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학] 면역세포 공격에 암세포, 방어하는 장벽 있었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암세포는 여전히 의과학계의 난제이다. 면역세포가 공격해 무너트릴 만하면 또 다른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팀이 면역세포의 공격으로부터 암세포를 지키는 화학적 장벽의 존재를 찾아냈다.

종양 내부로 면역세포가 침투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벽의 존재를 규명한 것이다. 면역세포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항암제의 낮은 반응성을 보완할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박태준·김장희·최용원 교수(아주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대장암에 존재하는 노화종양 세포가 면역세포의 종양 내 침투를 방해하고 면역세포의 활성을 약화해 대장암 진행을 악화시키는 것을 밝혔다. 노화종양 세포는 더는 증식하지 않는데 다양한 물질을 분비하는 세포를 말한다.

노화 세포는 분열은 멈췄는데 대사활동이 왕성해 다양한 물질을 분비한다. 여러 질병에서 이로 인한 미세환경 변화가 보고되고 있다. 진행성 암에서도 이러한 노화종양 세포의 존재가 알려져 있다. 암의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수술로 절제된 대장암 조직에서 노화종양 세포의 존재를 확인했다. 노화종양 세포가 많이 분포한 조직일수록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세포독성 T세포) 침투가 지체되는 것을 관찰했다.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노화종양 세포 표면에서 발견되는 분비물들을 유전자분석과 면역조직화학염색법 등을 이용했다. 그 결과 면역세포 기능을 떨어트리는 사이토카인 두 종류를 밝혀냈다.

케모카인 일종인 CXCL12가 세포독성 T세포의 종양 내 침투를 억제하고 사이토카인 CSF1이 면역억제를 유도하는 대식세포의 분화를 촉진했다. 결과적으로 세포독성 T세포의 기능을 떨어트린 것이다.

케모카인(Chemokine)은 세포에서 분비되는 크기가 작은 단백질로 사이토카인(cytokines)의 일종으로 주변세포에 화학주성(chemotaxis)을 통해 작용한다. CXCL12(C-X-C motif chemokine ligand 12)는 케모카인의 일종으로 발생, 면역반응, 염증반응, 종양의 성장과 전이 등에 관여한다.

CSF1(Colony Stimulating Factor 1)은 케모카인의 일종으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M2-대식세포의 표현형을 유도한다.

실제 노화종양 세포가 존재하는 대장암 생쥐모델에서 케모카인 CXCL12만 억제해도 세포독성 T세포의 종양 내 침투가 증가하고 종양이 현저히 억제됐다.

나아가 두 사이토카인 분비를 동시에 억제하자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던 대장암 생쥐모델에서 종양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노화종양 세포 제어를 통한 면역항암제 반응성 향상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의 이번 결과는 면역항암제 반응성이 낮은 대장암 치료를 위해 노화종양 세포 또는 노화 관련 분비물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전략 연구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에 1월 4일 자(논문명: Senescent Tumor Cells Build a Cytokine Shield in Colorectal Cancer)에 실렸다.

박태준 아주대 교수는 “현재까지 면역관문억제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대장암 치료에 노화종양 세포와 노화 관련 분비 표현형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항암치료의 필요성을 제시해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항암 치료제와 병행으로 노화종양 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방법을 정립하고 이를 환자의　진료에　적용해　환자의　치료반응 등을 높이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