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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4일 앞두고 ‘해임’ 위기, 임철호 항우연 원장…무슨 일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오는 19일 이사회 열고 해임안 처리 예정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퇴임 4일을 앞두고 해임 위기에 놓였다. 임 원장의 임기는 오는 23일까지이다. 앞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19일 임철호 원장의 해임안에 대해 이사회를 열고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임 원장의 해임안을 둘러싸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NST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임 원장에 대한 2차 감사를 벌였다. 지난해 11월 27일 2차 감사결과를 종합 검토한 결과 ‘해임안 권고’를 결정했고 NST 이사회에 넘겼다. 임 원장은 즉각 재심의를 요청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재심의에 대해 “재심을 위한 처분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재심의는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임 원장은 “19일 NST 이사회에 출석해 그동안 있었던 일련의 사건과 여러 정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임 원장의 해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품위 유지 위반과 기관 신뢰성 훼손 등이다. 2018년 4월, 2019년 5월, 2019년 12월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부하 직원과 회식 도중 폭언과 폭행(직원 팔을 문 행위) 등으로 품위 유지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임철호 항우연 원장. [뉴시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1차 감사를 시행했다. 1차 감사결과 “원장의 행위가 사회 통념상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있고 당시 상황이나 환경, 피해자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의경고’로 마무리한다”고 밝혔었다.

주의 등으로 마무리되는가 싶었는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이 문제를 다시 거론했고 과기정통부는 돌연 같은 사안을 두고 2차 감사에 착수했다. 2차 감사에서는 추가로 당시 목격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27일 1차 감사에서 ‘주의’ 처분받았던 사안에서 돌연 ‘해임’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의 ‘동상이몽’=이번 사태는 항우연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기계 눈길을 끌고 있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과기정통부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갈등은 물론 조직 내부에서 세력 다툼의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 원장 측은 굳이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국회 국정감사는 물론 과기부 2차 감사를 진행한 배경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항우연은 사내고충처리위원회 체제가 독립적으로 구성돼 있고 상임감사를 통해 별도 견제 체제가 작동하고 있음에도 당사자들이 이런 프로세스를 활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폭행의 과정과 전후 상황은 모두 무시한 채 ‘폭행했다’는 결과론적 관점에만 주목했다고 비판했다. 폭행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면 당시 형사 고발 등 가능한 조처를 할 수 있었을 것인데 이런 과정은 생략한 채 국정감사와 과기정통부 감사 등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특정 목적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한국형발사체로 불거진 과기정통부와 항우연 갈등=이번 사태 이면에는 과기정통부와 항우연 사이 풀리리 않는 갈등이 존재한다는 게 대체적 평가이다.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기형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개발 수준과 실패에 대한 중압감, 성과 중심의 정책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이다.

나로호에서 시작해 우리나라는 올해 10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를 쏘아 올릴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2015년 항우연은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을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로 승격시킨다. 문제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였다. 본부로 승격하면서 과기정통부는 ‘한국형발사체개발 운영관리지침(운영지침)’을 만들었다.

사업단이 본부로 승격되면서 운영지침이 생겼는데 한마디로 내부조직이면서도 통제할 수 없는 독립기관이나 다름없이 됐다고 지적했다. 2018년 임 원장이 취임하면서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를 포함해 조직개편 등에 나서자 본부 측에서 극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는데 그 배경에도 ‘운영지침’이 있었다고 밝혔다.

임 원장 측은 “원장 취임 이후 체계적 조직 진단과 토론을 통해 단계적 시행의 1단계로 미래 발사체 선행연구를 추진했는데 이마저 비정상적, 조직적 방해와 과기정통부의 우려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한 고위관계자는 “운영지침을 만든 것은 우주개발 연속 선상에서 외부 입김 없이 발사체 개발을 위해 만든 고육지책이었다”며 “무엇보다 발사체 개발에는 독립성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운영규정을 두지 않고 발사체 개발 업무를 항우연 원장에게 맡겨놓았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가 항우연 소속이면서 원장이 전혀 제어할 수 없었다는 임철호 원장과 외부 입김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고 발사체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운영지침’을 뒀다는 과기정통부 간 갈등이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조직 내부 ‘파벌’ 갈등=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가 ‘운영지침’을 통해 독립성이 보장되면서 조직 내부에서는 하나의 파벌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임 원장 측은 이를 두고 ‘상왕 체제’가 항우연 내부에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임철호 원장 측은 과기부 사안 감사 설명자료에서 “2011년부터 지금까지 근속 3년 미만에 퇴직한 항우연 소속 정규직 연구자 중 50%가 발사체 분야에서 발생했다”며 “이는 오랫동안 누적된 조직 폐쇄성으로 젊은 연구자와 무력감, 미래불안과 매우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사안 설명자료에서 실제 한 연구자는 “우리가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건의할 때마다 있었던 공통된 첫 번째 반대 이유는 과기정통부와 체결된 ‘운영지침’이었다. 두 번째는 ‘너희들(젊은 세대)의 주장에 동의는 하는데 우리 은퇴하면 해라’는 보직자들의 말이었다. 항우연의 미래는 누구의 미래인가? 보직자들은 은퇴한 후이다. 우리의 미래는 다르다. 미래를 위해서 지금 결정해야 한다. 우리 같은 비보직자에겐 결정권이 없다”고 말했다.

임 원장 측은 “운영지침은 발사체 본부가 현 원장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발사체 분야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고 비판했다. ‘운영지침’으로 원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조직개편 논의 과정에서는 시험발사체나 한국형발사체 발사를 앞두고 조직을 개편할 경우 실패할 수 있다는 논리로, 보직자 인사 발령에 대해서는 보직자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과기정통부는 발사체 본부와 잘 협의해서 하라는 식으로 ‘운영지침’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원을 대표하는 원장이나 항우연의 말보다 본부장이나 발사체 본부의 말을 더 신뢰했고 연구원을 경영하는 원장이 조직개편이나 인사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없게 만들었는데 이는 매우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임 원장과 일부 사조직화가 매우 강하게 구축됐다고 임 원장은 진단했다. ‘상왕 체제’ 구축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NST, 어떤 결정할까= 임철호 원장 해임안은 ‘과기정통부 1차 감사→주의경고→박대출 의원 국정감사에서 지적→2차 감사→해임안 권고→임 원장 재심의 요청→재심의 기각→NST 이사회’로 이어지고 있다.

[NST]

이제 그 끝은 NST 이사회가 결정할 수밖에 없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의 결재까지 난 해임안 권고안이 NST 이사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NST도 부담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재 NST 이사장이 공석이고 정경희 이사가 대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원장은 “19일 NST 이사회에 출석할 것”이라며 “폭행 당시 당사자와 정부, 국민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폭행에 있어 전후 맥락과 전체 과정을 이해한다면 해임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연구현장의 정치화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폭행은 이 같은 여러 갈등 상황에서 빚어진 비극이었다는 것이다.

이어 “우리나라 우주 발사체 기술개발의 미래와 조직 쇄신이라는 대의보다는 특정인에 의한 조직 사유화와 폐쇄성에 힘을 실어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항우연 직원 321명은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 감사관실에 ‘해임은 부당하다’는 내부 탄원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 관계자는 “항우연에서도 많은 직원이 이번 사태가 부당하다는 것을 호소하고, 판단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항우연 원장 5명도 해임은 지나친 제재이고 출연연 정치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며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즉 임 원장이 회식 자리에서 직원을 폭행한 것은 맞는데 경찰 수사도 없었고 내부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사안을 두고 ‘해임’까지 가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 그것도 퇴임 4일을 앞두고 이 같은 일이 불거져 항우연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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