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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은행 대출 죄니 고신용자 카드론으로 우르르…중·저신용자 설 곳 좁아진다


금융당국 압박에…시중은행, 연초부터 고신용자 대상 대출 규제

 [그래픽=아이뉴스24 DB]
[그래픽=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카드론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카드론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마냥 공급을 늘릴 수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저신용자들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말 기준 표준등급 1~2등급 차주 대상 평균 운영가격은 9.91%로 지난 해 8월 말 11.23% 대비 1.32%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2 등급 대상 카드론 금리는 지난 해 8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12월 소폭 반등했다.

◆ 당국 대출 규제 나비효과…고신용자 카드론 금리 떨어졌다

1~2 등급 차주의 카드론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는 건, 상대적으로 1등급 차주의 비중이 높아졌고 평소보다 우량한 고신용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카드론 금리엔 카드사의 조달 비용, 차주의 신용등급, 마진 등이 반영된다. 건전성이 높은 차주일수록 카드사들이 적용하는 금리는 내려간다.

고신용자 쏠림 배경으로는 시중은행들의 대출 규제가 지목된다.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죄자, 고신용자들이 카드론으로 넘어온 것이다.

지난 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크게 늘자 금융당국과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게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주문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지난 연말 한 때 신용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연초 들어서도 은행들의 자율 규제는 계속됐다. 특히 '고소득자'들이 타깃이 됐다. 신한은행은 지난 3일부터 '엘리트론' '공무원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1억원에서 5천만원으로 낮췄고,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지난 달 22일부터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를 5천만원 줄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1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다보니 그 여파로 인해 카드론으로 고신용자들이 많이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전수조사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공시된 금리가 떨어진 걸 보면, 고신용자들이 많이 몰렸을 개연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 중·저신용자 금리는 올랐네?…점점 설 곳 좁아진다

문제는 이 같은 풍선효과로 기존 카드론 이용층이었던 중·저신용자들이 또 다른 고금리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으로부터 7% 총량 규제를 받아왔다. 전년도 카드론 자산 대비 7% 이상 늘리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코로나19에 따른 자금 공급 차원에서 제2금융권에 대해 총량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업무 계획을 통해 점진적·단계적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총량 규제도 다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고신용자들이 계속해서 유입되는 상황에서 총량 규제까지 적용될 경우, 중저신용자들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문턱은 지금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7개 카드사의 5~6등급 대상 평균 카드론 운영가격은 16.73%으로 8월 대비 0.40%p 상승했다. 같은 기간 7~8등급 차주의 평균 카드론 운영가격도 0.61%p 올랐다. 고신용자 카드론 금리가 내려갈 동안 중저신용자의 금리는 오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회수율 등을 고려해 금리를 산정한다"라고 설명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중은행에 대한 규제로 고신용자들의 카드론 수요는 높아질 텐데, 카드사 입장에서도 고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늘리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니 이해 관계는 맞아 떨어지는 셈"이라면서 "다만 고신용자 위주의 공급이 이어지게 되면, 중저신용자들은 앞으로 대출을 받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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