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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남발한 20대 국회…"ICT법안 73% 규제"


국회, 체계적 분석 없이 규제 남발…뒤에선 정부가 '청부입법'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지난 20대 국회에 발의된 ICT 법안 중 73%가 규제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중 97%가 의원 발의법으로, 국회가 입법 필요성과 사회적 영향에 한 면밀한 분석 없이 규제만 남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우민 경인교대 입법학센터장은 18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인교대 입법학센터, 규제개혁 당당하게가 공동주최한 '대한민국 ICT 규제 대변혁을 위한 토론회'에서 20대 국회 ICT분야 입법활동 연구를 발표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인교대 입법학센터, 규제개혁 당당하게는 '대한민국 ICT 규제 대변혁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사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네이버TV 영상 캡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인교대 입법학센터, 규제개혁 당당하게는 '대한민국 ICT 규제 대변혁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사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네이버TV 영상 캡처]

이에 따르면 20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발의된 법안은 총 1천44건으로,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 대비 34%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법안 가결률은 19%에서 13%로 감소했다. 특히 20대 때 의원 입법은 37% 증가했으나, 가결률은 18%에서 12%로 감소했다.

또 ICT 관련 법률 815건의 73%가 규제 법안이었으며, 이 중 92%가 의원 입법인 것으로 조사됐다. 상임위원장이 발의한 법(5%)까지 더하면 규제법안의 97%가 의원 입법인 셈이다. 문제는 이들 법안의 69%가 논의조차 없이 폐기됐다는 점이다. 또 ICT 법안의 97%는 소관위원회와 소위원회에 장기 체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 센터장은 "규제 법안을 발의해 여론을 형성해놓고 실제 심의하는 하지 않는 것"이라며 "문제 원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법안의 실효성 예측이 없다 보니, 텔레그램을 규제할 수 없는 'n번방 방지법'처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불합리한 규제를 만들게 됐다"라고 꼬집었다.

센터가 30명의 전문가 패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0대 국회 ICT 입법은 100점 만점에 46점을 받았다. 법안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국회의원의 전문성이나 입법 체계 정합성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또 이들은 가장 좋은 법안으로 공인인증서 폐지법을, 가장 나쁜 법안으로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꼽기도 했다.

 [사진=경인교대 입법학센터]
[사진=경인교대 입법학센터]

심 센터장은 실효성 없는 규제를 막기 위해선 '입법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전에 법안의 사회적 영향을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의견을 체계화해 입법자들의 판단을 지원하는 제도다.

심 센터장은 "유럽연합은 사회과학적 보고서를 내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공개한다"라며 "그런데 우리는 대안만 떡하니 내놓고 이거 할래 안 할래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영향평가제도로 입법 과정을 완비해 효과적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도 청부입법·깃발꽂기로 규제 남발

김도승 목포대 법학과 교수는 규제 일변도의 의원 입법이 만연한 배경으로 정부의 '청부입법'을 꼽았다.

청부입법이란 정부가 만든 법률안을 국회의원에게 청탁해 의원 이름으로 제출하는 관행을 일컫는다. 정부 발의안은 입법예고 후에도 규제심사-법제처심사-차관·국무회의-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야 하지만, 의원 발의는 의원 10명의 서명만 받으면 가능해 앞선 복잡한 절차를 우회할 수 있다. 일종의 편법인 셈이다.

김 교수는 "청부입법으로 정부 입법 과정에서 이뤄지는 합리적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시행령에 지나치게 많은 사항을 위임하거나, 다른 부처와의 중복·과잉규제 등이 논의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라며 "정부의 관성적으로 청부입법을 남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정 기간 동안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가 규제 개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도 나왔다.

김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는 임시적인 조치로, 사업자 입장에선 궁극적으로 규제가 개선될 것이란 확신이 없으면 사업 자체가 임시방편이 된다"라며 "규제 샌드박스 허가를 받은 법령이 국회서 어떻게 입법되고 개선되는지 추적 조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구태언 규제개혁 당당하게 변호사는 부처 간 영역 다툼도 지적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두고도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통위가 각각 서로의 관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 변호사는 "될만한 산업에 부처 간 깃발 꽂기로 이중삼중 규제가 확대되고 있다"라며 "사전규제가 범람하니까 민간자치는 꽃도 못 피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준모 과기정통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장은 "일선 공무원이 규제를 개선하거나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여러 이해관계자의 반대나 책임에 대한 문제 때문에 공무원도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규제 개혁에) 주춤하는데, 적극 행정 면책제도 등이 활용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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