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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로이드 가설은 틀렸다. 과산화수소가 치매 원인"


IBS-KIST, 중증 반응성 별세포의 치매 유발 기전 밝혀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이 10일 오전 세종시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열린 연구성과 브리핑에서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한 '과산화수소'를 들어보이고 있다.[과기정통부 제공]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이 10일 오전 세종시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열린 연구성과 브리핑에서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한 '과산화수소'를 들어보이고 있다.[과기정통부 제공]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치매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시험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아밀로이드 가설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반응성 별세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치매 유발 메커니즘을 확인했다고 발표해 주목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과 KIST 뇌과학연구소 류훈 단장 공동연구팀은 '중증 반응성 별세포에서 과량 생성되는 과산화수소에 의한 산화스트레스가 치매 발병의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를 17일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했다.(논문명 : Severe reactive astrocytes precipitate pathological hallmarks of Alzheimer's disease via H2O2-production)

중증 반응성 별세포에 의한 신경세포 사멸 및 치매 병증 유도 기작 설명그림. 별세포는 독소에 노출되면 이에 반응하여 반응성 별세포로 기능이 변화하고,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유도되었을 경우, 신경세포 사멸을 포함한 치매 병증이 촉진된다. 이 과정에서 마오비 (MAO-B) 효소의 활성 증가 및 과산화수소 생성이 이러한 치매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IBS]
중증 반응성 별세포에 의한 신경세포 사멸 및 치매 병증 유도 기작 설명그림. 별세포는 독소에 노출되면 이에 반응하여 반응성 별세포로 기능이 변화하고,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유도되었을 경우, 신경세포 사멸을 포함한 치매 병증이 촉진된다. 이 과정에서 마오비 (MAO-B) 효소의 활성 증가 및 과산화수소 생성이 이러한 치매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IBS]

치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질병으로, 치매 후기 단계에 신경 세포 사멸이 시작되면 치매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신경세포 사멸 전 단계의 원인과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치매 원인 물질로 지목한 아밀로이드 가설은 지난 수 년간 치매치료제 개발의 근간이었으나 잇따른 임상실패로 힘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밀로이드베타를 효과적으로 제거한 후에도 중증 치매가 지속되는 현상, 반대로 아밀로이드베타가 많이 생겼는데도 치매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 경우 등이 아밀로이드베타와 치매의 인과관계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별세포(astrocyte, 성상세포)는 우리 뇌의 70~90%를 차지하는 비신경세포다. 평소에는 신경세포의 이온농도를 조절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등 뇌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치매를 비롯한 뇌질환에서 독소에 노출되면 별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하고 다양한 기능적 변화를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가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별세포의 상태가 변하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별세포의 상태를 '반응성 별세포'라고 한다.

연구진은 반응성 별세포가 치매 초기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자체 개발한 반응성 별세포 유도 실험동물을 통해 반응성의 경증 또는 중증도에 따른 신경세포 사멸효과를 실험했다. 그 결과 '경증 반응성 별세포'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반면, '중증 반응성 별세포'는 비가역적으로 수와 크기가 증가하면서 주변 신경세포를 죽이고 치매를 진행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중증 반응성 별세포에 의해 치매가 유발되는 분자적 기전도 밝혔다. 연구진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하면서 모노아민의 분해를 촉진하는 효소인 '모노아민 산화효소 B (MAO-B)' 단백질이 별세포가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활성화되며, 이로 인해 활성 산소의 한 종류인 과산화수소가 과다 생성되면서 '중증 반응성 별세포’ 뿐만 아니라, 뇌염증, 질산화 스트레스, 타우 병증 등을 유도해 신경세포를 사멸시킨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새롭게 개발한 반응성 별세포의 반응성 조절 모델을 통해, 뇌의 ‘경증 반응성 별세포’는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반면, ‘중증 반응성 별세포’는 비가역적으로 신경세포를 사멸시키고 치매를 진행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IBS]
연구진은 새롭게 개발한 반응성 별세포의 반응성 조절 모델을 통해, 뇌의 ‘경증 반응성 별세포’는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반면, ‘중증 반응성 별세포’는 비가역적으로 신경세포를 사멸시키고 치매를 진행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IBS]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향후 MAO-B 또는 과산화수소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매 진단 및 치료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가 치매 원인을 규명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치매 초기의 반응성 별세포를 진단하는 기술과, 반응성 별세포를 정상 별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

논문 제1저자인 전희정 IBS 선임연구원은 "뇌의 독성물질과 함께 스트레스, 뇌손상,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 증가로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막으면 치매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창준 단장은 "치매를 비롯한 다양한 뇌질환에서 반응성 별세포가 관찰되고 있음에도 기존의 치매 연구는 아밀로이드베타에만 집중돼 왔다"면서 "이번 연구는 아밀로이드베타 보다는 오히려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치매 유도의 핵심 요소임을 처음으로 증명해 기존 가설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부분을 밝혀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단장은 또한 "이번 연구가 아밀로이드 가설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치매의 부산물로만 여겼던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사멸의 주요 원인임이 밝혀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반응성 별세포와 아밀로이드 베타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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