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이화전기그룹이 계열사 지분을 대거 정리한다. 이는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함이다. 다만 계열사 지분이 크게 줄면서 순환출자 형태의 취약한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순환출자 구조…계열사 보유 지분 낮아져 지배구조 취약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화전기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오는 7월 6일까지 3개월 동안 계열사 이아이디의 지분 22.2%(1억7천170만주)를 장내 매각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지분매각 금액은 지난 5일 종가(372원) 기준으로 638억원 규모다.
이화전기는 이아이디의 최대주주로,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이화전기의 이아이디 지분은 현재 27.2%에서 5.0%로 크게 낮아진다. 다만 이화전기 외에 이아이디의 지분을 5%이상 보유한 주주는 없는 상황이어서, 이화전기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된다. 나머지 이아이디의 주식은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아이디도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이아이디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이트론의 지분 16.0%(8천400만주)를 3개월 내에 장내 처분하기로 했다. 지분 매각 후 이아이디의 지분율은 기존 21.0%에서 5.01%가 된다. 지난 5일 이트론의 종가(651원) 기준으로 546억원 어치다. 이아이디 역시 이트론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한다.
이화전기와 이아이디는 계열사 지분 매각과 관련해 각각 "현금 유동성 확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화전기를 비롯해 최근 실적이 크게 악화되자 유동성 확보를 통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화전기는 지난해 연결기준 19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아이디와 이트론도 각각 224억원, 91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화전기(지분율 27.2%)→이아이디(21.0%)→이트론(12.5%)→이화전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 의지하고 있는 이화전기그룹의 지배구조다. 순환출자 구조 특성상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에 대한 경영권 공격이 발생하면 전체 계열사의 지배권이 넘어갈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된다. 최대주주의 낮은 지분율 때문에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이 발생하면 취약한 지배구조다.
게다가 지분을 매각하는 상대방을 정하지 않고 장내 거래를 통해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얼마든지 이화전기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 '이용호 게이트' 배후 김영준 전 회장 실질 지배 폭로에 내홍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영준 전 이화전기그룹 회장의 실질적 지배력 행사를 놓고 벌어지는 그룹 내 갈등도 불안 요소다.
소명섭 전 이화전기 대표는 지난달 25일 본사와 계열사 직원에게 사내 메일을 보내 "김 회장이 거래재개 조건 가운데 하나로 향후 이화전기 및 계열사 등에 대해 일체의 중요 의사결정이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며 "하지만 거래재개 이후 모든 결정에 결재만 안 했을 뿐, 본사에 경영전략실을 두고 막후 자금, 인사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속속들이 개입해 사익을 채우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소 전 대표는 김 회장의 경영 개입 의혹을 제기한 지 4일 만에 해임됐다. 지난달 29일 이화전기는 이사회를 열어 소 전 대표를 해임하고 김성규 사내이사(현 이아이디 대표)를 대표로 신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소 전 대표가 법적 조치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우려도 제기된다.
김 회장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이화전기그룹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지난 2015년 김 회장이 횡령·배임과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후,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형을 확정받으며 이화전기그룹 일선에서 물러났다.
2001년 이화전기를 인수한 김 회장은 2014년 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화전기 계열사의 회삿돈 약 87억원을 홍콩의 개인 회사로 보내 가로채고, 2013년 해외에 있는 자회사의 파산신청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채 105억원 상당의 이화전기 유상증자를 한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2012년에 회삿돈 18억원을 빼돌려 차명으로 자회사 주식을 사들인 뒤 허위 공시로 주가를 부풀려 7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도 범죄사실에 포함됐다.
김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이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원 대 시세차익을 챙긴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의 수사 과정에서 이씨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5년 6개월간 복역하기도 했다.
김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으로 2015년 이화전기는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화전기는 이후 김 회장의 횡령액 18억원을 회수하고, 사건에 연루됐던 임원을 전원 교체했다.
당시 김 회장은 소유와 경영 분리를 통한 내부통제 강화는 물론 이아이디, 이트론 등 계열사들의 중요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서도 일체 지시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이후 이화전기는 개선기간 종료 이후 2016년 6월 상장유지가 결정됐다.
이후 여러차례 최대주주가 바뀐 끝에 2018년 6월 이트론이 3자배장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현재 이화전기의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해 말 기준 21.23%(1억5천250만7천249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이트론은 올해 들어 꾸준히 이화전기의 주식을 장외매도 해 현재 지분율이 12.50%(8천975만3천523주)까지 떨어진 상태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