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직격탄를 맞았다.
퀄컴과 미디어텍은 '화웨이 제재' 반사효과를 누리며 세계 AP 시장 60% 이상을 점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은 올 1분기 시장 점유율 2.7%로 5위에 그쳤다. 지난해 18%에 달했던 점유율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한 자릿수로 급락한 셈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미국의 장비나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를 자사 스마트폰이나 통신 장비에 탑재하지 못한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넣었던 자체 AP '기린'을 만들기 어렵게 된 것이다.
화웨이는 그동안 자체 AP 설계를 하이실리콘에 맡기고, 하이실리콘은 설계한 AP 생산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맡겼는데, TSMC가 하이실리콘의 발주를 받지 않으면서 AP조달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반도체 자립에 나섰다. 화웨이는 지난해 연말 우한 연구개발센터 내에 21만㎡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완공했다. 이 시설은 칩 설계부터 제조, 조립, 검사에 이르기까지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반도체 업체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화웨이는 산하에 있는 허블테크놀로지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지난 3개월간 반도체 장비 회사 3곳의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 속에 정상적인 반도체 설계, 생산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SA는 "지난해 9월15일 이후 TSMC가 하이실리콘용 칩 생산을 중단하면서 하이실리콘도 재고가 부족해졌을 것"이라며 "하이실리콘의 AP 출하량은 지난해에 비해 88%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이실리콘이 잃은 파이는 퀄컴과 미디어텍이 가져갔다. 퀄퀌은 1분기 AP시장에서 39.9%, 미디어텍은 25.9%를 차지했다. 미디어텍에 이어 애플(19.5%), 삼성전자(10.3%) 순이었다.
같은기간 스마트폰 AP 시장은 5G 스마트폰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한 68억 달러(약 7조5천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SA는 "퀄컴과 미디어텍은 1분기에 출하량이 두 자릿수 증가했다"며 "미 정부의 하이실리콘 퇴출 움직임속에 경쟁 AP업체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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