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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 김범수 소신…주식 증여도 재벌家와 다르다


재벌가 증여세 전전긍긍하는데…김범수는 주가 최고점에 증여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의사회 의장의 주식 증여를 두고 기존 재벌가와는 다른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 하락기를 틈타 증여세 부담을 더는 재벌가와 달리, 김 의장은 카카오 주가가 최고점을 찍었을 때 '소신 증여'를 결정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은 지난 12일 아내 형미선 씨와 자녀 상빈·예빈 씨에게 각각 6만주씩 증여하고, 누나·동생 등 친인척 11명에게도 총 15만주를 줬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의 주식 보유 비율은 14.2%에서 13.74%로 줄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증여 당일 카카오 종가는 45만7천500원으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다. 이를 기준으로 증여 규모를 계산하면 1천510억원에 달한다. 이에 업계에선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이때 김 의장이 증여에 나섰는지 의아해한다. 주가가 낮을 때 증여를 하는 게 세금 절감 차원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상 상장 주식을 증여할 때는 증여일 전후 두 달간의 종가 평균으로 증여세를 결정한다. 증여일로부터 두 달 전인 2020년 11월 12일부터 전일까지 카카오의 평균 주가는 38만8천277원이다. 전년 동기 평균 주가인 15만5천872원의 1.5배인 수치다. 김 의장이 1년 전에 주식을 증여했다면 증여세 부담을 덜 수 있었던 셈이다.

다른 사례도 있다.

LS, GS, SPC, CJ그룹도 주가 급락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도 아들에게 19만2천주를, 허 부회장 누나인 허연호 씨는 아들에게 8만여주를 넘겼다.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은 지난해 4월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에게 SPC삼립 보통주 40만주를 증여했다. 증여 당일 SPC삼립의 종가는 6만6천300원으로, 2019년 말 8만7천200원 대비 23.97%나 급락한 상태였다.

구자열 LS그룹 회장과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구자열 회장의 누나인 구근희 씨 등은 지난해 5월 이후 자녀와 친인척에게 LS 주식 총 95만9천주를 증여했다. 이들 기업 모두 주가가 전년 말 대비 20% 이상 떨어진 시기였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9년 12월 자녀인 이경후 CJ ENM 부사장 대우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CJ의 신형우선주 184만여주를 증여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4월 1일 재증여했다.

◆김범수 의장, 재벌가 '세습경영' 다른 길 가나

김 의장의 주식 증여 배경도 관심사다. 일각에선 김 의장이 재벌가처럼 승계 절차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두 자녀뿐 아니라 친인척에도 700억원대 규모의 지분을 나눠줬다는 점에서 승계보단 재산 분배 쪽에 힘이 실린다. 93년·95년생인 상빈·예빈 씨도 현재 카카오 및 계열사에 근무하지 않고 있다.

또 김 의장을 포함한 국내 벤처 1세대가 자수성가형 사업가인 점을 고려하면 재벌 기업의 '세습경영'을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는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자녀 승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보유 지분을 3.72%까지 줄이는 등 가족경영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김 의장이 재벌가처럼 증여세를 아끼고자 주가가 폭락할 때 증여를 했다면 비판을 받았을 테지만, 결과적으론 재벌가와 다른 길을 갔다"라며 "또 IT업계 내에선 경영권을 세습하지 않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어서 김 의장이 승계를 위해 주식을 증여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김 의장 개인의 일로, 회사 차원에서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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