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비슷하지만 다르다."
최근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선 국내 대표 조선사,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1조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나서는 현대중공업에 대해선 우호적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반해, 1조2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 삼성중공업을 향해선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 삼성중공업 무상감자 이어 1.2조원 유상증자…주요주주 참여 '미지수'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1조2천375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앞선 5대 1 무상감자에 이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의 일환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액면가 5천원을 1천원으로 감액하는 방식의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무상감자는 적자가 누적된 결손금을 주주들이 기존에 납입한 자본금으로 털어내는 것으로 장부상 기업의 손실을 주주들이 책임지는 형태의 재무구조 개선 방식이다. 납입자본금이 줄어드는 만큼 결손금도 줄어들기 때문에 자산총액에는 변동이 없지만, 자본잠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삼성중공업은 무상감자로 자본금이 3월 말 기준 3조1천506억원에서 6천301억원으로 5분의 1로 줄었다. 대신 감액분 2조5천200억원을 자본잉여금으로 편입하며 자본잠식이 해소됐다.
삼성중공업은 그에 더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부채비율 감소에도 나섰다.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부채총액은 8조7천36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69.9%다. 이는 지난 2015년 305.6% 이후 최고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조달 자금 중 5천억원을 지난해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드릴십 담보대출로 받은 7천억원의 차입금 중 일부를 조기 상환하기로 했다. 나머지 7천375억원은 선박건조 자재 구매 등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1조1천409억원)과 2018년(1조4천88억원)에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6년간 적자가 지속되며 증자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흑자 전환이라는 근본적인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도 단기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아는 시장의 반응도 냉랭하기만 하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본질적인 수익성 회복이 전제되지 못하면 유상증자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며 "대주주 참여를 통한 성공적인 증자 완료 여부, 중기적으로 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의 지속 여부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지난 몇 년간 유상증자를 반복했지만, 여전히 재무 안정성이 열위에 있는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중장기적인 흑자 전환 모멘텀이 없다면 이런 상황은 지속될 수 있고 내년까지도 삼성중공업의 흑자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가 지분율 15.9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외에 삼성생명(3.06%), 삼성전기(2.16%)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모두 21.87%에 달한다. 지난 16일 기준 국민연금공단도 6.1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보통주 1주당 0.33주가 배정되는 이번 유상증자에 이들 주요주주가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분 0.79%를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에도 전체 발행물량(2억5천만주)의 20%인 5만주가 우선 배정됐지만 얼마나 참여할지는 10월 28~29일 진행되는 실제 청약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주주배정과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청약 이후에도 남은 물량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표주관회사가 인수할 예정이다.
◆ 현대중공업, IPO 통해 1조원 조달 계획…가격 메리트·친환경 신사업 주목
반면 다음 달 코스피시장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 중인 현대중공업은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며 하반기 IPO 기대주로 떠올랐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2~3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으로, 그 결과에 따라 최종 공모가가 결정된다. 현대중공업은 희망 공모가로 5만2천~6만원을 써냈다. 공모가가 상단인 6만원을 기준으로 공모 자금은 1조800억원, 시가총액은 5조3천263억원 수준이다.
증권가에서 그동안 현대중공업의 상장 후 기업 가치를 6조~7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던 만큼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기업가치를 책정했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의 자본총계가 현대미포조선(2조4천13억원)의 2배가 넘는 5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세도 이어지며 올해 상반기에만 85억5천100만달러의 수주에 성공하며 올해 목표치인 88억8천800만달러의 99.6%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이 기업가치 산정에 적용한 비교 기업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1.12배를 적용한 현대중공업의 평가 시가총액은 6조5천775억원이다. 주당 평가액은 7만4천94원으로, 여기에 19.0~29.8%의 할인율을 적용해 최종 희망 공모가를 정했다.
할인율은 기업이 실적, 시장 전망, 경쟁사와의 비교 등을 통해 계산한 적정 시가총액에서 일부를 깎는 것을 말한다. 통상 할인율이 높을수록 공모가가 기업 가치 대비 낮게 책정됐다고 평가받아 공모 흥행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대중공업은 할인율을 적용한 공모가 기준 PBR은 0.79~0.9배 수준으로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평가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공모가 밴드는 경쟁사가 형성하고 있는 PBR 0.8~1.2배 수준의 밸류에이션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그린쉽 개발, 선박 디지털화, 수소 인프라 구축 등에 쓰기로 하는 등 '친환경' 신사업을 통한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어 가격 메리트와 함께 IPO 참여 유인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조선 분야 패러다임이 친환경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시장도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며 "이번 공모 자금으로 친환경 미래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세계 1등 조선 기업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IPO 추진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