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PBR은 잊어라"…코스피200 기업 55% '청산가치 못 미쳐'


PBR 1배 미만 기업, 2007년 이후 5배 급증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기업의 성장에 가치를 두고 움직이는 만큼 전통적인 기업가치 평가기준 중 하나였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사실상 지표로써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200 편입 종목 가운데 3곳 이상의 증권사가 12개월 선행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145개사 중 80개사(55.17%)의 PBR이 1배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PBR은 시가총액을 '주주들의 몫'이라 할 수 있는 순자산(자산-부채)으로 나눈 투자지표다. PBR 1배 미만 기업은 보유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청산할 경우의 가치보다 현재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PBR이 낮을수록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실적이 탄탄한 기업의 경우 가치투자를 위한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KB금융지주(0.39배) 신한지주(0.36배) 하나금융지주(0.30배) 우리금융지주(0.29배) 등 금융지주사의 PBR 수치가 크게 낮았다. 3대 통신사인 SK텔레콤(0.69배) LG유플러스(0.65배) KT(0.39배)도 PBR 1배에 크게 못 미쳤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자인 현대차(0.62배), 기아차(0.64배)와 S&T모티브(0.92배) 현대모비스(0.60배) 현대위아(0.35배) 넥센타이어(0.33배) 등 자동차부품 관련주의 주가도 시장에선 청산가치보다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PBR이 낮으면 '싼 주식'이라며 가치주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싼 주식이 너무 많아져서 PBR이 낮다고 해서 투자매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가가 싸다는 사실 자체가 가치를 가지려면 비싼 주식이 너무 많고 싼 주식은 별로 없을 때 통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에프앤가이드와 SK증권 등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업 중 PBR 1배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지난 2007년 10.6%(10월 말 기준)였지만, 현재는 다섯배나 늘어 55.17%까지 높아진 상태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11.21배) 한올바이오파마(9.09배) 셀트리온(8.91배) NAVER(5.35배) 카카오(5.13배) 엔씨소프트(4.36배) 포스코케미칼(4.77배) LG화학(2.81배) 등 이른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에 속하는 종목들은 여전히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업종과 종목별로 성장성이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유지하며 주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들에 대한 가치평가가 유형자산에서 지적재산권(IP)이나 브랜드 가치, 매출규모와 같은 무형자산으로 그 중심을 옮기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시장에서 FAANG(페이스북·아마존닷컴·애플·넷플릭스·구글)으로 대표되는 주도주로의 쏠림은 심화하고 있다"며 "애플의 시총이 소기업 2천개를 대표하는 러셀2000을 앞서는 등 나스닥 핵심 5대 회사가 전체 시장의 50%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투자자들은 성장성에 높은 가치를 매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성장주가 여전히 증시를 주도하는 만큼, 국내 증시에서도 성장주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도 성장에 대한 뚜렷한 기대나 확실한 정책적 지원이 예상되는 업종이나 종목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수급 관점에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와 LG화학 등 성장주, 친환경 정책 수혜 종목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 stare@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PBR은 잊어라"…코스피200 기업 55% '청산가치 못 미쳐'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