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네이버나 카카오에 직접 계좌를 개설해 급여 이체나 카드 대금 결제, 송금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디지털 금융 성장을 가로막고 있던 규제를 완화해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입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금융 신사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한 법안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 업체들이 전방위적인 금융 영역 확장이 예상된다.
◆마이데이터+마이페이먼트+종합지급결제=원스톱 금융
데이터 3법 시행에 따른 '마이데이터' 사업에 이어 전금법 개정안으로 신설된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 '종합지급결제사업'까지 시행될 경우 금융사가 아닌 빅테크 ICT 업체들도 그에 준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선불 충전금의 한도가 500만원까지 늘어나고, 간편결제 시에 신용카드와 같은 후불결제 한도가 30만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라며 "여기에 자체적으로 종합지급결제 계좌까지 만들 수 있게 되면 여·수신을 빼고는 웬만한 은행 업무가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앞으로 도입될 신규 핀테크 사업권을 보면 마이데이터는 금융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분석해 금융 자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여러 금융상품을 비교해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도 할 수 있다.
마이페이먼트의 경우 지급 지시와 이체가 가능한데 고객 자금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고객이 결제·송금 지시를 내릴 경우 금융사에 이체를 실시하도록 하는 업종이다.
여기에 '핀테크 끝판왕'이라고 일컬어지는 종합지급결제사업은 빅테크 회사들이 직접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계좌를 개설하는 거까지 허용한다. 다만 계좌 잔액에 대해 이자를 주거나 대출을 하는 여 ·수신 업무만 할 수 없다.
현재 '네이버 통장' '토스 마이너스 통장' 등 빅테크의 이름을 딴 통장은 증권사나 은행과 제휴해 개설되는 것인 반면, 앞으로는 직접 네이버가 계좌를 개설하는 것까지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빅테크들이 이 같은 마이데이터와 마이페이먼트, 종합지급결제 사업권을 전부 결합할 경우에는 기존 금융사 못지 않은 '금융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김혜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수신 업무는 막혀 있지만 선불 충전금에 대해서는 추가 포인트 등의 리워드를 제공할 수 있으며, 30만원까지 가능해진 소액 후불결제는 일종의 대출 개념이 될 수 있다"며 "기존 금융사가 제공했던 수신, 대출, 결제, 자산관리 등의 사업영역을 이런 라이센스를 통해 빅테크들이 일부분 대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라고 풀이했다.
최소 자본금을 200억원 이상 갖춰야 하는 등 높은 허들이 있지만 이미 엄청난 몸집을 보유한 기존 빅테크 기업이 자격 요건을 갖추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카카오페이 증권, 토스 증권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인수·설립한 금융 계열사를 통해 금융지주들과 같은 계열사 시너지까지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금융권보다 높은 플랫폼과 빅데이터 경쟁력 갖춰
빅테크 기업의 강점은 높은 디지털 및 플랫폼 경쟁력과 금융 외의 생활 밀착 서비스에서 축적된 빅데이터 등이다. 특히 금융 데이터는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등을 통해 활짝 개방된 상황에서 빅테크 자체적으로 보유한 데이터와 결함될 경우 더 파괴력 있는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카카오의 경우 누적 가입자 1억명을 넘어선 카카오톡이나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 공동체의 비금융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상품구매 과정을 혁신하듯 고객을 좋은 금융상품에 연결해주는 금융 플랫폼으로써의 역할과 고객의 수요를 파악해 상품개발까지 할 수 있는 금융혁신 서비스를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역시 네이버에서 서비스하는 영수증, 자동차, 부동산, 지식인 등의 데이터와 금융 정보를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일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출시한 소상공인용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38만 소상공인을 통해 확보된 실시간 매출, 반품률, 고객만족도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안 신용평가시스템을 만들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존 금융권에서 신용등급 평가가 애매해 대출이 어려웠던 소상공인들에게 대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금융사들이 놓쳤던 신파일러(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어 신용등급이 낮은 계층)를 대상으로 혁신 금융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라고 전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