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세간의 공분을 사고 있는 '16개월 정인(입양 전 이름)양 사망사건'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에서 발의되고 있는 관련 법안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급작스럽게 법이 발의되면 오히려 아동 학대 피해자들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8일 원희룡 지사는 '정인이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큽니다. 사건이 보도된 이후 발의된 법안이 여러 건입니다"라고 운을 뗐다.
원 지사는 "아동 학대 신고가 반복될 경우 빠르게 아동과 보호자를 분리시켜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라며 "언뜻 보면 이런 엄벌주의 법안들이 효과적일 것 같지만 현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수고해온 전문가의 의견은 다릅니다. 아래 링크는 공익변호사로 아동 학대 문제와 싸워온 김예분 변호사의 인터뷰"라는 글과 함께 기사 링크를 게재했다.
해당 기사에는 "'정인이 사건'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면서 되면서,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11건이나 쏟아졌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고, 학대 신고가 2회 이상 접수되면 의무적으로 학대 의심 가정에서 피해 아동을 '즉시 분리'하자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예원 변호사는 인터뷰를 통해 "갑작스럽게 제출된 법안들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라며 "특히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와 '2회 신고 시 의무적 즉시 분리' 같은 정책은 오히려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식의 법안들이 통과되면 정인이 얼굴이 공개된 값어치가 전혀 없어지는 겁니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아동 학대에 대한 형량만 강화시키면 오히려 불기소되거나 무죄를 받는 경우도 늘어납니다"라며 "강화된 형량에 걸맞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와 재판이 혹독해지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받는 고통도 늘어납니다. 2회 신고를 받을 경우 피해 아동을 가정에서 즉시 분리시키는 법안도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분리 후 갈 수 있는 쉼터 시설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말 보호를 받아야 하는 위급 상황에 있는 아동을 보호받지 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라며 "국민들의 공분이 국회를 움직이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그 움직임은 사건 보도 후 며칠 만에 법안이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끝으로 원 지사는 "오히려 아동 학대 피해자들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아동 학대가 다른 범죄와는 다른 미묘하고 특수한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법안이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법안을 만들기 전에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토론 과정을 거쳐 정교한 법안의 구조를 만드는 진정으로 피해 아동을 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권준영 기자 kjyk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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