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은 계약서에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는데, 한정된 공간에서 어떤 정보를 어떻게 노출하는지는 그 회사의 중요한 영업비밀입니다. 이 법은 새로운 사업이 성장하고 출현하는 데 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박성식 야놀자 실장)
"미국에선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판례가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플랫폼법의) 알고리즘 공개가 특허권 및 지식재산권과 상충하진 않는지에 대한 검토 없이 (알고리즘 공개를) 강제하는 게 맞는지 고심해야 합니다." (정혜련 경찰대 교수)
이는 지난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플랫폼법 관련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할 플랫폼법에 대한 업계 우려가 고스란히 담겼다. 계약서에 상품 노출 기준을 기재하게 한 조항이 자칫 알고리즘 공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업계 기우로 판단된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때부터 "입점업체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품 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변수를 제시하라는 것일 뿐, 플랫폼 사업자에 알고리즘 공개 의무를 지우는 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제정안을 발표하며 "알고리즘까지 기재하라는 건 아니"라고 못박은 바 있다.
더욱이 최근 공정위는 법조문의 '노출순서 결정기준' 표현을 '노출순서의 주요 결정기준'으로 수정했다. 현재 수정법안이 법제처 심사 중이다. 이동원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노출 순서를 결정하는 기준 중에서도 주요 요소만 공개하면 된다"라며 "댓글 수, 소비자 클레임, 판매 실적 이런 식으로 작성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공정위가 법 제정에 참고한 해외 사례에서도 알고리즘 공개 의무는 없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이사회 규칙은 키워드·검색률 등 검색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결정 요소를 약관에 쉬운 언어로 공개하도록 했다. 일본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업계가 플랫폼법을 알고리즘 공개법으로 오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당장은 알고리즘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기업 옥죄기'식 마구잡이 법 개정으로 영업비밀을 내놓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알고리즘 공개 요구가 거센 점을 생각하면 업계 심정도 이해가 간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내 인터넷 사업자의 영업비밀 보호 수단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온라인 플랫폼 시장 공정화를 위한 제정법)처럼 입점업체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선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 연구를 이끈 이정식 크라운랩스주식회사 변호사 역시 "세부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다면 영업비밀 보호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는 만큼 이 외에도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국내 사업자의 영업 비밀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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