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국산화율을 우리나라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주 분야에서 국산화율은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우리나라의 국산화율 계산은 총 들어간 부품에서 국산 제품이 몇 개인가를 통해 정한다. 비합리적이다. 값이 싸고 언제든 구할 수 있는 제품을 국산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비싸고 확보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부품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즉 국산화율에 주목할 게 아니라 값어치 나가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박성동 쎄트렉아이 이사회 의장은 3일 아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박 의장은 “앞으로 인공위성 분야는 전 세계적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얼마나 값어치 나가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냐가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쎄트렉아이는 지난해 매출 892억, 당기순이익 119억원을 기록했다. 카이스트(KAIST) 인공위성연구소 인력들이 2000년 독립해 만든 회사이다. 얼마 전 한화그룹이 쎄트렉아이에 지분 투자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은 약 15%이다. 내년에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약 30%의 지분을 확보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화그룹이 쎄트렉아이에 투자했다.
“한화로서는 그룹 안 우주와 국방 관련 회사뿐 아니라 중소기업, 스타트업, 대학 등과 연계해 관련 생태계를 만드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쎄트렉아이로서도 매우 좋은 기회를 만난 것 같다. 한화가 카이스트와 함께 우주연구센터도 설립했다. 우주 분야에 대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쎄트렉아이의 사업 분야가 궁금하다.
“주요 사업 분야는 탑재체, 위성 본체, 지상체, 운용, 기술이전, 후방산업인 위성영상판매와 분석서비스까지 총망라된다. 위성을 만들어 공급하고 위성에서 얻어지는 정보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쎄트렉아이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외국에서 사업을 수주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업을 많이 한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스페인 등도 주요 고객 국가이다.
우리가 만드는 위성 대부분은 저궤도 지구관측 위성이다. 외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평균 60%를 차지한다. 국내 매출은 40% 정도이다. 이 중에서 30%는 무인기나 인공위성 지상체 개발 등 국방 쪽이고 나머지 10% 정도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의 사업에서 발생한다.”
-UAE 연구원들이 쎄트렉아이에서 교육을 많이 받는다는데.
“2006년부터 UAE와 협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십 명의 UAE 연구원이 쎄트렉아이에서 교육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UAE 연구원들이 쎄트렉아이가 있는 대전 카이스트 근처 맛집을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만큼 친밀하다는 방증이다) 이들이 UAE로 돌아가 최근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 후속위성 프로그램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 UAE와 앞으로도 여러 사업에서 협력할 것이며 이런 성공적 사례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앞으로 위성 개발에서 중요한 게 있다면.
“어떤 위성이든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은 필요성이다. ‘뭐 때문에’ ‘뭘 할 건데’라는 질문이 시작점이다. 이후 ‘독자적 위성이 필요한가’ ‘다른 나라 위성 데이터를 쓰면 안 되나’는 등의 추가 분석이 이어진다. 여기에 현재 가용할 수 있는 기술을 체크하고 모자란 게 뭔지 판단하면 개발 방법론이 나오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국산화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고 본다. 항상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하다. 우리나라 위성 개발 시스템은 기술 독자개발 확보, 인력 양성, 수출, 상용화 등으로 구축돼 있다. 20년 전의 이 패러다임이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국산화율을 판단하는데 인공위성 시스템 부품 중에서 들어가는 부품의 모듈 개수에서 몇 개가 국산인지 카운트하는 방식이다. 이건 의미가 없다. 더 싸게 살 수 있고 언제든 구매할 수 있는 것은 국산화할 필요가 없다. 사기 힘들고 기존엔 없는 제품, 즉 전략 부품 등 고가의 부품을 국산화하는 게 중요하다.
국산화율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얼마냐가 중요하다는 거다. 부가 가치적 측면에서 국산화와 부가 가치적 측면에서 경제성 평가가 기본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분위기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앞으로 인공위성 시장은 어떻게 바뀔 것 같은지.
“지금 우주 인터넷에 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다. 스페이스X와 아마존은 물론 캐나다의 텔레샛, 영국의 원웹 등이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주 인터넷망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위성 간 통신인 ISL(Inter Satellite Links)이 필수 요소다.
위성 간 연결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기본이며 매우 중요하다. 위성을 연결하는 데는 전파와 광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 광을 이용해 통신하는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쎄트렉아이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저궤도에서 광을 이용하면 빠르고 신호의 혼란이 없다. 대기권을 통과하지 않기 때문에 광을 이용한 시스템이 좋다. 위성을 수십 개 쏘아 올리면 ISL은 필수이다.”
-오는 10월 우리나라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발사한다.
“성공하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다만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동안 발사체를 쏘아 올린 다른 나라의 사례,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10월 발사할 때까지 냉철할 필요가 있다. 성공했으면 좋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소망한다.
다만 언론이나 정부, 항우연 등이 지금부터 국민의 지나친 기대감을 부추기는 것보다 냉철한 사례와 외국의 경우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발사행위 자체를 부각할 게 아니라 그동안 과정,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등에 대한 고찰이 먼저여야 한다. 실패하면 모든 게 끝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더 성숙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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