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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法] 네트워크 속 흉기, 악플러의 키보드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감독이 1995년에 발표한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은 “네트는 광대해”라는 대사를 내뱉으며 새로운 세계로의 첫걸음을 뗀다.

공교롭게도 위 작품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인터넷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었고,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의지와 관계없이 쿠사나기 소령과 마찬가지로 광활한 네트워크에 내던져졌다. 그 이후 20여 년 동안 우리의 삶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우리는 광활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예전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엄청난 양의 정보를 언제든지 취득·활용할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 주도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지위도 얻게 되었다. 이와 같이 정보에 대한 통제권한이 다수에게 분산됨으로써 예전 소수의 계층 내지 집단만이 누리던 특권은 사실상 와해되었다.

이는 마치 희귀한 필사본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한자를 읽고 쓸 줄 아는 것 자체가 특권처럼 여겨지다가 인쇄술이 보편화되고 한글이 창제되면서 그와 같은 특권의 의미가 퇴색된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그 파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러나 네트워크에 떠다니는 정보가 언제나 유익하거나 유용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경우에는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정보도 있었고, 어떤 때는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허위 정보로 판명된 경우도 있었으며, 개중에는 정보라고 분류될 수 없을 만큼 오물(汚物)에 가까운 것들도 다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오물과 다름없는 악성 댓글 때문에 수많은 유명인들이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끊임없이 접해 왔다.

2019년 10월 포털사이트 다음이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 현재 국내 포털 3사(네이버, 카카오, 네이트)는 인격 모독과 혐오 발언,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연예뉴스 및 스포츠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잠정 폐지했다. 그러나 소위 악플러들은 여전히 대상을 가리지 않고 특정사이트나 SNS 등에서 악성 댓글을 끊임없이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을 비롯하여 누군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글을 쓰는 것은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그 내용이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단순히 욕설처럼 경멸적 감정의 표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 특히 비방할 목적을 가지고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일반 형법조항이 아니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적용되어 가중처벌의 대상이 된다.

최근(2021. 3. 25.)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거짓 사실을 적시한 경우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청구인들의 모든 주장을 기각하고 대상조항의 합헌성을 확인했다(헌재 2021. 3. 25. 선고 2015헌바438 등 결정).

담당재판부는 청구인들의 각 주장을 기각하면서 여러 이유를 설시했지만 특히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판단하면서 내세운 아래의 논리는 주목할 만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형벌을 대체하는 위하력과 예방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입법례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위하력과 예방효과를 확보하기 어렵다.

민사상 구제수단의 경우 소송비용 부담이 크고 소송기간도 장기간일 수 있어 비록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그로 인한 손해를 신속히 회복하기는 어려우며, 정보통신망에서의 정보는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반복·재생산되며 확산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을 모두 확인하여 직접 반박하거나 그 삭제를 일일이 요구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언론사에 정정보도·반론보도를 청구하는 것은 언론사가 아닌 일반 개인이 행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대해서는 적합한 구제수단이 될 수 없고, 무엇보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 비방 목적의 거짓사실이 광범위하게 유포된 이후에는 사후적 구제수단만으로 실추된 명예를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거짓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징역 및 자격정지만 놓고 보자면 상해죄의 법정형과 동일하므로 혹자는 지나치게 무거운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명예를 실추당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자신의 인격이 난도질당한 것이 결코 흉기에 찔려 상해를 입은 것보다 가벼운 법익 침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헌법재판소도 지적한 것처럼 정보통신망을 통해 명예가 훼손된 경우 침익상태가 확대, 재생산되어 사실상 영구적으로 존속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상에 악성 댓글을 올려가며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자가 있다면 그 자는 상대방을 칼로 찌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법도 같은 잣대로 그 자를 심판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복성필 변호사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복성필 변호사는?

국민대학교 산학멘토위원으로 현재 법률사무소 삼흥 구성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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