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2009년 개교한 유니스트(UNIST)는 2015년 9월 울산과학기술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한다. 카이스트(KAIST), 디지스트(DGIST), 지스트(GIST)와 함께 ‘4대 과기원’ 체제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유니스트는 10여 명의 국내외 유명 연구자를 영입한다. 그들 중 한 명이 이재성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이다. 이 교수는 2013년 포항공대에서 유니스트로 옮겼다. 이듬해는 부총장 보직까지 맡는다.
2019년 유니스트 총장에 도전했는데 고배를 마셨다. 이후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차기 이사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이재성 교수는 이병권 전 KIST 원장, 임혜숙 이화여대 교수 등과 함께 NST 차기 이사장 3배수 후보에 포함됐다. 청와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NST 이사장은 장관급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재성 교수에 대한 ‘투서’가 과기정통부에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투서와 별개로 장문의 제보 내용이 기자 개인 메일로 도착했다. 이재성 교수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
유니스트가 포항공대에 재직하던 이재성 교수를 데려오려고 많은 공을 들였는데 그 과정에서 ▲위약금 대납 ▲특별대우 요구 ▲아빠 찬스 등을 이용했다는 의혹이었다. 제보 내용을 일일이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이재성 교수의 견해를 들었다.
◆위약금 6202만6990원 대납 의혹=이재성 교수는 포항공대에 있을 때 연구년을 사용했다. 연구년을 쓰면 쓴 기간만큼 2배 근무해야 하는 의무조항이 있다. 만약 이를 어기면 그 기간만큼 월급을 반납해야 했다. 이재성 교수는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유니스트로 옮겼다. 위약금은 약 6200만 원이었다.
포항공대 관계자는 “위약금을 받은 것은 확인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받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위약금은 이재성 교수가 유니스트에 대납해 달라고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반박했다. 이 교수는 “BK사업이 있었는데 당시 조무제 유니스트 총장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독촉했다”며 “조 총장이 유니스트에서 위약금을 대납해 줄 테니 빨리 오라고 해서 유니스트로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신이 요구한 게 아니라 유니스트에서 먼저 대납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위약금과 관련해 의혹은 또 있다. 특정 교수의 위약금을 영입하는 대학이 대신 내주는 게 일반적이냐는 것과 예산상 어떤 항목에서 나갔는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모 대학 교수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특단의 정책적 노력이 있다면 대납이 가능할 것으로는 보이는데 위약금 대납이 상식적이고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유니스트는 위약금을 어떤 항목에서 확보해 포항공대에 냈을까. 제보자는 이와 관련해 “유니스트가 산학협력단 공금을 불법으로 빼내 무단으로 전용, 대납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성 교수는 “어떤 항목에서 나갔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다만 조무제 총장 당시 여러 건의 고소, 고발로 경찰과 검찰 조사 등이 이어졌는데 큰 문제 된 게 없는 것으로 봤을 때 유니스트 대납도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니스트가 전략적 차원에서 자신의 위약금을 대납한 것이고 관련 예산을 유용했다면 감사기관 등에서 문제가 됐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유니스트 측도 "오래된 일이라 구체적 항목은 찾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총장 보장 등 특혜 의혹=제보자는 “유니스트가 이재성 교수에게 부총장직을 주고 그 외 여러 혜택도 줬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재성 교수는 2013년 유니스트로 옮긴 뒤 얼마 되지 않아 부총장 보직을 맡는다.
이에 대해 이재성 교수는 “포항공대에서 보직을 10년 동안 맡았는데 다시는 보직을 맡고 싶지 않았고 연구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당시 조무제 총장에게 간곡히 말했다”고 반박했다. 조 총장이 유니스트는 새로 만든 대학이고 경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끈질기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부총장직은 ‘억지로 맡게 된 것’이라는 해명이다.
이 교수는 “조 총장의 끈질긴 요구와 당시 부총장직이 유고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것”이라며 “특혜를 요구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특혜라고 한다면 당시 10여 명의 연구자가 유니스트로 영입되면서 기존 65세 정년에서 70세 정년 보장으로 5년 연장한 것 정도가 될 것”이라며 “이런 조건은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내놓을 수 있는 조건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아빠 찬스’ 의혹=세 가지 의혹 중에 가장 민감한 내용이 이른바 ‘아빠 찬스’다. 요즈음 '부모 찬스'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 중 하나이다.
제보자는 “이재성 교수의 딸이 박사학위가 없었음에도 이재성 교수에 앞서 유니스트 교수에 임용됐다”며 “이는 이재성 교수가 유니스트에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인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의 딸은 현재 유니스트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2년 임용됐는데 임용 당시 이 교수의 딸은 박사학위가 없었던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유니스트는 박사학위가 없으면 임용될 수 없는 조항이 있었다. 당시 시점으론 임용이 불가능했던 셈이다.
제보자는 “쉽게 말해 최소한의 자격요건도 충족하지 못하는 자격 미달이었는데 (이 교수의 딸이) 교수가 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법채용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 사건은 당시 관련 부처에서 감사를 벌였고 2013년 12월 ‘주의’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성 교수는 “당시 담당 팀장이 주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불법채용이 아니라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인식 차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박사학위증을 받은 것을 박사학위로 인정하는데 미국의 경우 학위증을 받지 않아도 모든 박사과정을 마무리한 경우 박사학위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런 부분에서 인식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고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받은 것이지 불법채용으로 감사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재성 교수의 딸은 이후 박사학위증을 받았다.
이재성 교수는 끝으로 “조무제 총장 당시 유니스트 직원들 일부와 큰 갈등에 알력까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며 “이 때문에 고소, 고발이 이어졌고 경찰과 검찰 수사까지 진행됐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24건의 고소, 고발, 감사요청 등이 있었는데 큰 문제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나를 둘러싼 의혹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유니스트 총장 후보에 올랐을 때도 투서는 물론 이메일 등으로 협박하는 상황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성 교수는 수소와 친환경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이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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