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전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부족이 게임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콘솔 게임사들이 반도체 부족 등으로 기기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에 따라 게이밍 PC 가격도 치솟으며 게임을 즐기려는 게이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사장은 지난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 스위치 생산용 반도체 부족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단 당장 닌텐도 스위치를 만들 반도체는 확보해 놓았지만, 일본을 비롯한 지역에서 계속해서 기기 수요가 높은 데다가 반도체 수급도 빠듯해 일부 소매점에서 품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후루카와 사장은 설명했다.
닌텐도 스위치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도 전세계적인 수요 폭증과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가동 차질 등으로 극심한 수급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올해 역시 반도체 수급 상황에 따라 다시 한 번 지난번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도 반도체 수급 문제로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X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반도체 부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현재까지도 '리셀(물건을 사들여 비싼 값에 되파는 현상)' 등이 성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수급 부족은 올해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는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등 콘솔 게임기의 핵심 부품이다.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이 모두 반도체다. 이 중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X의 CPU와 GPU는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AMD가 공급하며 AMD는 이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맡겨 양산한다. 그러나 TSMC가 최근 전세계 유수의 업체들로부터 파운드리 주문이 몰리는 상황이라 콘솔 기기에 몰리는 수요에 완전히 대응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반도체 수급난은 게이밍 PC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GPU 가격의 폭등세가 뚜렷하다. GPU의 경우 최근 암호화폐 열풍도 큰 영향을 끼쳤다. GPU를 암호화폐 채굴용으로 사용하는 수요가 급등하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더욱 빠듯해진 것이다. 자연히 GPU가 필수로 장착되는 게이밍 PC의 가격도 수십만원 이상 오르게 됐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출시된 GPU인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70는 현재 150~20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출시 당시 60만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2배 이상 폭등한 셈이다. 이 때문에 RTX 30 시리즈를 100만원 이하로 판매하는 이벤트 등이 진행되면 불과 수 초만에 준비한 물량이 '완판'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 기대로 스마트폰·자동차 업체들이 생산량을 끌어올리면서 반도체 주요 고객사이기도 한 이들이 올해 들어 반도체 주문량을 대폭 늘렸다. 늘어난 수요만큼 반도체 공급량을 맞출 수가 없어 여러 용도의 반도체들이 일제히 수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반도체 공정의 특성상 가동률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동안 공급과 수요가 불균형을 이룰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북극발 이상한파, 가뭄 등으로 전세계 반도체 생산기지가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되는 사태도 일어났다.
여기에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은 자칫 반도체 품귀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대만반도체산업협회 행사에서 "반도체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미중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공급 부족을 우려해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러 요인이 겹쳐 나타나게 된 현상이라 콘솔 게임기의 원활한 수급 및 그래픽카드 가격 하락 등을 기다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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