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이산화탄소 분자가 로듐(Rh) 촉매 표면에서 분해되는 순간을 처음으로 국내 연구팀이 직접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유용한 물질로 만들 수 있는 실마리가 풀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단장 유룡) 박정영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문봉진(GIST 물리·광과학과), 김현유 교수(충남대 신소재공학과) 연구팀과 함께 이산화탄소 분자가 로듐(Rh) 촉매 표면에서 분해되는 순간을 처음으로 직접 관찰했다. 지구 가열화(Heating)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유용 물질로 전환할 수 있는 화학반응의 직접 증거를 제시했다.
지구 가열화를 불러오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메탄 혹은 메탄올과 같은 청정 연료로 전환한다면 지나친 석유 의존을 극복하고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이산화탄소(CO2)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어서 전환에 높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CO)와 산소(O)로 분해시키는 초기 과정에는 수십 기압에 이르는 고압 반응이 필요하다.
최적 반응경로 설계와 전환 효율 향상을 위해 이산화탄소의 분해 메커니즘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분광학적 분석 등 제한적 증거만 제시됐다. 이산화탄소 분해과정의 화학적 메커니즘을 원자 수준에서 정확히 밝힌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실제 반응환경에서 이산화탄소 분해과정을 실시간 관찰하고자 했다. 크기가 수 옹스트롬(Å, 100억 분의 1미터)에 불과한 이산화탄소 분자는 화학 반응기 내부 압력이 충분히 증가하면 촉매 표면에서 스스로 구조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예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실험에 착수했다.
먼저 연구팀은 머리카락 두께의 10만 분의 1 해상도를 가지는 상압 주사터널링현미경(AP-STM)을 활용해 로듐 촉매 표면에 맞닿은 이산화탄소 분자의 변화를 관찰했다. 관찰 결과 가로, 세로 폭이 각각 2~5나노미터(nm, 10억분의 1m)인 로듐 촉매 표면에서 이산화탄소 분자들이 서로 충돌하다 결국 일산화탄소로 분해됐다.
김현유 충남대 교수는 “우리가 살아가는 상압 환경은 크기가 작은 이산화탄소 분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에너지를 공급받는 고압 환경”이라며 “주변 압력으로 단위 면적 당 분자 간 충돌횟수가 비약적으로 높아지며 분자가 불안정해지고 최종적으로 분해에 이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연구팀은 ‘거대 빛 현미경’으로 불리는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로듐 촉매 표면의 미세한 화학 결합 에너지 변화를 측정했다. 이를 통해 상압 환경에서 반응 시작 후 일산화탄소가 서서히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조변화를 일으킨 이산화탄소의 전자구름 밀도 차이가 로듐 촉매 표면에서 극대화됨을 발견했다. 로듐 촉매의 표면에서 이산화탄소의 분해가 시작된다는 증거를 제시한 셈이다.
문봉진 GIST 교수는 “지구 가열화 원인으로 지적받는 이산화탄소의 효과적 제거와 활용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의 분해 메커니즘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실험과 계산과학의 공동연구로 표면 이산화탄소의 변화를 원자 수준에서 관찰하고, 후속 연구를 위한 표준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영 IBS 부연구단장은 “이산화탄소가 촉매 표면에서 스스로 분해된다는 이론은 오래전 제시됐는데 실험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아 40여 년 동안 난제로 여겨졌다”며 “앞으로 이산화탄소의 전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연결고리를 규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11월 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 판(논문명:How Rh surface breaks CO2 molecules under ambient pressure)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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