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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가석방] '반쪽짜리 자유'에 경영 활동 먹구름…'사면' 요구 여전


취업제한 변수에 글로벌 행보 위축 우려…文, 정치적 부담에 한 발 물러선 듯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된 지 207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지만 '샌드위치' 신세에 놓인 반도체,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에 닥친 위기를 당장 극복하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풀려난 탓에 5년 취업 제한 등에 걸려 경영 현장에 사실상 복귀할 수 없어서다.

10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로 선정돼 오는 13일 오전 10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날 예정이다.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가석방은 형을 면제받지 않은 채 재범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조건 하에 구금상태에서만 풀려나는 것으로, 특경가법상 5년간 취업 제한을 받으며 해외 출국 또한 자유롭지 않다. 이에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려면 별도로 법무부 특정경제사법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후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통보를 받았다. 가석방되더라도 향후 5년 동안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이에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환영하면서도 정부가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법무부 장관의 취업제한 예외 승인 등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에 대해 과감한 결정을 내려 고유 권한으로 형 집행 자체를 면제해주는 '사면'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변이에 따른 재확산 및 장기화 조짐에 따라 더 이상 낙관할 수 없는 경제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가석방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가석방으로는 취업제한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 현장 복귀가 어려울 수 있어 필요 시 법무장관의 취업제한 예외 승인, 더 나아가 조속한 사면을 통해 글로벌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으로 '총수 부재'의 위기 속에서 벗어나게 돼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내심 이 부회장의 사면을 더 바라는 눈치다. 파트너사들이 대부분 글로벌 업체인 만큼 이 부회장이 사면돼야 이들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어서다.

재계 역시 법무부의 이번 결정으로 이 부회장의 탄탄한 글로벌 인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한국이 안보 이슈와 직결되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대응하기 쉽지 않아졌다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이 부회장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제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타격을 적게 받았던 데는 기업인들의 역할이 컸다"며 "이 부회장이 충분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는 점과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국익 차원에서도 가석방 보단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에 더 힘을 실어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故) 이건희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것처럼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제 회복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도약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문 대통령이 기업들의 도움만 받을 것이 아니라 이번엔 이 부회장의 사면을 통해 기업에 힘을 실어줄 차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문 대통령은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 평소 강조했던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의 사면은 제외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한편,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외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경영권 불법 승계,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와 관련된 재판이 진행 중이란 점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의 핵심 요소인 장비 확보 경쟁뿐 아니라 글로벌 인재 확보에 주력하기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해외 활동이 자유로워야 한다"며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석방과 별도로 사면 논의가 계속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다시 촉구했다. [사진=경총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다시 촉구했다. [사진=경총 ]

이에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사면을 위해 다시 한 번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은 광복절을 앞두고 오는 1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거듭 요청키로 했다. 5단체장은 지난 4월 정부와 간담회에서도 사면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손경식 경총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외국 고위급 의사결정권자들을 만나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며 "국가 경제라는 큰 틀에서 사면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법무부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돕기 위해 취업제한 등의 규제를 풀어주는 식으로 '사면론'을 잠재울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이번 가석방 결정으로 향후 두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이 '사면'을 주장하는 경제계와 '가석방 반대'를 외치는 시민단체 및 진보적 야당 정치권 등을 동시에 달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며 "문 대통령의 주변 환경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낮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적 여론 방향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사면 논의는 다시 불 붙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이번에 가석방 근거로 내세운 것이 경영 복귀와 경제 살리기였다"며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법원에서도 향후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해 이 부회장을 다시 수감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 부회장은 일단 가석방돼 자유의 몸이 되면 당분간 자택에 머물며 각종 사업 현안 파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또 가족들과 고(故) 이건희 회장의 경기도 수원 선영에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첫 공식 경영 복귀 후보지로는 평택 반도체 사업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현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3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석방됐을 때는 45일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 그동안 유보돼있던 투자 진행과 인력 확보 등 삼성에게 닥쳐있는 현안들이 산적해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반도체 장비 및 글로벌 인재 확보,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 여러 현안에서 이 부회장이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취업제한 때문에 거리낌없는 경영 활동을 하기엔 아직 부담스런 측면이 많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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