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특허권으로 셋톱박스 업체에 갑질한 돌비에 철퇴를 가했다.
공정위는 셋톱박스 제조사인 가온미디어에게 정당한 사유없이 제품생산에 필수적인 표준필수특허의 기술사용 승인절차를 중단, 자사에 유리한 감사결과에 합의하도록 종용한 돌비 래버러토리즈 인크 등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억7천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돌비는 디지털 오디오 코딩 기술 표준인 AC-3 등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한 표준필수특허권자다. 아울러 미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서도 돌비의 디지털오디오 코덱 기술은 표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돌비는 자신의 기술이 구현되는 칩셋 제조사와 해당 칩셋을 탑재한(셋톱박스, 디지털 TV 등) 최종제품 제조사 모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다만 돌비는 최종제품 제조사에게만 특허 실시료(로열티)를 부과하고 있고, 이들이 제대로 실시료를 지급하는지를 정기적으로 감사하고 있다.
셋톱박스 제조사는 셋톱박스 내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온칩(SoC)을 칩셋 제조사로부터 구매하는데 돌비는 셋톱박스 제조사에게 돌비 라이선스를 받은 칩셋 제조사의 제품만 구매하도록 요구한다.
특히 셋톱박스용 SoC 시장 1위 사업자인 브로드컴이 생산하는 신규 칩셋의 경우 돌비가 'BP3 플랫폼'을 통해 특허기술 사용을 승인해야만 해당 칩셋에서 돌비 기술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돌비는 2017년 9월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인 가온미디어에 대한 실시료 감사를 착수했고 이후 미지급 실시료 산정과 관련해 가온미디어와 큰 견해 차이를 보였다.
돌비는 자사가 원하는 합의를 종용하기 위해 2018년 6월경부터 가온미디어의 BP3를 통한 표준필수특허 기술사용 승인을 거절했고, 이로 인해 가온미디어는 신규 셋톱박스 개발·생산에 차질을 입었다. 돌비는 가온미디어가 감사 결과에 합의한 2018년 9월 하순부터 승인 절차를 정상화했다.
돌비는 가온미디어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이미 보장받은 특허기술 사용 권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제약했다. 돌비의 행위는 국제 표준화기구인 ATSC(북미) 및 ETSI(유럽)에 자사가 약속한 프랜드(FRAND) 확약에도 명백히 위반된다. 프랜드는 필수 기술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표준 기술의 경우 미리 사용하고 제품을 개발한 특허를 소유한 업체와 이후 협상에 따라 사용료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표준필수특허권자는 관련 기술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기 때문에 특허권 남용 방지 차원에서 프랜드 확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 돌비는 이를 위반하고 실시권자의 권리를 제약한 것이다.
또 돌비는 자신에게 유리한 감사결과를 종용하기 위해 요식행위에 불과한 BP3 신청 승인이라는 수단을 부당하게 활용했다.
돌비는 BP3 승인 여부가 가온미디어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가온미디어가 기술사용 승인 중단 상황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잘 인식한 상황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4호에 근거해 돌비에 시정명령(향후금지명령, 국내 소재 실시권자에 대한 수명사실 통지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억7천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글로벌 통신 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인 퀄컴에 대한 조치 이후 표준필수특허권자가 거래상대방에게 특허권을 남용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데에서도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특허권자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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