 수익률을 알려줬더니, 본인은 이러나 저러나 무조건 '장투'(장기투자)란다. 자신의 투자가 자발적 장투인지, 비자발적 장투인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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