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G전자가 10조 원 규모의 미국 빌트인 가전 시장을 노리고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에 삼성전자와 함께 참여하는 한편, 삼성전자 주요 보직에 있던 인물까지 영입하는 등 시장 확대를 위한 채비에 적극 나선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미국법인은 지난 8일(현지시간)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LG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키우기 위해 삼성전자 출신인 랜디 워너(Randy Warner)를 빌트인 가전사업부 B2B(기업 간 거래) 영업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워너 부사장은 삼성전자 미국법인 프리미엄 가전 사업을 담당했던 인물로, 미국 명품 빌트인 주방가전 브랜드 '데이코'가 지난 2016년 삼성전자에 인수되면서 합류했다. 지난해부터는 삼성전자 미국법인 럭셔리그룹 부사장직도 겸했다.
LG전자는 워너 부사장 영입을 기점으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앞세워 미국, 유럽 등 빌트인 주요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특히 고급 아파트, 타운하우스 등에 제품을 공급하는 B2B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샘 김 LG전자 미국법인 가전사업부 사장은 "랜디 워너 부사장은 업계에서 널리 존경 받고 있는 인물"이라며 "럭셔리와 빌트인 부문에 대해 폭 넓은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LG의 지속적인 모멘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LG전자는 오는 12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미국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21'에도 참가해 고객 확보에 속도를 높인다. 이 행사에는 매년 주방 디자이너, 건축가, 인테리어 전문가 등 전 세계 빌트인 가전 고객과 기업들이 모인다.
LG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한 달간 별도 가상 전시관을 운영한다. 가상 전시관은 최고급 빌트인 제품 라인업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전시관과 프리미엄 빌트인 제품으로 구성된 'LG 스튜디오' 전시관 등으로 구성됐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관에는 36인치 가스 프로레인지와 서랍형 냉장고·와인셀러 등 신제품을 처음 선보인다. 이 외에도 컬럼형 냉장고·냉동고·와인셀러,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등 총 22종 제품 라인업이 전시된다.
LG 스튜디오 전시관은 주방은 물론 거실까지 확장된 공간으로 구성됐다. 세탁기·건조기 일체형인 '워시타워'와 스타일러, LG 인스타뷰 냉장고,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S 신제품 등 제품들이 전시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이 행사에 참여해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BESPOKE) 냉장고와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 등 혁신 제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또 의류 청정기 '에어드레서', 인공지능 로봇청소기 '제트봇 AI', 와인을 최적 상태로 보관해주는 '와인 디스펜서' 등 혁신 가전도 전시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가전시장에서 2016년부터 5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새 공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인 데다 취향도 세분화되면서 미국 빌트인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미국에선 초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이 일반 빌트인 시장보다 성장률이 3배 정도 높은 편으로, LG전자가 이를 새로운 먹거리로 적극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는 글로벌 최대 빌트인 시장인 미국에서 2년 뒤 GE(제네럴일렉트릭)를 추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앞세워 주방 리모델링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빌트인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시장 점유율 순위는 ▲서브제로&울프 ▲써마도(보쉬) ▲바이킹 ▲밀레 ▲모노그램(GE) 등의 순이다.
LG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글로벌 빌트인 시장 공략에 더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빌트인 가전 시장은 총 450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로, 전체 가전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한다. 이 중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와 같은 초프리미엄 빌트인은 약 15%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빌트인 가전 시장 규모는 약 90억 달러(약 10조 원)로, 전체 빌트인 시장에서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또 미국에선 보통 주택 구입 가격의 약 10% 정도를 주방에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 빌트인 시장에서 미국과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며 "워너 부사장 영입과 'KBIS 2021'에 참가하는 것 모두 미국 빌트인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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