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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교문의 디지털농업 이야기] 우리 농업 현실에 맞는 스마트팜을 구축하자


2018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농장의 평균 경지면적은 170ha로 국내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인 1.56ha의 100배가 넘는다. 농업경영의 90%가 가족 또는 개인경영형태를 가지며 농가당 GDP는 8만불에 이른다. 이렇듯 농지가 넓고 기업농의 형태라 GPS, 드론,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밀농업이 주목받는다. 이러한 비즈니스는 Farmers Business Network, Arable, Climate Corporation 등 미국 회사들이 주도하며 인간이 농업에 관여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네덜란드와 같은 농지가 적은 선진국은 유리온실 기반의 시설원예가 발달했다. 유리온실의 구축비용이 많이 들지만 프리바, 홀티맥스와 같은 복합환경솔루션이 초기구축비용과 높은 운영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 생산성을 만들어 준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농장에서 한국 쌀 품종을 경비행기를 이용하여 파종하고 있다. 미국의 작물 재배면적은 1억 8,000만 ha에 이르며, 농업인구는 총인구의 2%를 차지한다. [사진=저자 제공]

하지만 국내농업 현실은 농지도 적고, 농가의 연간 수익도 작아 미국과 같은 정밀농업도, 네덜란드와 같은 유리온실 기반 스마트팜 적용도 한계가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경작지 2ha 미만의 중소농은 전체농가의 87%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매출액 3천만원 미만의 농가가 86%에 이른다. 그런데도 정부의 스마트팜 정책은 스마트팜 혁신밸리와 같은 대규모 투자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6년부터 농금원 모태펀드에서 조성한 스마트팜 펀드는 농식품 ICT 기술업체, 농림축산업 밸류체인 관련 사업체에 투자해야 하는 본래 목적과 달리 대형 온실 기반의 생산업체나 이미 창업투자사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 위주의 안전한 투자 위주로 집행되어 본래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

일부 수백억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농업 기반 스타트업은 국내 농업 현실에 맞지 않은 해외 사례를 소농이 대부분이고, 농지가 매우 적은 국내 농가에 적용하고 있다. 1,000개 안되는 소농의 데이터 수집으로 전체 농가의 생산성을 대표할 수는 없다. 농가 데이터 수집이 쉽지 않으니 정부는 이러한 빈약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업체에 과도한 지원을 하는 것도 현실이다. 전국 농촌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각 지역의 특정 농산물 생산 농가는 1,000 농가가 넘는다. 전국에 1,000개 넘는 농가가 있는 농촌 지역이 수백개에 이른다. 특정 지역의 농가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모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최선의 방식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 데이터농업을 표방하는 최근의 급변하는 변화상황에 적합하면서 국내농업의 특성을 반영한 스마트팜 정책에 대한 고민이 간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농업 생산, 가공, 유통, 소비의 밸류체인에서 데이터 관점의 비즈니스모델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산지유통센터를 중심으로 스마트팜의 데이터가 모아진다면 농산물 판매 뿐 아니라 스마트팜 데이터와 산지유통센터 데이터를 활용하여 농가의 생산지도 영역 까지를 포괄하는 데이터 농업으로 확대가 가능하다. [사진=저자 제공]

정부는 산지유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가를 조직화 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농업의 가치사슬은 농업생산과 유통, 소비가 연결되어, 농업생산이 독립적으로 기능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다. 우리나라 농업인 거의 대부분이 농업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농산물유통공사의 유통실태에 의하면, 토마토, 오이, 방울토마토 같은 대표적 시설원예 농산물은 대부분 농협과 산지유통센터를 포함한 농업법인을 통해 출하한다. 농협의 핵심사업은 신용, 경제, 지도사업으로 이루어지는데, 이중 지도사업은 스마트팜의 생산관리와 긴밀하게 연결된 영역이다.

농가조직화 현황을 보면 1,614개의 기초생산자 조직과 107개의 통합마케팅 조직, 15개의 산지유통혁신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초생산자 조직은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통합마케팅 조직은 생산농산물의 전문판매를, 산지유통 혁신조직은 전문판매와 수급관리기능까지 담당한다. 조직화 사업의 핵심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조직과 시설을 통합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정보기반의 통합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데이터농업을 논함에 있어 농협, 통합마케팅조직, 산지유통혁신조직과의 IT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수년간의 스마트팜에 대한 논의는 생산지능 중심이었다. 이러다 보니, 생산성이 높아지면 수급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는 농민단체의 질문에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이벤트성 직거래, 기약 없는 수출연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국내농업 현실에 맞는 스마트팜 사업은 어떻게 추진이 되어야 할까?

농업협동조합의 회원조합 1,100개를 기준으로 조합당 평균농가수는 약 2,200명이고 이중 농협으로 출하하는 농가를 30%로 계산하면 650명 수준인데, 이를 정부지원 산지유통센터 453개소에 대입해보면 약 30만 농가데이터를 산지유통센터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농가에 스마트팜이 보급 확산될 경우 생성된 빅데이터는 농협 산지유통센터와 같은 지역 농산물 마케팅 조직과 함께 추진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농산물 생산과 수급문제를 고민하는 조직경영체 육성사업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이지팜은 농산물 생산과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예, 식량사업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정보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산지유통센터, 미곡종합처리장, 농산물가공센터 등 56개 거점에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농가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한다. 토마토 농장의 환경데이터와 산지유통센터의 출하등급 데이터를 활용해 농가 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육 과정에 특이사항은 없었는지 관리할 수 있게 하였다.

정부지원 453개의 산지유통센터가 있는데, 운영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지역별 1,000개 농가의 스마트팜 데이터를 모은다면 스마트팜과 산지유통센터가 연결된 빅데이터 생태계가 생길 것이다.(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저자 제공]

전국에 453개의 산지유통센터, 200개의 미곡종합처리장, 224개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유통센터와 로컬푸드 매장이 스마트팜 거점이 되어야 한다. 산지유통센터는 잘 구축되어 있고, 파렛타이져, 비파괴선별기 등 최신의 하드웨어를 설치하였지만, 작업관리는 엑셀 또는 수기로 관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팜을 논함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설원예 농가 상당수가 산지유통센터를 통해 출하하는데 수기 관리하는 산지유통센터가 스마트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까?

데이터농업을 위해서는 산지유통의 핵심주체인 산지유통센터, 농업경영체 정보화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산지유통센터의 농가계약, 입고, 저장, IoT기반의 선별기(IoT), 출하에 블록체인과 글로벌 표준인 GS1 을 적용하여 정보화하고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물동량, 가격예측 등 유통지능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팜에서 생산된 데이터는 산지유통센터, 해당농협 지도과, 지역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원으로 전송되어 농가의 생산을 지도하는데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개별 농가가 스마트팜 데이터를 활용하여 스마트 생산을 할 수 있을까. 농가간 데이터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물어가며 고품질 생산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산지유통센터를 중심으로 생산물의 입고, 선별, 보관, 출하 및 정산을 우선 정보화하고, 개별 농가의 생산 데이터를 산지유통센터에서 수집하여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단계의 데이터 통합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 농업 현실에 맞는 스마트팜이다.

안성마춤 거점 산지유통센터에서 한국농산업조사연구소 김현준 이사가 산지유통센터 운영실무자, 농협관리자를 대상으로 수출과수조직 영농지도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일부 산지유통센터의 변화를 정부는 주목해야 한다. [사진=저자 제공]

최근 농식품부 주도로 스마트산지유통센터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개념을 도입하여 스마트팜과 센싱, 데이터, 통합제어를 위한 MIS, ERP, SCM이 탑재된 스마트산지유통센터가 상호 소통하는 스마트 산지유통 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이다. 산지유통 정보화를 주도해온 IT기업의 입장에서 지루한 가뭄 끝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농업현장에 데이터농업으로 불리는 생산지능과 유통지능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농가, 농업행정, 농협“ 지역농업의 세 주체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우리 지역농업의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스마트팜과 농업법인, 스마트산지유통센터가 함께 어우러지는 농업 IT 거버넌스,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통해 진정 우리 현실에 맞는 스마트팜 추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진교문 대표는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을 거쳐, 인터넷보안 벤처기업인 싸이버텍홀딩스 창업멤버로서 그리고 본인이 창업한 국내 최초 온라인교육 벤처기업 아이빌소프트 코스닥 상장으로 두 번의 IPO를 경험했다. 능률교육, 타임교육홀딩스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리고 모바일 및 교육업체의 창업 및 초기투자자로 참여했고, 현재는 IT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는 이지팜 대표이사로서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블록체인을 농업에 접목하는 새로운 도전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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