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투기 논란이 확산되면서 애꿎은 무주택자와 취업준비생 등 사회 취약계층만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3기 신도시 지정철회는 물론 LH의 상반기 채용까지 연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 사태로 인해 신도시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이날 오전 9시30분 기준 6만5천명이 넘게 동의했다. 작성된 지 6일 만이다.
LH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신도시 예정 주민들의 민심도 달라졌다. 이들은 LH전수조사를 통해 관련 의혹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보상 일정 중단을 요구하기로 했다. 토지 수용 절차가 지연될 경우 신도시 공급 일정 전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임채관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의장은 "LH에서 토지강제 수용 당하는 토지주들한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본인들은 정작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결과가 나온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활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공급대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LH발(發) 땅투기 사건이 정치권과 공직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신도시 공급대책을 밀어붙였다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공급대책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결국 올해 하반기 예정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으로 내집마련을 꿈꿨던 무주택자들만 속앓이를 하게 됐다. 무주택자들로 구성된 '집값 정상화 시민행동'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3기 신도시 및 2.4공급대책을 추진하라"며 "투기꾼들 때문에 왜 내 집 공급이 늦어야하느냐"고 거세게 반발했다.
청년들도 피해를 입게 됐다. 앞서 LH는 올해 1월 '2021년 채용 사전안내'를 통해 상반기 300여명 규모 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3월 채용공고를 시작으로 4∼5월 서류·필기전형, 5월 면접전형을 거쳐 6월 임용할 계획이었다.
특히 이번 채용계획은 전년계획(960명) 대비 26% 증가한 규모다. LH는 그 중 83%인 1천10명(5·6급 150명, 업무직 160명, 청년인턴 700명)은 일정을 대폭 앞당겨 상반기에 채용해 코로나19로 침체된 취업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채용일정은 늦춰질 것으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경찰은 경남 진주 LH 본사와 과천의왕사업본부, 광명시흥사업본부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여기에 경찰, 국세청, 금융위원회, 부동산원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의 조사·수사도 계속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는 "요즘 어수선해서 예정대로 채용할까요?", "LH 사태로 채용이 밀릴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 등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취준생은 "LH 직원들을 비롯해 공직자들의 땅투기가 나의 채용일정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LH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7월부터 진행되는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주택공급 일정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일정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결정된 바 없으며, 일단은 정부의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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