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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코로나19로 북적대는 도심공원...사라진 시민의식


천안신방공원...곳곳에 널린 쓰레기와 배설물로 '몸살'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대신 인근 공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늘었다. 때 아닌 인파가 천안 도심 속 공원으로 몰리고 있지만 이용객들의 시민 의식 부재로 공원은 제 기능을 잃은 채 몸살을 앓고 있다.

26일 오전 충남 천안 신방공원. 공원 벤치에는 먹다 남은 음료캔과 치킨 조각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또 먹다 버린 컵라면과 배달 음식, 음료 캔들로 공원 내 악취가 진동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아침마다 운동을 위해 이 곳을 찾는다는 오모 씨(70)는 “주말에는 이 곳이 공원인지 야유회 먹거리 장터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라며 "공원 아무곳에서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제대로 치우기나 할 것 같나. 아침에 공원에 오면 여기저기 쓰레기가 산을 이룬다"고 털어놨다.

천안신방공원 내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들

공원 화장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화장실을 들어서는 순간 악취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매일 담당 인력이 청소를 하고 있지만 이용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화장실 역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정선우(41·여)씨는 "용변을 본 휴지는 물론 공원에서 먹고 남은 음식물을 변기에 그대로 버리고 가는 경우도 부지기수" 라며 "화장실을 사용하러 들어갔다 너무 더러워서 그냥 나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모 씨(41·여)는 지난 주말 공원을 찾았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킥보드를 타던 아이들이 방향을 잃고 자신에게 달려들어 킥보드를 피하다 넘어져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이 씨는 "다행히 잔디밭 쪽으로 넘어져 크게 다치지는 않았는데 킥보드나 RC카가 갑자기 다가오면 위협적으로 느껴질때가 많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아이들은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부딪칠 위험이 크다" 며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에 어려움이 많아 공원을 찾는 것은 좋은데 안전 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려견 문제도 공원 내 단골 시비거리다. 반려견과 함께 공원을 찾는 사람 가운데 목줄을 풀어놓아 산책하는 이용객들에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목줄을 했다고 해도 활동적으로 뛸 수 있도록 목줄을 길게 늘어뜨리는 꼼수를 쓰는 견주들도 늘었다.

이정호(69)씨는 "개가 갑자기 달려들어 깜짝 놀라 견주에게 한 소리 했더니 '목줄을 했는데 무슨 문제냐'고 되려 화를 내더라"며 "목줄을 길게 늘어뜨려 개가 공원을 종횡무진 누빈다는 지적에도 '걱정말라 우리 개는 안 문다'며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고 토로했다.

'펫티켓을 지키자'는 안내문이 무색하게 잔디밭에 가득한 애견 배설물

반려견의 배설물도 공원 이용객들에게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민원이다. 배설물이 잔디밭이나 벤치 밑 등 쉽게 볼 수 있어 공원 미관을 헤친다는 불만이 속출한다. 천안시는 공원 곳곳에 안내문을 통해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놓거나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인력부족 탓에 제대로 된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도심 공원에서 악취를 유발하거나 쓰레기 무단배출, 반려견 관리 등에 대해 적극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무원의 인력 부족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시민들로 구성 된 감시단체를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발적으로 공원 내 쓰레기 수거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는 박모(69)씨는 "공원이 내 집 마당이라고 생각하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거나 개 배설물 뒷처리를 나몰라라 하지 않을 것" 이라며 "코로나19로 답답한 일상을 겪고 있는 점은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다. 멀리 가지도 못하고 공원으로 바람을 쐬러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웃들과 함께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천안=이숙종기자 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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