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 기금운용, 창의적 리밸런싱이 필요하다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민연금은 당장 국내 주식 매도를 중지하시기를 청원합니다."

동학개미들이 국내 증시에서 연일 매도세를 이어가는 국민연금에 뿔이 났다.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매도 행태는 우리 기업들의 잠재력, 국민 개인의 염원, 그리고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은 지난해 12월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43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88년 국민연금이 시행된 이레 사상 최대 연속 순매도 기록이다. 이 기간 연기금은 코스피시장에서만 12조9천656억원 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하루 평균 3천15억원 규모다. 코스닥 시장까지 포함하면 13조4천917억원을 순매도했다.

[사진=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올 들어 사상 처음으로 3000포인트를 넘어선 코스피는 상승 랠리를 이어가며 장중 최고 3266포인트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지수가 하루 2% 이상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하며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눈에 연일 매도세를 이어가는 국민연금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급락 이후 빠른 증시 회복과 전인미답의 '삼천피' 시대를 연 것은 '동학개미'들의 힘이었다는 건 시장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

뿔난 개미들 달래기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지난 2일 국회 이용호 의원은 "국민연금이 동학개미가 만든 3000 증시에서 주식 순매도로 일관하는 것은 동학개미의 원성을 사는 차원을 넘어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라며 "국민연금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한층 업그레이드 된 한국 경제의 수준에 걸맞는 운용철학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입장에선 최근 국내 주식 매도가 비판을 받는 것이 억울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5개년 중기 자산배분계획에 따라 국내 주식비중을 올해 말까지 16.9%포인트 줄여야 한다. 2023년까지는 15%로 줄이는 것이 장기 목표다.

특히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1400대까지 추락하는 급락장에서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하며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목표대로 비중을 축소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연금은 72조1천억원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냈다. 수익률은 9.7%로, 자산별로는 국내주식이 34.89%로 가장 높았다. 해외주식(10.76%) 대체투자(2.38%) 국내채권(1.74%) 해외채권(-1.61%)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익률이다. 이에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중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21.2%(176조7천억원)으로 높아진 상태다.

국민연금이 중기 자산배분계획에 따라 운용 자산 중 국내 주식비중 초과 물량에 대해 처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금운용을 잘해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은 칭찬 받을 일이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리밸런싱(자산배분) 문제에 있어 단순히 기준에 끼워맞추기 위한 기계적 자산배분보다는 창의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국민연금이 5개년 중기 자산배분 계획을 수립했던 2018년은 코스피지수가 연간 17.28% 하락하는 등 국내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 이후 '동학개미'로 대표되는 국민들의 주식 투자에 대한 인식은 물론 금융에 대한 시각과 자산 관리에 대한 인식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다양한 소스를 통해 투자정보를 습득해 투자하는 '스마트 개미'가 적극적으로 국내외 증시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높아진 국민들의 눈높이 만큼 국민의 노후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전략에도 보다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정해진 기준에 맞추기 위해 주식을 내다파는 식의 자금 운용을 한다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최근 순매도 행진에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정치권도 이에 가세하는 모습일 보이자 국민연금도 리밸런싱 방식의 변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다음에 열리는 기금운용위에서 리밸런싱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제2차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주가가 2000~3000선일 때 래밸런싱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검토하고 다음 기금위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 있어 독립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론에 좌우될 것이 아니라 전문적이고 독립적으로 기금을 운용해 국민의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자산 리밸런싱 문제가 단순히 여론에 떠밀리듯 결정돼선 안된다.

그렇다고 시대와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운용 철학을 고집하는 것은 더 안될 일이다. 수익률과 안정성을 모두 고려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창의적이고 능률적인 리밸런싱 전략을 기대한다.

김종성 기자 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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