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유엔 연설에서 '2030년 탄소 배출량 정점,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의 이 같은 목표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두고 미국과의 주도권 경쟁에 나선 양상이다. 그 일환으로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을 제외한 중국과 유럽 중심으로 전기차 핵심부품 배터리 산업 외연확장에 나서는 등 미래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전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에 돌입했다.
◆ 전기차 시장 내 경쟁력 확보에 총력
중국은 지난해 12월 '에너지절감 및 신에너지차 기술로드맵 2.0'을 발표했다. 이 로드맵에 따라 오는 2035년부터 신차 품목에서 순수내연기관차를 퇴출하고 순수전기차 5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50%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더욱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달 30일 시진핑 주석 주재 회의에서 "전기차 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 내 경쟁력 확보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실제로 중국 배터리사들은 중국 정부 지원과 더불어 전기차 시장 확대로 밀려드는 배터리 주문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전문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1~6월)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의 CATL이 1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에 밀려 점유율 2위에 이름을 올렸던 CATL이 올해 상반기 점유율을 29.9%까지 확대하며 1위를 되찾았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BYD가 4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중국 배터리사 2곳의 총점유율이 국내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합산 점유율보다 앞섰다.
한 가지 위안점이 있다면 이와 같은 중국 배터리사들의 점유율 확대는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배터리 기업들을 노골적으로 지원한데 따른 결과물이란 점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는 중국 배터리사들이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동안 3대 전기차 시장 중 한 곳인 유럽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유럽은 국내 배터리 3사가 선제적 투자로, 주도해오던 시장이다.
실제로 CATL은 올 연말부터 독일 에르푸르트에 짓고 있는 유럽 첫 배터리 공장 가동에 돌입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BMW와 폭스바겐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CATL은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다임러그룹과 지난해 첨단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합의했고, 폭스바겐으로부터 올 6월 1급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CATL은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화로 약 10조5천억 규모의 유상증자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3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 미국 진출 막힌 중국, 유럽시장 공략
중국 배터리사들이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 배경 중 하나는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의 길이 꽉막혀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50%를 차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재 중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80%도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친환경 자동차 전환 계획을 성공하기 위해선 불확실성이 높은 중국 배터리사들이 생산한 배터리 외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해야 하며, 전기차에 자국 내 생산 배터리를 탑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친환경차 전환 계획에 동참을 약속한 미국 완성차 빅 3인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는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중국 배터리를 채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 배터리사들이 미국 내 사업을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
이로 인해 미국 내 기반을 잘 닦아논 국내 배터리 3사에겐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배터리 합작사(JV)를 각각 설립했으며 배터리 공장 추가 증설도 계획 중이다. 미국 진출을 공식화한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 설립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3대 전기차 시장 중 한 곳인 미국 시장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그 수혜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상당 부분 얻을 것이라고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진출 길이 막힌 중국 배터리사들이 유럽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 패권을 쥐기 위한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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