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롯데가 '반전 카드'를 내밀 준비에 한창이다.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탄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출범 1주년을 맞이하는 롯데온(ON)은 대대적인 행사로 시장 반격에 나선다.
최근의 적극적인 행보에는 '더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밀릴 수 없다'는 롯데의 위기감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온이 준비한 행사명도 그래서 '새로고침'이다. 기대에 못미쳤고, 부진했던 것이 사실임을 인정한 셈이다. 그만큼 롯데는 절박하다. 과연 롯데는 그간의 부진을 씻고 '유통 명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 '2조7천억' 실탄 장전한 롯데쇼핑…이베이로 반전 마련?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22일 관계사인 롯데물산에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지분 전량인 15%를 8천300억원에 팔았다. 호텔롯데도 롯데물산에 지분 전량인 10%를 5천500억원에 매각했다. 롯데물산은 이로써 분산돼 있던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의 지분을 100% 보유하며 단독 소유자가 됐다.
이를 두고 업계는 이번 거래가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통상 관계사 간 지분 거래의 경우 자금 조달이 시급한 쪽에서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재무개선을 위함과 동시에 특히 롯데쇼핑은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먼저 매각 의사를 타진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롯데쇼핑은 신성장동력 확보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4월 선보인 롯데온은 출범 이후 기대에 못미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9.7% 늘어난 161조원에 달한다. 반면 롯데온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6천억원 대로 온라인 몰 통합 이전인 롯데닷컴 때보다 7% 늘어나는데 그쳤다. 시장 점유율은 고작 4% 대다. 롯데온이 경쟁자로 삼고 있는 네이버(17%),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와의 격차는 현저하다.
지난 3월 열린 롯데쇼핑 주총에서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겸 유통BU장(부회장)이 직접 나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선언한 만큼 롯데쇼핑은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이베이 인수전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1월 롯데쇼핑은 5개 점포 및 물류센터 토지 등을 롯데리츠에 양도하며 7천300억원을 확보했다. 5개월 간 확보한 실탄만 1조5천600억원이다. 여기에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9천132억원으로, 롯데쇼핑은 총 2조7천억원 대의 실탄을 마련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자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그만큼 이베이 인수 의지가 높다는 것"이라며 "이베이의 몸값이 5조원 대로 추산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재무적 투자자 또는 다른 계열사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면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무리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롯데온 '새로고침'
롯데의 이 같은 행보에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통의 패러다임은 온라인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 사이 쿠팡은 미 증시 상장에 성공했고, 네이버는 빠르게 이커머스 지배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전통 라이벌 신세계는 네이버와 동맹을 맺고, SSG닷컴을 키워나가는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롯데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롯데쇼핑 7개 온라인 몰을 통합해 지난해 선보인 롯데온은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출시 첫날부터 서버 접속 장애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수차례 안정화 작업도 거쳤으나 연간 거래액은 7조원대에 머물렀다. 이대로라면 롯데쇼핑이 제시한 '2023년 거래액 20조원 달성'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롯데온도 최근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롯데온 신임 대표로 선임하고, 마케팅과 서비스의 전면 개편에서부터 대대적인 물량 공세 등에 나서며 반등의 승부수를 던졌다. 출범 1주년을 맞이해 진행하는 행사명도 '온 세상 새로고침'이라 정했다. 행사 명칭에서 보이 듯 그간의 부진을 씻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롯데온은 이번 행사를 통해 역대 최대인 2만여 개 셀러가 참여해 4천여만 개 상품을 선보이겠단 계획이다. 할인 규모도 200억원에 달한다. '배송 도착 예정일 안내 서비스' 등도 새로 도입해 이용 편의성도 높였다. 소비자 불만이 많았던 상품 검색 필터 기능도 강화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초반에는 시스템 불안정을 겪었으나 안정화된 상태에서 마케팅을 펼친 결과 지난달 일평균 매출이 출범 초기보다 4배 이상 늘었다"며 "기능 개선과 함께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신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업계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으로 롯데를 바라보고 있다. 롯데온의 실적이 나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역부족이란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롯데온의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으나, 여전히 계열사 간 실질적인 통합을 이루지 못하는 등 부족한 모습"이라며 "롯데의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반전 카드'가 절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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