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환 기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원안대로 강행될 경우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등 소송전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실명확인 계좌 발급 등에 불이익이 있을까봐 당국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사업 허가를 못받으면 폐업 수순을 밟기에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될 것이란 관측이다.
◆행정 행위 잘못되면 가처분 소송 제기…"쉽게 문 닫을 거래소 없다"
25일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가상자산 거래소 프로비트 본사에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업계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가졌다.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입법부가 못하면 사법부 소송으로 이어지듯, 행정부의 잘못된 설계가 있다면 결국 행정 행위의 대상이 되는 거래소가 사법부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면서 "시행령을 중지하는 가처분 신청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가처분 신청은 긴급을 요하는 사건에 대해 빠른 시간안에 법원의 결정을 구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신청을 하는 날부터 2주후에 첫 심문이 열리고, 심문이 끝나는 날부터 2주후에 결정이 내려진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자 등록 요건 중 하나인 은행 실명계좌 발급에 대해 지금까지 불투명성이 크다고 지적해왔다. 은행의 고객(거래소) 위험평가 항목이 제대로 나와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행령을 밀어붙였고, 시간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특금법 시행령이 제정된 것은 지난해 5월로 약 1년4개월 전이지만 은행연합회의 실명계좌 발급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올해 7월이다. 시행령이 올해 9월24일 시작됨을 감안하면 사실상 실명계좌 발급 대응할 시간이 약 2개월에 불과한 셈이다.
윤창현 위원장은 "이미 20여곳의 거래소들은 수십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 정보보호인증체계(ISMS) 인증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사업을 진행하며 투자된 자금이 많은 상태이기에 '문 닫아라' 하면 그냥 쉽게 닫을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거래소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으며, 가처분 신청과 같은 다양한 전략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처분신청을 진행하려면 빠른 시일 내에 본안소송을 함께 내야 하는데, 이미 만들어진 법안을 중단시키려면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
헌법소원심판을 활용한 가처분 신청 가능성도 낮다. 실제 사례는 지난 2018년 사법시험 5년내 5번 제한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 5개 뿐이다. 특히 가처분 이후 이어지는 헌법소원은 일반소송보다 시간이 오래걸려 사태 해결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미 시행된 법령을 무효로 하려면 본원소송을 헌법소원으로 진행해야 한다"면서 "헌법소원은 일반소송보다 소송기간이 길기 때문에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 개정으로 유예 기간 늘려야…"실효성 다시 논의 필요"
가상자산특위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 개정안만이라도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예 기간을 우선 늘리고 그 안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약 500곳 정도 있는데, 이들 전체의 의견을 모으고 논리적으로 대응해 나갈 준비가 안돼 있다"면서 "우선 시간을 번 다음, 특금법에 실효성이 없는 부분을 가려내고 논의를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현장 간담회에는 국회 정무위원장으로 내정된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 위원장, 성일종, 조명희, 유경준, 이영, 강민국,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서는 오갑수 한국블록체인협회장,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 허백영 빗썸 대표,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 이철이 포블게이트 대표, 김성아 한빗코 대표, 박시덕 후오비코리아 대표, 한승환 지닥 대표, 이준행 고팍스 대표, 김석진 플라이빗 대표, 김병준 에이프로빗 대표, 전현풍 코인앤코인 대표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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