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돋보기] 방송시장 선순환 ‘콘텐츠 제값받기’ 부상…선계약 후공급·사용료 정상화


활발한 논의의 장 지속돼…업계 이견차 좁히고 합의점 마련 분주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방송시장 선순환을 위해서 콘텐츠 제값받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방송시장 선순환을 위해서 콘텐츠 제값받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그간 관행으로 여겼던 ‘선공급 후계약’ 행태를 ‘선계약 후공급’으로 전환하고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율 조정을 통해 콘텐츠 사용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저가화된 유료방송 시장의 정상화가 기반이 돼야 하며, 사업자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K-콘텐츠’ 생태계 마련을 위한 대승적 판단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혜숙)은 지난 15일 ‘유료방송업계 상생협의체’를 개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공동으로 운영 중인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 논의에 앞서 사업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이날은 일부 이해관계의 차이가 있어 추가적 논의를 이어가고자 했으나 사업자들의 이견차를 확인하고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PP 평가기준과 절차에 있어서는 큰틀에서 합의를 이뤘으며, 채널 정기개편에 있어서도 의미있는 의견이 따랐다.

정부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유료방송 시장과 관련된 심도 깊은 논의가 계속됐다. 지난 2일 한국언론학회와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7일에는 한국방송학회가,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세미나가 연이어 열리면서 대안 모색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유료방송시장 콘텐츠 거래 합리화 방안' 정책 세미나 [사진=홍익표의원 유튜브]

◆ 콘텐츠 제값받기 전제조건으로 ‘선계약후공급’ 재강조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업계에는 방송사들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채널을 먼저 공급하고 채널 공급에 따른 대가를 그 해 하반기께 협상해서 정하는 기형적인 거래관행이 존재해 왔다고 토로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물건값을 모른 채 납품하는 선공급후계약 관행으로 인해 방송사들은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사용료 산정에서도 플랫폼사 대비 열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밖에 없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회도 선공급후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정희용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4월 해당 내용을 담은 법안을 각각 내놨다. 현재는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2소위)에 계류된 상태다.

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상생을 위한 제도 개선 방법으로 ‘선계약후공급’ 정착을 주장하고 있다.

김용희 오픈루트연구소 전문위원(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시청각미디어 시대의 소유‧겸영 규제, 쟁점과 대안은 무엇인가?'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방통위 유튜브 캡쳐]

앞서 ‘유료방송시장 콘텐츠 거래 합리화 방안' 세미나에 나선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상생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선계약후공급’의 정착을 꼽았다.

방통위가 지난 2018년 2월 발표한 ‘유료방송시장 채널계약 절차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프로그램 공급계약은 계약 만료일 이전에 마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는 연 매출 50억원 미만 중소PP에 대해 채널계약 만료일 전에 차년도 계약을 완료하도록 재허가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위원 또한 ‘선계약후공급’이라는 원칙을 정립함으로써 콘텐츠 경쟁력 제고와 플랫폼사업자 및 PP사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기술했다.

아울러 또 다른 세미나에 참석한 이수연 법무법인 이신 파트너 변호사는 "사업자 간 자율 거래가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를 통해 계약 후 콘텐츠 공급이 가능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선계약후공급 거래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타 세미나장에서는 전범수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선공급후계약은 글로벌 OTT 사업자 거래와 역차별, 프로그램 투자비 규모 예측 불가능, 현시점에서 타당하지 않은 거래 관행, 콘텐츠 품질 약화 가능성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원칙 적용 자체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중소PP 보호와 다양성 제고 등에 따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플랫폼과 PP간 콘텐츠 사용료 이슈와 과제’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주정민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선계약 후공급 시 협상력이 높은 대형 PP는 선계약이 가능하나 중소PP는 콘텐츠 경쟁력 열위에 놓이면 론칭도 못할 수도 있다”라며, “이렇게 되면 PP 시장이 정리될 수도 있는데, 이에 따라 시청권에 제약이 일어날 수도 있기에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경식 과기정통부 차관 주재로 유료방송 현안 간담회가 열렸다.

◆ 지상파 vs 유료방송 위성 vs PP…프로그램 사용료 배분율 갈등 격화

프로그램사용료 배분율 또한 올해 방송가를 달구고 있다. 내년부터 적용될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의 재송신료도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며, 유료방송사와 PP간 프로그램 사용료 역시 정산돼야 한다.

이 중 프로그램 사용료는 유료방송사가 방송채널 이용대가로 고객들에게 벌어들인 금액 중 방송사가 가져가는 몫이다. 적정 배분율에 대해 해마다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현행 프로그램사용료 배분율로는 콘텐츠 투자를 통한 지속가능한 한류가 불가능하다고 CJ ENM이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흐르고 있다.

이달 열린 세미나 역시도 프로그램 사용료 적정 배분율을 놓고 ▲콘텐츠 수익배분 비율 조정 ▲전체 유료방송 시장 확대를 위한 방법 ▲중소 PP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등 업계 상생과 발전 방향에 대한 여러 제언들이 쏟아졌다.

이에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불합리한 콘텐츠 가치 책정으로 인한 콘텐츠 사업자들의 투자 회수율 저하 문제는 콘텐츠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유료방송 콘텐츠 수익배분 비율을 약 10~20% 상향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주요국가의 방송 수신료 매출 대비 실시간 채널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비율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사용료 지급 비율은 33%인데 비해 미국 62.2%, 영국 83.6%, 뉴질랜드 58.78%, 인도네시아 50.20%로 조사됐다.

이같은 근거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상생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저가 요금 구조의 고착화로 인해 정당한 콘텐츠 대가 지급 여력이 미흡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일 한국방송학회(학회장 하주용)가 이날 오후 2시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글로벌 OTT 시대 합리적인 국내 미디어 산업 거래체계 정립방안 모색'세미나

전범수 교수는 "낮은 프로그램 이용료는 콘텐츠 투자 위축과, 품질 및 다양성 하락, 이용자 불만족 등으로 이어진다"며 "콘텐츠 이용료가 합리적이지 않으면 콘텐츠 경쟁력이 상실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와 함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현재 콘텐츠 사업자가 플랫폼 사업자에게 의존, 종속하는 구조인데 협상력 강화와 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ARPU 인상 기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상호의존 거래 관계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가 콘텐츠에 대해 합리적인 대가를 지불해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취지다. 유료방송 플랫폼의 ARPU를 늘리면 프로그램 이용료가 늘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채정화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합리적 방송 채널 거래를 위한 상생 방안 모색에 있어 단기적 방안으로 '프로그램 사용료 분배 기준의 합리성·실효성 제고'를 꼽았다.

거시적인 관점으로는 사용자당평균매출(ARPU) 증가, 요금 및 상품 다양화 등 서비스 혁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이 추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채널 거래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부실 PP 퇴출을 통해 콘텐츠 대가 재분배 기제가 필요하고 ▲콘텐츠 제작 및 투자 여력이 있는 건실한 PP의 진입을 위해서는 PP 등록 조건 현실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달 유료방송업계 상생협의체 실무협의회에서 ‘유료방송시장 채널계약 철차 관련 가이드라인’을 ‘방송사업자 간 콘텐츠 공급 절차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으로 개선해 공개하며 주요 개선사항으로 ‘선계약후공급’ 원칙을 명문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해관계에 따라 보다 면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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