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주요 그룹 총수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국내에 머물며 경영구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영 환경이 악화된 데다 한·일 관계 경색, 미·중 글로벌 무역 갈등 등 국·내외 정치, 경제적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각 총수들은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는 한편, 연말 인사와 내년 사업 전략의 큰 틀을 잡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대외 일정 대신 자택과 회사 등에서 하반기 경영 전반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명절 연휴 때마다 해외 현장경영에 적극 나섰지만, 올 추석에는 국내에 머무르며 미래 사업 구상에 나설 예정이다. 당초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신규 공장 투자를 확정짓고 추석 연휴를 이용해 현장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가석방 상황인 데다 삼성물산 부당 합병·프로포폴 등과 관련한 재판도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자택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재작년 추석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의 삼성물산 건설 현장을, 구속 수감되기 전인 지난해 1월 설 명절엔 브라질 마나우스와 캄파나스에 있는 현장을 찾아 사업을 점검했다. 또 지난해 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인 10월에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비롯해 스위스와 베트남 등을 잇달아 방문하기도 했다.
다만 오는 23일 미국 백악관이 반도체 관련 대책회의를 또 다시 진행할 예정인 만큼, 이 부회장 대신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이나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등이 추석 연휴에 미국에 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재계에선 이들이 미국 사업 현장을 찾아 현안을 살펴보는 대신 이 부회장은 국내서 이를 보고 받고 향후 사업 계획을 구상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이번에 미국 파운드리 공장 부지를 선정해 발표할 지를 두고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투자 일환으로 미국 파운드리 제 2공장을 계획 중으로,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 테일러시가 현재는 후보지로 유력한 상황이다. 삼성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부회장이 풀려난 상황인 만큼 이번 반도체 관련 대책회의에서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 계열사들의 경영상황을 점검하고 24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 등을 내놓는 등 경영 복귀에 힘을 쏟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명절을 휴가 등으로 보낸 적이 없다"며 "이번 추석 연휴 때도 기존 사업 현황을 챙기는 한편, 매출 비중이 큰 반도체 사업에 대한 전략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이미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삼성 역시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모바일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도 경영진단을 진행 중인 만큼 이에 대한 사업 및 인력 재편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할 듯 하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미래 경영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AI, 자율주행, 차량공유, 모빌리티, 전동화 등에서 투자 및 협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에 이번 추석에는 그룹의 전동화 전환을 점검하고 자율주행 로보택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그룹의 핵심 사업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오는 2028년에 도심 안에서만 운영할 전동화 UAM을 시장에 출시한 뒤 2030년에는 인접 도시 간 이동할 수 있는 형태로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또 정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는 만큼 공급망을 점검하고 해외 주요 권역별 판매 현황, 수소 인프라 구축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7월 전용기를 타고 미국 출장에 나섰던 최태원 SK 회장 역시 이번 추석에는 국내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 구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은 지난해 추석 연휴에 그룹 전 직원에 이메일을 보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하며 "미래 세대와 공감하며 건강한 기업 지배구조를 고민하자"는 메시지를 보내 주목 받은 바 있다. 이에 재계에선 최 회장이 이번 추석에도 이메일 등으로 임직원들과 경영 철학을 공유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일각에선 최 회장이 다음달 열리는 SK CEO 세미나를 앞두고 이번 추석 연휴 동안 경영 화두 등을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그룹은 매년 열리는 CEO 세미나에서 주요 계열사 CEO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그 해 경영 성과를 점검하고 이듬해 경영 전략을 논의해 왔다. 지난해 CEO 세미나에선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올해 이천포럼에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SK의 딥 체인지 실천'을 주제로 제시한 만큼, 하반기 CEO 세미나에서 이를 구체화한 새로운 경영 방식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수소펀드 조성도 제안하는 등 수소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의지도 강한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전략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자택에 머물며 전자·배터리·화학·전장 등 주요 사업 부문 현안을 챙기는 한편, 내년 경영 구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 회장이 도전·혁신 정신을 강조하며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신사업 육성에 공을 들고 있는 만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준비를 위한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해 사장단 워크숍에서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더 이상 선택받기 어렵다"며 "집요함을 바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후 최근까지 그룹 전반의 사업체질 개선 방안 마련에 집중해 왔다.
지난달까지 일본에 머물렀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국내에 머물며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사업 구상에 나서는 한편, 사업 현안 챙기기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신 회장은 최근 롯데쇼핑을 통해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와 가구·인테리어 업계 1위인 한샘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최근에는 바이오 사업 확대를 위해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산하에 헬스케어팀과 바이오팀을 꾸린 만큼, 재계에선 신 회장이 엔지켐생명과학 등 관련 기업의 M&A에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수소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그룹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신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자택과 사무실을 오가며 내년도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자택에 머물며 미래 경영 구상에 집중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재계 총수들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 추석에도 해외 현장 경영보다는 연말 인사와 내년 사업 전략의 큰 틀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석 연휴가 끝난 후에는 지난해 말 송년 모임 이후 올 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중단됐던 4대 그룹 총수들의 비공식 회동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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