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올해 준공 51년 차 노후 단지 여의도 시범아파트 내 한강변과 인접한 토지가 서울시에 귀속된다. 또한, 내달 초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내 한강변 토지가 서울시에 기부채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채납(land donation)이란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가 기반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사업 시행자로부터 재산을 무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이후 사업 시행자는 이후 용적률이나 건물 층수 혜택 등을 받게 된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기부채납 비율은 한강변 부지를 포함해 25%이며, 기부채납될 부지의 활용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통상 국가나 지방 자치단체로 귀속된 부지는 임대주택을 짓거나, 도로, 공원 등 공공성을 갖춘 인프라가 들어선다.
◆ 올해 '50살'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한시가 급한데…"
지난 1971년 준공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2017년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았으며, 같은 해 6월 1일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1천996가구로 탈바꿈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서울시가 '여의도 마스터플랜(통개발)' 보류를 결정하면서 최근 3년간 사업이 중단됐다. 여러 규제에 막혀 재건축 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진 시범아파트는 여의도에 속해 있어 압구정 목동 등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지정됐다.
국내 아파트 재건축 연한이 30년인 점을 고려하면 준공 40~50년을 지난 단지가 대다수인 여의도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외부에서 노후화에 따른 크고 작은 문제들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의도에 위치한 한 H아파트는 올해 세 차례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했다. 일부 주민들은 싱크홀 발생 원인 규명과 지반 안정성 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근에 있는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벽과 천장에 금이 간 것은 물론 여기저기서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지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 A씨는 "단지 내외부는 금이 가고 콘크리트 조각이 최근에도 떨어져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며 "누수, 누전으로 인한 화재위험도 안고 살아간다. 조속히 재건축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시범아파트의 안전사고 위험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펴낸 '안전사고 백서'에 따르면 4개년간(2017~2020년) 유지보수 처리 건수가 매년 수천 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17년 6천345건, 2018년 6천156건, 2019년 상반기 4천53건, 2020년 11개월 기준 9천379건이다.
외벽 갈라짐으로 인한 빗물 침투, 시멘트 마감 낙하, 외벽·내벽크랙, 천장 내려앉음, 구조물 낙하와 누수 등 유형이 다양하다.
◆10월 초 지구단위계획 수립, "한강변 땅만 쏙?"…거센 주민 반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올해 준공 51년 차를 맞이한 만큼 재건축 상징성이 큰 단지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현장 방문하고 경악했다"며 "강한 충격으로 뇌리에 남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규제 완화 기조와 함께 서울시가 연내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나서면서 여의도 재건축 문이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지구단위계획이 내달 초 예정돼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최근 서울시는 여의도 시범, 광장 등 재건축 단지 관계자들과 만나 서울시가 요구하는 조항을 받아들일 경우 층고 제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한강변에 고층 아파트를 지을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계획은 한강과 가장 가깝게 배치되는 아파트를 15층 이하로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의무는 아니지만, 재건축 사업이 서울시 심의를 거치기 때문에 사실상의 규제로 작용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여의도 시범아파트 내 한강변과 가장 인접한 땅을 받아 갈 것으로 전해지면서 입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시범아파트는 여의도초등학교와 63스퀘어, 여의도 성모병원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며, 원효대교남단쪽 일부 단지들이 여의도 한강공원과 맞닿아 있다.
시범아파트 입주민 B씨는 "기부채납으로 서울시가 한강변 땅만 쏙 떼가게 됐다. 한강변 아파트 15층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한강변 땅을 가져가면 무슨 소용"이라며 "내달 초 당장 지구단위 수립을 앞두고 있는데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목화아파트 주민들 역시 서울시가 제안한 기부채납 안에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목화아파트 내 3천305.78㎡(약 1천 평) 규모의 땅을 기부채납하고 종 상향과 층고제한,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얻는 것보다 단독 재건축 추진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또한, 통합 재건축으로 인해 조망권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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