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증권사 대체투자에 칼 빼든 금융당국


PI·셀다운 모두에 내부통제기준 적용...모범규준 편입해 3월 시행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등 대체자산의 15% 이상이 향후 손실이 예상되는 '부실 자산'으로 최근 드러나자 금융당국이 조치에 나섰다.

고유재산(PI) 투자와 셀다운(재매각) 목적 투자 모두에 단계별 내부통제기준을 적용케 하고, 특히 파생결합증권(DLS)의 기초자산이 되는 역외펀드는 국내 자본시장법상 등록된 펀드로 제한한단 복안이다.

21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증권회사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해 오는 3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증권사 대체투자 규모가 최근 들어 급증했지만 그만큼 손실 가능성 또한 높아져 향후 투자금 회수에 경고등이 켜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조성우 기자]

◆ 손실예상 부실자산 7.5조...증권사→개인 전이 리스크↑

해외 대체투자는 통상 규모가 크고 중도환매가 어렵다. 때문에 부실화될 경우 증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고, 투자자 피해 구제에도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증권사들은 신규 수익원 창출을 위해 최근 부쩍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특히 2017년 이후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 오피스빌딩·호텔·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대한 투자가 경쟁적으로 확대됐는데, 당시 5조2천억 원 수준이던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 금액은 2019년 24조5천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불어났다.

실제 증권사 22곳의 지난해 해외 대체자산 투자 규모는 48조 원(864건)으로 부동산에 23조1천억 원(418건, 2020년 4월 말 기준), 특별자산에 24조9천억 원(446건, 2020년 6월 말 기준) 투자됐다. 이 중 31조4천억 원은 셀다운했고, 16조6천억 원은 증권사가 직접 보유했다. 직접 보유분만 하더라도 이들 증권사 전체 자기자본(55조8천억 원, 2020년 6월 말 기준)의 30%에 이른다.

눈에 띄는 점은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 건 중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향후 손실이 예상되는 부실·요주의 자산이라고 분류한 건이 전체 투자의 15.7%인 7조5천억 원에 이른단 점이다. 해외 부동산이 4조 원, 해외 특별자산이 3조5천억 원이다. 부실 자산은 원리금 연체 등으로 손실이 예상되는 자산, 요주의 자산은 그 가능성이 상당한 투자 건을 의미한다.

투자구조별로는 증권사 직접 보유분(16조6천억 원)의 16%인 2조7천억 원, 셀다운분(31조4천억 원)의 15.5%인 4조8천억 원이 부실·요주의 자산에 해당됐다.

증권사들은 특히 이 셀다운 부실 자산 중 2조3천억 원가량을 리스크가 매우 큰 역외펀드가 기초자산인 DLS로 발행해 판매했다. 전체 DLS 발행액 3조4천억 원의 무려 68%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해외 부동산 투자의 고위험 익스포저의 경우, 변제순위가 낮은 지분 또는 메자닌 형태로 구성돼 부실이 발생해도 투자자금 회수율은 낮다. 증권사 투자 손실이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전이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자산은 2016년 이후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가격 고평가 시기에 집중돼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투자 대상이 코로나19의 부정적 충격에 취약한 상업용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것도 손실 리스크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금융감독원]

◆ 대체투자 단계별 내부통제기준 적용...법 등록 펀드만 기초자산 허용

금감원은 이에 앞으로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하는 증권사에 투자 단계별로 준수해야 하는 내부통제기준과 절차를 마련케 한단 방침이다. 통상 대체투자 조직은 '영업-심사-사후관리-리스크관리-준법감시-의사결정기구'로 구성되는데 이를 분리해 부실심사 등 이해 상충을 사전에 방지한단 복안이다.

이를 위해 증권사 대체투자 시 PI 투자와 셀다운 투자 등 목적을 불문하고 심사부서의 사전 심사 및 의사결정기구의 승인을 의무화한다. 심사 과정에서는 대체투자 리스크 및 사업성 평가 등에 필요한 필두 점검항목을 마련케한다. 거래상대방과 거래구조, 리스크 및 사업성 분석, 투자회수계획, 현지실사 결과 등이 해당될 예정이다.

이때 증권사는 특정 자산이나 지역으로의 쏠림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산·지역·거래상대방별 투자한도를 설정하고 준수토록 관리해야 한다. 한도를 초과해 투자할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 승인과 함께 승인사유 등을 문서화해야 한다.

또한 부실심사 등 이해 상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영업부서를 심사 및 리스크관리 부서와 분리 운영케 할 방침이다. 조직 운영이나 투자기준 등 대체투자에 관한 내부 통제 규정 역시 마련케 할 것이란 설명이다.

증권사가 국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할 때는 현지실사를 의무화해 투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추가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전문가에 투자자산에 대한 감정평가 및 법률자문 등을 받아야 한다.

셀다운 목적 투자에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셀다운 투자 이전 리스크가 충분히 평가되도록 '셀다운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내부 심사를 해야 한단 점이다. 특히 여기에는 '매각 가능성 평가'와 '미매각 시 리스크요인'등이 포함돼야 한다. 또 셀다운 이후 미매각된 자산에 대해서는 셀다운 현황이나 지연사유, 대응계획 등을 담은 사후관리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최근 문제가 된 부실 역외펀드 DLS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자본시장법상 등록된 펀드만 기초자산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자본시장법 제279조 등에 따르면 해외운용사는 ▲운용자산 1조 원 이상 ▲최근 3년간 행정처분 및 형사처벌 등이 없을 것 ▲연락책임자를 국내에 둘 것 등에 부합해야 한다. 해외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등의 법률에 따라 발행되었을 것 ▲보수·수수료 등 투자자 부담 비용이 지나치게 높지 않을 것 ▲투자자 요구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 등이다.

아울러 DLS 발행을 위한 투자는 DLS '발행부서'가 아닌 대체투자를 전담하는 '영업부서'만 할 수 있다. DLS 발행을 위한 대체투자자산 취득 시에도 여타 대체투자와 마찬가지로 투자심사 및 승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회 의결로 금융투자회사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에 편입할 계획이다. 다만 증권사의 내규 개정 등을 위해 시행 준비기간을 부여하고 오는 3월부터 이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상헌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팀장은 "특히 셀다운 목적 투자의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추가로 준수해야 할 사항을 강화했다"며 "대체투자 절차 단계별로 준수해야 할 위험관리기준과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마련해 증권사의 건전성 확보와 투자자 보호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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