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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리뷰-핀테크업계②] 업계 숙원 전금법 개정안 발의…이제 은행 넘본다


금융권, 역차별 문제 제기는 지속될 듯

 [이미지=아이뉴스24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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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올 하반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로 금융 산업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조만간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OO페이' 플랫폼에 계좌를 개설하는 한편, 충전금이 부족하면 신용카드처럼 후불 결제도 가능해진다. 은행·카드업계 등 기존 금융업권이 잔뜩 경계하며 '디지털 전환'을 부르짖는 이유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달 27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OO페이서도 계좌 발급 가능해진다…핀테크 업계 숙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

전자금융거래법은 지난 2006년 제정 이후 몇 차례 개정 작업이 이뤄지긴 했다. 하지만 핀테크 서비스 등 금융환경 변화를 반영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혁신 기술을 가진 플랫폼이 등장해도 획일적인 기준 탓에 제도권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 혁신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데 필요한 법제도 정비를 위해 오랜 기간 유관기관, 전문가,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소통을 거치면서 신중을 기해 법안을 준비했다"라며 "발의 이후에도 여론과 야당 의견 등을 경청하고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충분히 살펴 금융혁신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요구되는 국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라는 플레이어가 새롭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하나의 라이선스로 자금이체업·대금결제업·결제대행업 등 모든 전자금융업의 업무를 영위하는 게 가능하다. 이용자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의 플랫폼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의 금융 플랫폼을 통해 급여 이체, 카드대금·보험료 납입 등 전체적인 자산 관리를 할 수 있다. 여·수신 업무는 하지 못하지만, 이른바 OO페이가 은행에 버금가는 공룡급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할 길이 생긴 것이다.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도 신설된다. 이용자의 결제 또는 송급 지시를 받아, 금융회사가 이용자 계좌 등에서 이체를 하도록 전달하는 업종이다. 전자금융업자를 거치지 않고 금융회사 간 직접 송금·결제가 가능해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 고객 자금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 만큼, 플랫폼에 대해서도 낮은 수준의 규제 적용이 가능하다.

개정안엔 전자금융업자에게 후불 결제 기능을 허용해주는 방안이 담겼다. OO페이에 충전해둔 금액이 부족한 경우 그 부족분에 대해 30만원 한도 내에서 후불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진입 규제 완화 등 전자금융업 규율 체계 개편 ▲전금업자의 이용자 예탁금 분리 보관 및 외부청산 의무화 ▲이용자 보호 체계에 대한 관리·감독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핀테크 업계도 크게 반겼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법안이 발의되자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비접촉 금융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급증하며 디지털 금융 환경으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라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조속한 통과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슈퍼 메기 등장 예고에 잔뜩 긴장한 금융업권…역차별 논란도

법안이 발의되면서 시중은행 등 기존 금융업권도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동안은 경쟁자가 없었기에 탄탄한 입지를 유지해왔지만, 종합지급결제사업자라는 거대 플랫폼이 출현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그간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금융업권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당면 과제로 설정하고 디지털 혁신에 총력을 기울였다. 우리금융은 은행, 카드, 종합금융 등 자회사의 자산현황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우리WON투게더' 서비스를 최근에 시작했으며, KB국민카드는 간편결제와 멤버십을 한 데 묶은 'KB페이'를 내놨다.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디지털 혁신'에 초점을 맞춰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핀테크 플랫폼이 금융권에 메기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다만 금융업권이 주장하는 '역차별' 문제는 짚어볼 사안이다.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일부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은 이해하나, 그보다 규모가 큰 '빅테크'에게까지 규제를 완화해주는 건 역차별이라는 얘기다.

대표적인 게 종합지급결제사업자에 대한 규제 문제다. 여·수신 업무는 불가하나, 계좌를 보유하고 급여 이체나 대금 납부까지 가능한 만큼 은행과 같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기능에 상응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상법에 따른 주식회사 ▲2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 ▲충분한 전문 인력과 전산 설비 등 물적 시설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은행업 인가를 받기 위해선 1천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며, 인터넷전문은행은 최소 25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야 한다. 이밖에도 은행들은 지배구조, 건전성 등 여러 규제를 받는다.

금융위가 지난 7월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에 따르면 종합결제지급사업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일반 전금업자 대비 강화된 건전성·이용자보호 등 규제 ▲금융회사 수준의 신원확인, 자금세탁방지, 보이스피싱 등의 규제를 받는다고 돼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6일 '종합지급결제업 도입과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종합지급결제업은 계좌기반 영업을 하는 금융회사와 유사한 점이 많으므로 겸영·부수 업무의 범위, 건전성 규제 등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거나 규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내년에도 이 같은 '역차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각 금융협회장은 지속적으로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당국에 목소리를 내겠다"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금융업계가 빅테크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빅테크가 금융업을 하는 게 더 쉬운 게 현실"이라며 "지금은 여·수신 업무를 제한한다고 하지만, 나중에 다른 방식으로 열어줄 수도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기득권을 갖고 있는 금융회사와 동일하게 규제하는 건 성장시켜야 한다는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2개월간 금융회사에서 제기하는 규제 형평성 문제 해결과 빅·핀테크가 제안하는 디지털 금융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디지털 금융 협의회'를 운영해왔다. 지난 10일 5차 회의에선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 허용 확대 ▲빅테크의 플랫폼 영업 규율체계 마련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지분 취득 제한 완화 ▲마이데이터 정보제공 범위 형평성 제고 ▲전자금융업자의 소액후불 결제 기능 관련 리스크 관리 등이 결정됐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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