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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15도'까지 낮춘 소주 알콜 도수…갈수록 낮아지는 이유는


롯데칠성 이어 하이트진로도 주력 소주 제품 도수 낮춰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독하고 쓴 주류의 대명사였던 소주가 갈수록 부드럽고 순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에 이어 하이트진로까지 줄줄이 소주의 도수를 낮춘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해당 업체는 기존 고도수 제품도 그대로 두고 저도주 제품을 조정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소주 매출의 상당부분이 저도주 제품에서 나오는 만큼 '꼼수 도수 인하'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2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진로'(진로이즈백)의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춘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주력 상품인 참이슬 후레쉬까지 도수를 조정했다. 롯데칠성도 지난 1월 처음처럼의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0.4도 낮췄다.

증류주 판매대에 소주 제품이 놓여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증류주 판매대에 소주 제품이 놓여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35도 소주 출시부터 15도 소주까지…소주 도수 조정의 역사

1924년 국내 최초 주류회사인 진로가 출시한 소주 진로의 도수는 35도였다. 이는 1965년 30도, 1973년엔 25도까지 낮아졌다. 정부가 당시 식량난을 이유로 양곡을 원료로 한 증류식 소주 생산을 금지해, 알코올을 물에 희석하는 지금의 희석식 소주가 탄생했다.

25도의 벽은 1998년 참이슬이 23도를 출시하며 깨졌다. 2006년 처음처럼이 20도까지 도수를 낮췄다. 이후 경쟁적으로 소주 업계 1, 2위 브랜드인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도수를 낮추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16도가 대세가 됐다. 가장 먼저 16도 순한 소주 시장을 개척한 건 무학의 '좋은데이'였다. 이후 대선주조의 '대선', 금복주의 '맛있는 참' 등 지방에서 16.9도 바람이 불었다.

이 바람은 서울에서 더 강해졌다. 하이트진로가 2019년 출시한 제품 '진로'는 참이슬(17도)보다 낮은 16.9도로 출시됐다. 젊은 층의 호기심을 끄는 뉴트로 콘셉트와 '부드러운 술'의 이미지가 통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이에 맞서 롯데주류도 주력제품인 처음처럼도 17도에서 16.9도로 도수를 내려 제품을 선보였다.

주류업계에서 당분간 소수점 도수 낮추기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방에선 이미 15도대 소주까지 나왔다. 무학 '좋은데이 1929' 알코올 도수는 15.9도다.

하이트진로의 과거 진로 25도 제품과 참이슬 제품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과거 진로 25도 제품과 참이슬 제품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 '저도주 트렌드 반영' vs '원가 절감'…소주 도수 조정의 진실은

소주 도수가 갈수록 낮아지는 것에 대해 업계는 '저도주'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출시라고 설명한다. 과거 음주 문화가 '먹고 죽자'였다면, 현재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잔 가볍게 즐기자'는 문화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에 맞춰 도수가 높고 강한 술에서 부드럽게 한잔 할 수 있는 순한 술로 수요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도수 조정이 사실상 가격 인상이라는 평가도 있다. 도수를 낮춤으로써 기업이 사실상 원가를 크게 절감했기 때문이다.

소주의 원료인 주정(酒精) 대비 물의 양이 점차 늘어날수록 주류업체는 원가를 아낄 수 있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통상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값 0.6원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아끼는 비용이 연간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다면 소주 도수는 어디까지 내려갈까. 일각에서는 16도 선보다 내려가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과거 15도 제품이 실패한 사례가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0년 12월 저도주 트렌드에 맞춰 소주 도수를 15.5도까지 낮춘 '즐겨찾기'를 선보였지만 금세 시장에서 사라졌다.

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업들도 어느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소주라는 술의 특성이 있는데 계속 도수를 내리다 보면 그런 특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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