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핑크뮬리가 생태계 교란? 아직은 성급한 판단"


(인터뷰) 김명회 산내식물원 대표 "식물에 대한 관심과 연구,교육이 필요할 때"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몽환적인 분홍빛 배경으로 SNS를 통해 사진찍기 좋은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이곳저곳의 '핑크뮬리' 군락지들.

국내에서 생소했던 식물인 핑크뮬리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최근 1~2년 사이다. 그러나 핑크뮬리가 한국에 들어 온 지는 10년도 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국내 처음 핑크뮬리가 들어오고 보급되기까지 10년의 시간을 함께한 이가 충남 천안 병천 소재 산내식물원 김명회(53) 대표다. 김 대표는 식물원을 운영하면서 지피, 수생식물 등 2만8000여 종의 조경식재용 식물을 재배하고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전문가로 환경자원학 박사학위를 지니고 있다.

산내식물원 김명회 대표가 핑크뮬리 국내 도입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이숙종 기자 ]

◆ 10년 전 한국에 온 핑크뮬리..."초기엔 기후 탓에 자라지 못해"

김 대표는 "해외 자생식물인 핑크뮬리가 처음 국내에 들어 온 게 벌써 10년 정도 됐다"며 "당시 국내 모 대기업 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골프장을 찾았다가 핑크뮬리의 아름다움에 반해 국내 골프장에 식재하기로 하고 5만본을 계약해 들여 온 것이 시초"라며 핑크뮬리 식재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골프장 조경을 맡았던 김 대표는 "생소했던 식물이라서 들여올 때만해도 국내에서도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될 지는 미지수였다"며 "국내 한 골프장에 심기로 하고 골프장을 조성하면서 이를 건설 현장 사무실 앞에 우선 시범 단지를 만들어 심어보면서 생육 환경을 알아보기로 했었다"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핑크뮬리는 본래 미국의 서부나 중부의 따뜻한 지역의 평야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국내에 들어 온 핑크뮬리는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는 한국의 추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해 두 차례나 고사했다. 골프장 식재에 어려움이 따르면서 결국 수입해 온 5만본이 폐기 될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러나 김 대표는 생육에 맞는 환경을 찾으며 지속적으로 핑크뮬리 성장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온난화 현상이 두드러지던 5년 전부터 제주도를 중심으로 생육 조건이 갖춰지며 점차 핑크뮬리가 우리나라 지형에서도 점차 안정화기에 접어들자 재배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겨울 혹한이 덜해지면서 중부권역까지 생육이 가능해졌고 10년 전 국내에 들어 온 핑크뮬리는 5년이 지난 2015년 이후부터 재배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천안의 한 외곽에 있는 핑크뮬리 조성지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정종윤 기자 ]

◆ 인기는 잠시, 또 고사 위기에 놓인 핑크뮬리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높아지면서 지자체마다 핑크뮬리 재배에 나섰다. 그러나 인기도 잠시 또 다시 고사 위기에 놓였다. 이번엔 기후 탓이 아닌 국정감사를 통해 위해성 논란이 제기 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생태계 위해성 1급인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 기후변화에 적응해 번식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유해성 2종으로 지정했다. 환경부의 이 같은 지정에 따라 각 지자체에 '핑크뮬리를 베어내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자연 번식을 한 사례는 없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 내려진 지침인데 핑크뮬리가 국내 첫발을 내 딛을 때부터 함께 했던 김 대표는 이 같은 정부 지침은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평가했다.

지켜봐야 할 식물임은 틀림없지만 당장 군락을 이룬 핑크뮬리를 다 베어서 씨를 말려야 한다는 것은 과하다는 얘기다.

월동에 고사해버릴 정도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식물이고 10년 넘게 핑크뮬리를 연구하고 길러 본 결과 국내 기후로는 자연 번식이 이뤄질 가능성 역시 낮다는 것.

비용과 예산을 들여 지자체의 관광명소로 조성해 둔 핑크물리 조성지를 정확한 연구와 진단 없이 무작정 베어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김명회 대표가 핑크뮬리 생육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이숙종 기자]

◆ "식물을 몰라서 생기는 일이 더 이상은 없도록"

김 대표는 "지자체 모든 핑크뮬리를 베라는 지침은 핑크뮬리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핑크뮬리에 대한 논란은 예견된 일" 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식물 연구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더욱 절실해 지는 이유다. 국내 품종과 해외 품종의 자생과 생육 등에 대한 연구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자주 식물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교육적 토대 마련도 필요하다. 몰라서 베어지고, 천대 받는 식물과 나무를 볼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식물에 대한 이해가 없어 벌어지는 안타까운 사례로 제주 왕벚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벚꽃은 일본' 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국내 벚꽃은 일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제주의 왕벚나무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벚나무의 기원이 됐다거나 일본산 벚나무를 한국에 식재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우리 벚나무와 일본의 벚나무는 유전학적으로 전혀 다른 종이라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벚나무보다 우리나라 왕벚이 수명도 길고 튼튼한 종이다. 벚꽃이 필때마다 '일본을 상징', '일본의 잔재'라고 여기며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없다. 사실 우리 벚나무가 일본 종보다 훨씬 우월한 것"이고 말했다. 우리 품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교육의 중요성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대목이다.

◆ 식물, 가까이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이 필요

김 대표는 식물에도 교육적 가치를 두고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교육과 연구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 앞서 우선 식물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파트 내 공원이 있다고 하면 집값이 오르는 조건이 되지만 숲을 밀어내고 아파트를 짓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지자체도 도심 속 힐링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면서 공원과 숲을 조성하는 것에는 인색한 부분들이 있다"며 "우리도 깨끗한 환경의 중요성을 매번 외치지만 숲과 나무 식물 등 자연은 삶이 가치 중 가장 하위개념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도심에도 자연스럽게 식물과 교감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덧붙였다.

천안=이숙종기자 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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