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체제로 전환되는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랜차이즈 체제 속 라이엇게임즈가 리그 참가 팀들에게 중계권과 리그 수익 등을 공유하고, 장기적인 스폰서 유치를 위한 바탕이 갖춰지면서 팀 운영 차원에서 이전보다 전반적으로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기존 프랜차이즈화를 진행한 해외 리그가 보다 안정화됐다는 좋은 전례도 있다.
다만 LCK에 프랜차이즈가 보다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라이엇게임즈는 내년부터 프랜차이즈화되는 LCK에 참가할 10개 팀을 지난 2일 최종 확정했다. LCK는 앞으로 라이엇게임즈와 리그에 참여하는 각 팀이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고 운영 수익을 공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지난 4월 라이엇게임즈가 공식적으로 LCK의 프랜차이즈화를 발표한 이후 프랜차이즈 리그를 준비하기 위한 절차가 이뤄졌다. 20곳이 참가 지원서를 냈고 라이엇게임즈는 심사 끝에 9월 말 10곳의 우선협상대상 팀들을 발표했다. 최종 합류한 기업은 ▲브리온이스포츠 ▲샌드박스게이밍 ▲아프리카프릭스 ▲에이디이스포츠 ▲케이티스포츠 ▲팀다이나믹스 ▲한화생명보험 ▲DRX ▲젠지 이스포츠 ▲SK텔레콤 CS T1(이상 가나다순)이다.
올해 LCK 참가 팀 중에서는 설해원 프린스의 모기업인 에이피이스포츠가 탈락했고 대신 2부리그 격인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뛰었던 브리온이스포츠(하이프레쉬 블레이드)가 선정됐다. 이들은 앞으로 5년간 가입비 100억원(기존 LCK팀 기준)을 내야 하며 이 중 1차 가입분담금은 지난달 납부했다.
LCK의 프랜차이즈화에 대한 논의는 올해 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LoL(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 중 북미(LCS)와 중국(LPL)은 2018년, 유럽(LEC)는 2019년 프랜차이즈제를 도입했다. 라이엇게임즈 측도 LCK의 프랜차이즈화가 적절한 시기에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주요 리그 중 가장 늦은 올해 들어 프랜차이즈 도입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부분 LCK의 프랜차이즈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 가장 큰 요인은 수익 증가에 대한 기대다. 기존에 팀별로 주어지던 지원금은 폐지되지만 중계권과 리그 스폰서 수입, LCK 차원의 신규 사업을 통한 매출 등이 각 팀에 균등하게 분배된다. 높아진 수익 등을 토대로 각 팀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스폰서 유치 등 각종 마케팅 활동에 나설 수도 있다.
아놀드 허 젠지 e스포츠 한국지사장은 "오랜 기간 e스포츠는 게임 퍼블리셔나 e스포츠 팀을 운영하는 대기업의 마케팅 조직 수준으로만 간주됐다"며 "프랜차이즈화로 퍼블리셔와 기업 양쪽에서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팀과 리그를 지원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LCK 프랜차이즈로 보다 많은 스폰서들이 도입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내년 시즌 LCK 참가 팀 가운데 스폰서 중 글로벌 기업이 포함된 팀은 SKT T1(나이키·BMW·삼성전자), 젠지 e스포츠(푸마), DRX(레드불) 등이 있다.
최근 들어 카카오, 농심, 한국야쿠르트 등 국내 대기업들이 LCK 팀에 본격적으로 후원하기 시작했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붙은 LPL 등의 유명 팀들과 비교하면 아직 기업 자본 유입이 미미하다는 평가다. 올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팀인 담원 게이밍 역시 눈에 띄는 스폰서는 게이밍 주변기기 업체인 로지텍 정도다.
박성희 한국외대 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각 팀들은 확실히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스폰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토대로 리그 자체의 상품성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같은 맥락에서 담원 게이밍이 최근 '롤드컵'에서 우승한 것은 LCK 프랜차이즈가 빠르게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유출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를 시행 중인 LCS와 LPL, LEC는 안정적으로 리그가 운영 중이다.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면서 몇몇 인기 팀들은 거액의 이적료를 내고 LCK 국내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기도 한다. 프랜차이즈화 이후 LCK 선수들의 최저연봉은 6천만원으로 오른다. 전반적인 팀 수익도 오르면서 스타 선수들을 더 좋은 조건으로 잡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석 브리온 e스포츠 단장은 "선수들의 최저연봉이 인상됐다는 점이 고무적이고, 기대대로 구단 수익이 늘어난다면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처우도 좋아질 것"이라며 "보다 많은 선수들이 한국에 남아서 LCK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 이 같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프랜차이즈에 대한 여전한 우려도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꼽히는 것은 승강전 폐지로 인한 부작용이다.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시작해 3년 만에 LCK와 롤드컵 정상을 거머쥔 담원 게이밍과 같은 사례를 볼 수 없게 되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몇몇 중하위권 팀이 강등 걱정이 없다는 이유로 성적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승강전이 없는 프랜차이즈 체제의 고질적 문제점이다. 야구, 농구 등 프랜차이즈를 진행 중인 스포츠에서는 다음해 상위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얻기 위해 일부러 성적을 경시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탱킹'이라는 용어도 있다. LCK에는 드래프트 제도가 없으므로 이러한 목적으로 탱킹을 하는 경우는 없겠지만, 프랜차이즈화에 부정적인 일부 팬들은 여전히 리그의 긴장감이 사라질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나 사업을 게을리해 계속 하위권을 맴도는 팀에게는 제재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LCS가 8개 시즌에서 9위 혹은 10위를 4번 이상 기록하면 리그 퇴출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하는 규칙을 못박았는데, LCK에도 이 같은 규칙이 도입될 전망이다.
LCK의 내수 시장이 LEC나 LPL 등에 비해 확연히 작다는 점도 변수다. 이 때문에 처음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프랜차이즈 가입비를 100억원으로 정했을 때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가입비 자체는 LPL이나 LEC와 동일한 수준이지만, LCK는 이들보다 내수 시장 규모가 훨씬 작다는 점에서 프랜차이즈화를 한다고 해서 바로 각 팀들의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낙관은 섣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엇게임즈는 LCK의 해외 시청자 수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월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2020 LCK 서머의 영어·일본어·프랑스어 방송 평균 시청자 수가 전년 대비 각각 40%, 56%, 48% 늘었다. 403만여명의 일평균 순 시청자 수 중 67%는 해외 시청자로 추산됐다. 그만큼 해외 중계권 수출로 인한 막대한 수익을 거둘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다.
결국 LCK 프랜차이즈의 안착 여부는 초기 LCK가 안정적인 수익 등에 대한 가능성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에 갈릴 전망이다. e스포츠 공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이도경 이상헌(더불어민주당·울산 북구) 의원실 비서관은 "프랜차이즈를 시행 중인 다른 리그와 비교했을 때 LCK가 내수 시장이 작음에도 참가 팀들이 기존 리그들과 비슷한 수준의 가입비를 지불했다"며 "이런 점에서 첫 해에는 일단 LCK 프랜차이즈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시장 곳곳에 확인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LCK에 연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LPL이 e스포츠 최초로 지역 연고제를 시행하는 중이다. 원래 프랜차이즈는 지역 연고와 밀접한 관련에 있는 개념이다. 이는 현재 대전, 부산, 광주 등 지역 대도시에 e스포츠 상설경기장이 건설되고 있다는 점과 맞물린다.
박성희 교수는 "연고제를 바탕으로 전국으로 저변을 확대하게 되면 더욱 완전한 의미의 프랜차이즈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지역 곳곳에도 e스포츠 팬들이 많은데 추후 완공될 지역 상설경기장에서 경기가 정기적으로 열리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LCK 흥행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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