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어렵게 나온 세상 밖, 다시 집으로 돌려보낼 순 없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어려움이 청년 취업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1530명을 대상으로 '상반기 취업 불안감'을 조사한 결과, 78%가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지난해 하반기 조사와 비교하면 12.8% 증가한 수치다.
10명 중 8명의 취업 청년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이 속에 담기지 못한 목소리도 있다. 같은 또래지만 취업문이 상대적으로 좁아 일반적인 학생들의 취업의 어려움을 몇 배 이상으로 체감할 수 밖에 없는 장애 청년들이다.
◆ 턱 없이 부족한 전국 대학 장애 학생지원
충남 천안 나사렛대학교는 전국 대학에서도 장애학생이 가장 많은 대학 중 하나로 손꼽힌다. 현재 300여명의 장애학생이 전 학과에 재학 중으로 이들이 나사렛대를 찾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바로 '차별없는 배움' 이 실현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입학부터 대학생활, 취업까지 전문적으로 학생들을 돕는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시각장애 학생에게는 점자 교재를, 청각 장애 학생들에게는 수화로 된 자료를 제작해 학업 성장을 돕는다. 또 중증 장애학생들에게는 교내 활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생활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나사렛대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운영 된 지는 벌써 20년이 넘었다. 2000년 학습지원센터로 첫 발을 내딛었을 당시에는 장애학생들의 대학생활 적응을 돕는 것부터 시작됐지만 이제는 장애 대학생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을 돕는 영역까지 확장됐다.

윤병천 장애학생지원센터장은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서 보기 힘들게 전 학과에 장애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고 중증 장애학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이런 학생들이 우리 대학을 찾는 이유는 하나다. 배움의 열의가 있다면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학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 수 백개의 대학이 여건상 하지 못하는 일들을 나서서 하는 이유 역시 '어렵게 세상 밖으로 나온 학생들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는 대학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는 장애 학생들에 대한 시설과 지원이 센터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타 대학의 경우는 장애 학생을 돕는 센터는 물론 인력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모든 장애학생들이 취업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장애 학생들의 학업과 취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장애대학생의 학습권 보장 및 원활한 사회 진입지원을 목적으로 지난 2018년부터 전국 7개 권역별 거점대학을 선정해 진로취업거점대학 사업을 시작했다.
윤 센터장은 "장애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활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취업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복지정책이라는 것은 연계성이 있어야 실제 와 닿는 복지가 된다"며 "취업에 대한 중요성을 계속해서 교육부에 요청하고 제안했던 것이 결실을 맺어 2018년도 진로취업 거점대학사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나사렛대는 지난 2018년에 이어 올해도 대전·충청권역거점대학으로 선정 돼 대전·충청 총 47개 대학 장애학생들의 교육과 취업을 돕는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대전·충청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장애 학생들이라면누구나 차별 없이 나사렛대 장애센터를 통해 취업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센터 내 8명의 담당 직원은 지난 20년간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운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취업 선배들의 멘토링은 물론 취업 박람회, 취업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또 당장 내일 취업 면접이 있다 해도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SNS와 온라인 채팅 등 실시간 취업 상담의 문도 열어뒀다.
◆ 대학 진학하면 줄어드는 지원책…"정부, 지속적 관심 절실"
올해 4년째 접어드는 장애학생 진로취업거점대학사업은 장애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진로와 취업을 위한 정책이 부족했던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특히 권역 내 있는 장애 학생들의 취업과 진로를 전문성이 강한 대학이 중심이 돼 이끄는 구조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있다.
하지만 성과만을 지표로 삼는 사업 구조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의 지속성과 지원 정책을 단순히 취업률로만 결정하는 구조 대신 장애학생은 일반학생과 다른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식 잣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고등학교 과정까지는 장애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다양한 지원이 많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지원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라며 " 장애대학생 진로취업거점대학으로 선정 된 대학은 교육부 지원 5천만원을 받는데 권역내 47개교 장애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을 돕는 사업비로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추후 정부가 예산을 책정하는데 일반 대학생들과 같은 잣대가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평가가 이뤄진다면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도 중요
장애인의무고용제가 도입되면서 장애인 취업의 문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일반학생들과 달리 할 수 있는 직종이 많지 않을 뿐더러 중도 퇴사를 하고 난 후 갈 곳을 찾지 못하는 학생도 많기 때문이다.
나사렛대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취업지원 및 교육을 맡고있는 조한나씨는 "일반 졸업생들도 취업을 하고 난 뒤 자신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퇴사를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장애학생들이 취업 후 퇴사를 한다고 하면 '어렵게 얻은 일자리면 더 참고 다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라며 "또 직장 내 보이지 않는 차별 등으로 퇴사를 고민하고 이후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결국 장애 학생들이 학업을 마치고 취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선행되야 할 것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고, 그렇기 때문에 적은 사업비를 쪼개서라도 이 곳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데 필요한 대외적 사업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조씨의 설명이다.
조씨는 "배움에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 또 그렇게 배운 학생들이 세상 밖 사회로 첫발을 내 딛을 때도 그 차별을 겪어서는 안된다"며 "당장 장애인과 일반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 구조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천천히 사회의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 것도 우리가 할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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