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글로벌 OTT 5개 육성?…하나면 충분했다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정부는 지난 6월 '혁신 성장을 견인하는 디지털 미디어 강국'을 비전으로 '범부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2년까지 국내 미디어 시장규모 10조원 ▲콘텐츠 수출액 134억2천만달러(한화 약 16조2천314억원) ▲글로벌 플랫폼 기업 최소 5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중 글로벌 OTT 육성은 과도한 목표 설정이라는 지적도 따랐으나 해외 진출한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해외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의도로 보다 강조됐다.

정부의 이같은 자신감은 K-OTT 플랫폼 시장이 국내 굴지의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상파3사와 SK텔레콤이 합작한 '웨이브', CJ ENM과 JTBC의 '티빙', 독자 자생해오고 있는 '왓챠'뿐만 아니라 네이버의 '네이버TV', 카카오M '카카오TV'에 이어 온라인유통사업자인 '쿠팡'도 '쿠팡플레이(가칭)'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현재 K-OTT의 성공을 낙관할 수 없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 넷플릭스는 이미 국내 요소 시장 깊숙히 침투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의 넷플릭스 의존도도 그만큼 커졌다.

더군다나 내년에는 디즈니 플러스와 아마존 프라임, HBO맥스 등 쟁쟁한 글로벌 OTT의 한국 상륙이 예고된 상태다.

그와는 달리 범부처 발전방안까지 수립한 정부의 행보는 시간이 흐를수록 꼬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약속한 것과 달리 OTT에 대한 엇갈린 정책방안을 추진하면서 경제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정책적 불확실성까지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해외 OTT 플랫폼에 대한 국내 콘텐츠 시장 종속화가 이뤄질 것이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시기일수록 오히려 태세를 정비하고 보다 명료한 목표를 재설정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보다 현실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재설계할 수 있는 시기다.

이에 5개 글로벌 OTT 육성이 아니라, 소위 '올포원(All for One) OTT 전략'을 제안한다. 이미 업계에서는 나홀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OTT가 플랫폼임을 감안했을 때 하나의 플랫폼 내 멀티 OTT 규합도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이다.

대표적으로 '로쿠(ROKU)'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로쿠는 셋톱박스 기반의 다양한 OTT를 제공해주는 사업자다. 로쿠의 셋톱박스를 구입해 TV에 연결하면, 넷플릭스와 애플TV, 아마존 프라임, 유튜브TV, HBO나우 등 여러 OTT를 한꺼번에 시청할 수 있다.

사업모델은 셋톱박스 판매 이외에 각 OTT의 월 구독료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지급받는다. AVOD로 편성된 OTT 사업자가 있다면 콘텐츠 사이에 광고시간을 편성받아 수익을 얻기도 한다.

만약, 이같은 구조를 활용한 '한국형 로쿠'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면 한류 콘텐츠 역량을 우리의 플랫폼으로 결집시키는 한편, 각 OTT별로 구독자 유인뿐만 아니라 수익도 얻어갈 수 있다. 월 구독시장에서의 성공은 결국 가입자 유치에 달려 있으니 초기 시장 진입에서 유리할 수 있다.

각 K-OTT를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정부 주도의 TF 마련도 대안이다. 해외 진출을 위한 플랫폼과 진출국의 빅데이터, 마케팅,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등에 금전적, 정책적 지원도 기대된다. 이 바탕 하에 각각의 K-OTT가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꾸리는 셈이다.

안착과 더불어 플랫폼에 담길 콘텐츠의 현지화 역시 병행해야 한다. 좋은 조건은 이미 마련돼 있다. K-콘텐츠만큼 각광받고 있는 시장이 바로 'K-포맷'이다. 각 K-OTT 콘텐츠가 가진 포맷을 활용해 현지 내 각각의 스튜디오 구축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통한 각 사업자간 차별화도 꾀할 수 있다.

지난 16일 개최된 'OTT시대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과 정책이슈' 세미나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해외 포맷 수출 성과 및 의의'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민다현 CJ ENM 해외사업 2팀장은 "2011년 해외 포맷을 수입해왔던 우리나라는 2015년 중국 시장에 '아빠 어디가'와 '런닝맨' 등의 포맷 수출로 인해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민 팀장에 따르면 방송포맷 수출액은 2013년 방송사 전체 비중 1%에 그쳤지만 2016년 16%로 급격히 확대됐으며, 최근 중국뿌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큰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곳에서도 K-포맷이 각광받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형 로쿠'가 진출해 있는 해외 시장에서 K-포맷을 통해 현지 정부와 제작사 등과 함께 스튜디오화를 이루게 된다면 각 국가에서의 시너지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OTT 사업자를 기존 전통적 미디어인 지상파와 케이블TV, IPTV에 끼워넣기 바쁘다. 가입자 500만도 채 되지 않는 OTT 사업자들에게 가입자 3천만명 이상의 유료방송사,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된 지상파보다 엄격한 잣대를 대려고 한다. 게다가 이를 위해서 각 부처가 자리 싸움하는 모습까지 지켜봐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지난 6월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생태계발전방안에 대해 재논의할 것을 당부한다. 현재 산재된 각각의 전략을 다시 하나로 규합할 필요가 있다. 한 부처의 독단적 일방통행이 아닌 솔선수범하는 '올포원'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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