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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불지핀 '성과급' 논란…재계 확산에 '사회적 갈등' 우려


기업·업종별 격차 더 벌어져…코로나 직격탄 업종 "성과급 갈등, 배부른 소리" 일침

삼성전자 본사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전자 본사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SK하이닉스'가 쏘아올린 성과급 논란이 삼성, LG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새로운 사회적 갈등으로 주목 받고 있다. 성과급이 지급된 기업들은 지난해 성과에 대한 사측과 임직원들의 평가가 엇갈리면서 갈등을 빚고 있는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은 성과급 지급은 고사하고 회사 존폐를 걱정하며 우울해 하는 모양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성적표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임직원 성과급에서 기업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한 전자업계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반면, 극심한 불황에 시달린 정유, 항공, 철강, 여행 등 대부분 업계는 성과급은커녕 기업들이 존페기로에 선 모습이다.

이번에 성과급을 지급한 기업들은 주로 반도체, 가전 등에 집중된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기본급의 400%(연봉의 20%)를 성과급으로 제시했다가 임직원들이 반발하자 기본급의 200%를 우리사주로 추가 지급하기로 하며 갈등을 마무리했다. 문제가 됐던 초과이익분배금(PS) 산정 기준 지표를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내년부터 영업이익과 연동키로 한 것도 임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SK하이닉스에서 터진 성과급 갈등은 SK그룹의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으로 번졌다. SK텔레콤은 지난 3일 주식으로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임직원들이 예상보다 적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익이 모두 성장했지만 성과급이 오히려 줄어든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SK하이닉스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삼성전자 임직원들도 성과급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각 사업부별로 성과급 격차가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임직원들은 40% 미만인 연봉의 37%로 성과급이 결정된 것을 두고 문제 삼고 있다. 지난해 전사 실적의 절반을 이끈 반도체 부문도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으나 임직원들은 스마트폰(IM) 부문이나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50%)보다 적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삼성전자 사원 대표 측은 최근 '2021년 임금복리후생협의' 과정에서 "성과급의 산출 기준을 투명화 해 달라"며 성과급 체계 개선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불만은 더하다. 삼성전자의 TV를 담당하는 VD 사업부에 비해 너무 적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4분기에 분기 최대 실적까지 달성했지만 성과급 지급률은 삼성전자 VD 사업부의 4분의 1에 못미치는 12%다. 지난해 1월에는 전년도 성과급을 주지 않았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적자지만 적자폭을 크게 줄인 데다 올해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오는 10일 임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키로 했다. 격려금은 고정급여의 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G도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에서 성과급 불만이 터졌다. 같은 회사였던 LG화학의 성과급 잠정안이 기본급 300~400%인데 비해 LG에너지솔루션은 245%로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합당한 보상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이에 오는 26일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LG전자도 긴장하는 눈치다. 이미 LG전자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성과급과 관련해 구체적인 금액까지 적시된 글이 올라와 일부 직원들이 동요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이 성과급을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은 사측과 직원들간의 소통 문제가 크다"며 "과거에는 회사가 주는 대로 받는 인식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젊은 직원들이 형평성과 실리를 따지는 경향이 강해 소통이 없이 지급될 경우 경영진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지급했다고 오해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하지만 일부 대기업들의 성과급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두고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은 부러워하는 눈치다. 역대급 불황으로 적자 행진이 이어지면서 성과급은 엄두도 못내고 있어서다.

정유업계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탓에 올해 성과급 얘기는 쏙 들어갔다. 정유 4사의 지난해 누적 손실은 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 매각설이 끊이지 않던 철강업계도 성과급이 줄거나 미처 확정 짓지 못한 상태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임금 반납, 순차 무급휴직을 진행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성과급은 기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중공업은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수년째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직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하다. 대기업들이 수백만~수천만 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하며 성과급은커녕 임금 동결에 나서는 곳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멤버가 지난해 12월 말 리멤버 커뮤니티에서 441개 기업의 대표 및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기업과 금융사는 80% 이상이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중소기업은 60%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중견기업 중에서도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기업은 55.2%에 불과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성과급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여행·항공·호텔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아 업종별 편차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반도체·가전, 가계 대출 증가와 '동학개미' 효과로 은행·금융투자 업계 정도만 '훈풍'이 불고 있다"며 "앞으로는 업종별·기업별로 성과급이나 직원 복지 등에서 간극이 더 커지면서 새로운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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