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 등으로 유통업계가 시름에 빠진 가운데 국내 명품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명품계 ‘큰손’이라 불리는 중국과 미국 시장이 위축됐음에도 한국만 명품시장 매출에 불이 붙었다.
◆ 'MZ세대'가 이끄는 명품시장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특히 같은 해 7월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49.4%나 상승하며 기록적 매출을 달성했다.
반면 국내 패션 시장은 수 년간 완만한 하락세를 겪어 왔다.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28조4천600억원에서 지난해 27조2천400억원 규모로 1조 원 이상 줄어들었다.
아웃도어, 레깅스 등 신규 히트 카테고리가 자리 잡은 것을 고려하면 여성복 등 기존의 '패션 강자'들의 매출 규모는 더욱 줄어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기불황 속에서도 명품시장만은 꾸준히 성장세다. 바로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의 ‘통큰소비’ 때문이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고, 지인들을 만나는 기회가 줄면서 이른바 ‘보복소비’ 성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종의 욕구불만이 명품 소비로 나타난 셈이다.
‘보복소비’를 통한 명품 소비 역시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해외명품 매출 중 2030 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2018년(38.2%)과 2019년(41.4%)에 이어 지난해(44.9%)에도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20대(37.7%)와 30대(28.1%)가 명품 매출 신장률을 주도했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국면을 고려하면 패션업계의 '명품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비를 통해 자기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극도로 제한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스스로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품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 백화점 매출 하락해도 '명품관'은 달랐다
대부분 매출 백화점 매출이 하락했지만, 명품관만은 달랐다.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AK 백화점 등 전국 67곳 백화점 중 전년 대비 매출이 상승한 백화점은 단 9곳 뿐이다. 이들 백화점은 명품중심으로 매출을 집중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롯데백화점의 지난달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15% 가까이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서도 10~30% 대의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명품은 백화점의 주요 카테고리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굳히고 있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백화점들의 매출이 악화일로를 걷는 속에서도 신세계 강남점, 부산 센텀시티점, 소공동 본점 등의 매출은 소폭 상승했다. 특히 명품 브랜드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백화점 업계 최단 기간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며 1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코로나19에도 ‘명품불패’ 신화가 지속되자 명품 브랜드들은 국내 수입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등 국내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몽클레르·지방시·골드구즈·델보도 등은 이미 한국 지사를 설립했고, 에트로는 지난해 국내 수입사와 계약 종료 후 올해부터 직접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돌체앤가바나도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준비 중에 있다.
명품 업체들의 자신감도 높아지고 있다. 프라다는 지난달 주요 상품 가격을 평균 2~3% 올렸다. 루이비통도 같은 달 최대 25%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들도 10% 내외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수요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고, 거듭되는 가격 인상 때마다 '오픈런'이 펼쳐지는 등 높은 관심을 얻는 것에서 가격을 인상해도 타격을 입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불황에도 매년 명품 가격은 인상되지만, 소비는 줄지 않고 있다”며 “최근에는 보복소비 성격의 명품 구매까지 증가해 ‘부동산불패’에 이어 ‘명품불패’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헌·이현석 기자 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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