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내년 '유동성 갈증' 온다" 은행들 제로금리 시대에도 수신금리 인상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순수저축성예금 금리 10개월만에 반등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시중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조금씩 올리고 있다.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행들이 수익성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비밀은 유동성에 있다. 내년부터 당국의 규제 유예 만료 기간이 속속 도래하는데,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주 청약 이슈 등으로 현금이 대거 빠져 나가면서 '유동성 갈증'이 찾아온 것이다.

3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0.88%로 전월 대비 7베이시스포인트(bp) 상승했다.

저축성수신금리는 순수저축성예금 금리와 시장형금융상품의 금리를 바탕으로 책정된다. 9월 들어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가 다소 오르면서 시장형 상품의 금리도 덩달아 5bp 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순수저축성예금 금리가 7bp나 올랐다는 것이다. 순수저축성예금은 은행의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품 등의 금리를 말한다. 큰 폭은 아니어도 은행들이 수신 상품의 금리를 알게 모르게 올렸다는 뜻이다.

올 상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림으로써 한국도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은행들이 수신 상품 금리를 올린 건 이례적인 일이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은행들도 예대 마진 방어를 위해 수신상품의 금리도 내리기 때문이다. 실제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순수저축성예금 금리는 지난달 8월까지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금리별 정기예금 상품 비중을 봐도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 예금은행 금리수준별 여수신비중을 보면 지난 8월 금리가 연 0.75% 미만인 정기예금 상품의 비중은 35.4%였는데 9월엔 29.2%로, 0.75% 이상 1% 미만 상품은 48.9%에서 33.1%로 줄었다. 반면 1.00% 이상 1.25% 미만 상품의 비중은 15%에서 36.8%로 늘었다.

상승 배경으로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꼽을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LCR 규제를 내년 3월까지 ▲외화는 80%에서 70% ▲통합은 100%에서 85%로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LCR이란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에 대한 고유동성자산 비율인데, 수치가 높을수록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도 은행 자체적으로 버틸 힘이 크다는 의미다.

7월 기준 국내 시중은행의 통합 LCR은 98.1% 수준이었는데, 일부 은행은 지난 9월말 기준 91.06~95.61%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금융 지원에 더해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주 청약 이슈까지 겹치면서 자금이 대거 빠져 나간 것이다.

예대율 규제도 한몫한다. 예대율이란 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로 100%가 넘어갈 경우 은행은 제재를 받는다. 당국은 예대율 규제가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 보고 내년 6월까지 5%포인트(p) 이내의 예대율 위반에 대해선 불이익이 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9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예대율은 98.6~100.5%인데, 통상 12월에 정기예금 만기 도래분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 관계자는 "9월 초에 공모주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기예금을 해약한 이들이 많았다"라며 "정기예금을 늘리면 예대율 방어는 LCR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순현금유출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연말에 맞춰 관리를 좀 하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수신 상품 금리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3월 이후부터 규제 유예가 끝나지만, 저축은행업계가 공모주 청약 환불금을 쓸어담기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여유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상호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는 전월 대비 0.15%p 오른 1.82%로 나타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수익성도 신경을 써야하는 시기라 유동성을 관리하면서 수익을 올릴 방법을 고민하는 시기다"라며 "다만 수익성과 유동성 중 하나를 포기하라면 수익을 꼽을 정도로 은행에게 유동성은 중요한 지표인 만큼, 정말 급할 경우 금리를 올리거나 특판을 해서라도 자금을 끌어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내년 '유동성 갈증' 온다" 은행들 제로금리 시대에도 수신금리 인상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