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38)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은행들의 신용대출 한도 축소 소식에 혹시 몰라 대출을 받아놔야 하는지 걱정이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것은 아니어도 나중에 규제가 강화되면 신용대출을 받고 싶어도 대출 실행이 안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신규 대출을 중단하거나 상품에 따라서 한도를 줄이는 등 대출을 옥죄자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신용대출 등을 미리 받고 보자는 가수요가 나타나고 있고, 일각에서는 기존에 대출 받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까지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출 규제들은 대부분 신규 대출을 기준으로 하기에 기존의 대출자들은 각 은행에서 자체 연장 평가를 통과하면 당장 대출 연장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 잇딴 대출 중단에 대출자 패닉…문의 이어지고 마통 개설 늘어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6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43조1천804억원으로 일주일 만에 2조8천820억원 증가했다. 전주(13~19일) 증가폭 4천679억원의 약 6.2배로 늘어난 수치다.
신용대출 중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8조9천828억원에서 51조6천749억원으로 일주일새 2조6천921억원이나 늘어 역시 전주보다 7.8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대출 규제 강화에 일단 마이너스통장을 받아놓고 보자는 가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현재 영업점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자칫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경우 미리 상담을 받았던 고객들이나 새로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아졌다"라며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도 "지난주 대출 축소 조치 직후에 유선 문의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대출을 계획했던 고객 등 일부 고객들이 유선상으로 문의를 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은행권에서는 오는 9월 중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까지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 구체적인 시행시기 등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낮아진 한도에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한도가 줄어든다. KB국민은행은 내달 신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천만원으로 축소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27일부터 벌써 이같은 조치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신규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 연 소득의 100%'로 축소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초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천만원으로 낮춘 바 있다.
비단 신용대출만이 아니라 담보대출도 문제다. 일부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거나 아예 신규 대출까지 막아버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9월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우리아파트론'과 '우리부동산론'의 우대금리 최대 한도를 0.3%포인트씩 축소하고 우대금리 항목 중 급여·연체 이체 항목의 우대율을 0.2%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줄이기로 했다. 3분기 전세대출 한도는 일찌감치 소진돼 신규 전세대출도 어려운 상태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오는 11월 말까지 약 3개월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 그럼 기존 대출자는 어떻게 되나요?…은행들 "대출 연장 평가 통과하면 문제없어"
대부분의 대출 규제는 신규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기존 대출자보다는 새롭게 자금을 구하려는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은 아직 구체적인 시행시기가 정해지지 않아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존 대출자들의 경우 대출 만기가 도래했을 때 은행의 자체적인 연장 평가를 통과한다면 대출 연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줄이는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아 검토중"이라며 "기존 전세대출 연장의 경우 전혀 상관이 없고 새로 전세대출 상담받은 고객들도 전세대출 취소분 등이 발생하면 여분의 한도가 생겨 신청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대출 규제는 신규 대출자를 기준으로 하며 이번에 신용대출 한도 축소도 신규 대출자에 한해서 검토중"이라며 "다만 재약정이나 증액을 할 때는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 상품에 따라 대출 연장이 아닌 '재약정'을 하는 경우에는 신규 취급 대출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재약정이란 연장을 거듭하던 대출의 경우 일정기간이 지나 새롭게 대출을 실행할 때처럼 다시 인지세를 내는 등 신규대출에 준하는만큼 정성평가를 받는 경우를 말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신규 대출만 한도를 줄이는 것이지 기존 대출자들의 연장일 경우에는 이번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기존에 신용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연장 평가를 통과하면 연장이 가능하며, 연장 평가시에는 신용도와 소득 변화 등을 살펴본다"라고 말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도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연장에 문제가 없고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