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자회사 삼성헤지자산운용의 흡수합병을 결국 철회했다. 지난해 4월 합병을 결정한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로 금융 당국이 전수조사를 통해 사모펀드 리스크 관리에 나서며 부담이 가중되고, 시장도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삼성헤지자산운용 합병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 금감원 사모펀드 전수 조사에 합병 무기한 연기→최종 철회 결정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어 삼성헤지자산운용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삼성헤지자산운용과 체결한 합병계약서가 당사자 간 합의로 13일 해제됨에 따라 합병계획을 철회한다"며 "합병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합병계약서의 모든 법적 효력이 상실되며 합병과 관련된 제반 절차는 효력이 소멸된다"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1월 헤지펀드 전략에 특화된 전문 사모 운용사를 표방하며 삼성헤지자산운용을 설립했다. 2011년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이후 '절대수익형펀드'를 앞세워 상품을 출시해 온 삼성자산운용은 삼성헤지자산운용 설립을 통해 ▲매크로 ▲퀀트 ▲롱숏 ▲펀드 오브 헤지펀드 등의 전략으로 국내 헤지펀드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사모펀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시장이 재편될 움직임이 보이자 지난해 4월 삼성자산운용은 삼성헤지자산운용을 다시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자산운용 내부에 헤지펀드 운용 본부가 존재하는 만큼 당시 수탁고가 감소하던 삼성헤지자산운용을 존속 법인으로 유지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의 수탁고는 모회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나눠 운용토록 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합병 계획 발표 이후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잇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전수 조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지난해 7월 한 차례 합병 계획을 연기한 것이다. 이미 금융당국에 합병 보고를 마친 상태였지만, 계획대로 합병하면 금감원의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치러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계획을 무기한 연기하던 삼성자산운용 측은 "최근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감독당국의 전수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계획을 미루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며 "삼성자산운용과 삼성헤지자산운용은 당분간 별도 법인으로 유지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부터 국내 1만여 개 사모펀드와 사모 전문운용사 230여 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워낙 규모가 방대해 금감원은 전수 조사가 2023년께나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삼성헤지자산운용에 대한 전수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사모펀드 시장 위축…합병 시너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흡수합병에 따른 시너지 등 실익이 없다는 판단도 합병 철회에 이른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은 지난해에만 허윤호→홍의석→안제천 대표로 두 차례나 수장을 바꾸는 등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강수를 뒀지만,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는 등 경영 회복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헤지자산은 올해 1분기 3억5천659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15억6천359만원 영업손실에 이어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펀드의 수탁고 감소로 수수료 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삼성헤지자산의 전체 펀드 설정액은 지난 2019년 말 6천349억원에서 지난 1분기말 기준 3천226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펀드 수도 같은 기간 49개에서 22개로 쪼그라든 상태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하는 판매사도 같은 기간 총 19곳에서 14곳으로 줄었다. 그나마 전체 판매사 중 그룹계열사인 삼성증권의 비중이 51%를 차지해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1분기 24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동기(188억원) 대비 32.4% 늘었고,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1분기 영업이익 23억5천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억7천만원)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삼성헤지자산운용과 대조적이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은 환매가 중단된 홍콩 젠투(Gen2)파트너스운용 사태로 투자자로부터 지난 4월 '삼성A클럽일드플러스 젠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3호'와 관련해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삼성헤지자산운용 흡수합병을 결정했던 당시 사모펀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며 "그러나 이후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돼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에 합병 철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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