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최근 백신 예약시스템 먹통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강력한 대응책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네이버, LG CNS, 베스핀글로벌 등 관련 주요기업들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서버증설과 오류복구 등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오는 9일 시작되는 만 18~49세 예약 때에는 인원을 분산시킨 10부제를 도입하는 등 시스템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전국민적 관심이 쏠린 백신 예약 상황에서 이같은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자 정부 IT체계의 문제점도 덩달아 부각됐다. 우리나라가 전세계적으로 IT강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우리 정부는 구시대적 IT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런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EBS 온라인 개학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으며, 당시 민간기업이 투입돼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여기서 두 가지 궁금점이 생긴다. 처음부터 주요 기업이 시스템을 설계했으면 됐을텐데 왜 문제가 일어난 후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을 만들었는지. 지난해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왜 똑같은 상황이 재연되었는지 등이다. 이에 대해 혹자는 대기업 참여제한으로 중소기업이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정이 촉박한 사업을 인력과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이 맡았으면, 오류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절차가 중요한 의사결정 체계와 IT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보통 정부가 외부 기업에 IT시스템 구축을 맡기려면, 경쟁입찰 공고를 내고 발주할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공정성을 이유로 경쟁 입찰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시간이 낭비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시스템 개선을 위해 3주안에 서버 확충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경쟁입찰 과정을 거쳤고, 1곳만 사업에 참여해 최종 유찰되면서 서버 증설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애초에 백신 시스템을 구축할 당시, 적정 기간이 11개월인데 4개월 안에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에 시스템 오류가 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시스템 설계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접속자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SQL(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원하는 데이터를 찾아내는 시스템 언어)이 비효율적으로 구성돼 있었고, 이로 인해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온라인 클래스 때에는 관련 데이터를 빠르게 찾아주는 인덱스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문제는 IT기술 노하우를 가진 민간기업이 투입돼 신속하게 개선할 수 있었다.
또 서버 증설이 용이한 클라우드를 도입했더라도 그것이 능사가 아니다. 신기술인 만큼 클라우드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가 설계에 참여해야 한다. 실제 EBS 온라인 클래스 시스템에도 클라우드를 일부 도입했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서버 먹통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기존 서버를 클라우드로 전환한다고 클라우드의 이점을 누릴 수는 없다. 서버가 자동으로 확장될 수 있는 오토스케일링 기능을 구현하려면, 시스템이 처음부터 클라우드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부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전예약시스템 개선을 위해 정부 관련 부처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유기적인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는 2025년까지 정부 기관의 정보시스템 1만여개를 모두 공공·민간 클라우드로 전환·통합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예약 시스템 오류 등과 같은 긴급상황에도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진영 기자(sun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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