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확산된 생필품 대량 구매 트렌드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창고형 할인점 업계의 경쟁이 뜨겁다.
부동의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코스트코의 위상이 아직 공고한 모습이지만, 압도적인 성장률을 바탕으로 한 이마트 트레이더스(트레이더스)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탄 트레이더스가 1위 코스트코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트레이더스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8% 성장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다소 낮은 수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하면 기록적인 수치라는 평이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해 보면 올해 론칭 10년만에 연매출 3조 원을 돌파할 것이 유력하다.
창고형 할인점 업계는 세계 1위 기업 코스트코가 국내 진출한 1994년 이후 지금까지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다. 코스트코의 국내 연매출은 약 4조 원에 이른다. 2010년 트레이더스, 2012년 롯데쇼핑의 빅마켓 등 경쟁자가 출현했음에도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또 후발 주자인 빅마켓이 올해 들어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과 함께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장은 사실상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의 '2톱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트레이더스가 연매출 3조 원을 달성하더라도 코스트코와는 약 1조 원의 격차가 있다. 다만 성장률을 고려해 보면 이 같은 차이가 가까운 시일 내 뒤집힐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트레이더스의 최근 5년 매출 성장률은 212%다. 같은 기간 45%의 성장을 기록한 코스트코를 4배 이상 앞서는 수치다.
트레이더스는 공격적 출점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했다. 지난해 월계점, 스타필드시티부천점, 명지점 등 3개 점포를 연 데 이어 지난달에는 안성점을 열면서 16개 매장을 운영중인 코스트코에 비해 인프라 면에서는 우위에 섰다.
코스트코와 달리 회원제를 운영하지 않는 전략도 적중했다. 창고형 할인정의 장점을 십분 살린 대단량 상품 저마진 운영 정책은 회원제라는 허들이 사라짐과 시너지를 이뤄 빠른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확산된 생필품 니즈 폭발 및 집밥 문화의 확산은 고객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트레이더스로 향하게 됐다.
이에 코스트코도 반격에 나섰다. 코스트코는 현재 김해, 청라, 고척 등 3개 점포 추가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김해점은 현재 매출 세계 1위인 양재점 수준의 초거대 규모로 오픈할 예정이다.
이들은 '맞불 경쟁'도 불사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지난 2015년 용인 구성점 인근에 공세점을 열며 트레이더스에 대한 본격적 견제에 들어갔다. 또 지난해에는 트레이더스 하남점에 인근에 코스트코 하남점을 오픈했다. 트레이더스 또한 코스트코 일산점, 상봉점과 인접한 지역에 킨텍스점과 월계점을 출점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업계는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의 경쟁이 한동안 코스트코가 앞서 나가고 트레이더스가 빠르게 따라가는 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트레이더스가 빠른 속도로 좁혀나가고 있지만 분명한 매출 격차가 있고, 회원제를 통해 충성 고객을 널리 확보하고 있으며 '커클랜드' 등 자체브랜드(PB) 브랜드 운영 역량이 앞서는 코스트코가 단기간에 추격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이다.
또 창고형 할인점이 대량 구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앞세워 코로나19의 타격을 피해가고 있는 만큼 출점 경쟁 열기도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량판매의 특성 상 인근 상권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외곽 출점도 가능해 유통법 규제를 다소 비켜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꼽았다.
트레이더스가 최근 들어 급속도로 PB상품을 선보이며 추격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레이더스는 최근 자체 브랜드 'T 스탠다드'를 선보였다. 또 높은 호응을 얻은 바 있는 커피 구독 서비스에 이어 피자 구독 서비스를 론칭하고, 해외소싱 등 차별화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등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에서는 코스트코에 비해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가 개척한 국내 창고형 할인점 시장은 대량 구매, 저렴한 가격 등의 강점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해 무시할 수 없는 주류 유통 시장이자 고성장 신규 사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며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의 경쟁이 시장을 보다 키운 것이 사실이며, 앞으로도 이 같은 경쟁 구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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