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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 달려간 ASML, 어떤 기업이길래?


EUV 노광장비 생산, 전 세계서 유일…물량 확보 경쟁에 '슈퍼 을'로 자리매김

[사진=ASML]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일이었던 지난 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세기에 몸을 실은 채 다급하게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으로 향했다. 반도체 장비 회사 ASML 본사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 중 ASML 본사를 방문해 7나노미터(nm·10억분의 1)이하의 EUV 장비 공급계획과 운영 기술 고도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과 버닝크 CEO는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Extreme Ultra Violet) 장비 공급계획 및 운영 기술 고도화 방안 ▲AI 등 미래 반도체를 위한 차세대 제조기술 개발협력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시장 전망 및 포스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미래 반도체 기술 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이 이처럼 나선 것은 파운드리 경쟁업체인 대만 TSMC가 ASML로부터 연말까지 EUV 장비 50대를 공급받는다고 밝히면서 점유율 격차 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삼성은 10대 안팎을 공급받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강점을 갖고 있는 EUV 공정을 보다 전면으로 내세워 인텔을 비롯한 신규 고객사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EUV 핵심 장비를 공급할 ASML과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ASML EUV 패터닝 기계 [사진=ASML 홈페이지]

ASML은 삼성전자, TSMC 등에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는 곳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슈퍼 을'로 불린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장비를 얼마나 확보하는 지에 따라 각 업체들의 점유율이 변화가 생길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서다.

이에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구현을 위해 EUV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2000년대부터 ASML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 및 장비 개발을 위해 협력해 왔다. 2012년에는 ASML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시가 2조 원 이상의 ASML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기존 기술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EUV 공정을 파운드리 사업에 적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이 단 자릿 수 나노미터 급 '선단공정'으로 넘어가면서 EUV 패터닝 장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ASML이 만드는 장비는 대당 1천500억 원 안팎으로 천문학적인 가격이지만, 연간 만들 수 있는 EUV 장비가 26대(지난해 기준)로 한정돼 있어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세계 파운드리 업체들이 장비를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성장을 위해 국내 화성, 평택 공장 외 미국 오스틴 공장에도 EUV 인프라 구축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EUV 시스템 물량 확보가 절실하다"며 "이 부회장이 ASML 본사에 방문한 것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내년에 ASML에서 공급받는 EUV 노광기 예약 대수가 10대 안팎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ASML은 지난 1984년 필립스와 'ASM인터내셔널'이란 회사가 합작해 만든 곳으로, 인수합병을 할 때도 노광장비 분야에만 집중하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특히 지난 2007년 반도체 최적화 솔루션 업체 브리온 인수는 노광장비 경쟁력 확보에 큰 영향을 줬다. 또 2013년에는 EUV 광원에 대한 독점기술을 갖고 있던 사이머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에 ASML의 영향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하다. 이를 바탕으로 ASML의 실적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118억 유로(약 15조2천700억 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매출은 39억6천만 유로(약 5조5천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2.5% 증가했다. 이는 컨센서스 대비 6.3% 상회한 수치다. 매출총이익률은 47.5%, 영업이익률은 30.7%, 순이익률은 26.8%를 달성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EUV 노광장비 매출이 기업 측의 예상보다 견조했다"며 "ASML이 상반기에는 13대, 3분기에 10대를 공급한 상태로, 연간 목표 35대를 달성하려면 12대의 출하 또는 매출 시현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데 계획대로 달성할 수 있을 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중국 등에서 반도체 산업 볼륨이 커지고 있는 데다 EUV 장비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 ASML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SK하이닉스, 미국 인텔도 현재 EUV 장비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내년 하반기 7나노 공정 기반의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위해,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D램 생산에 EUV 장비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업계에선 SK하이닉스와 인텔이 TSMC, 삼성전자보다 잠재적으로 훨씬 더 큰 고객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장비업계 1위는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지만, 장비업계 2위인 ASML의 파급력이 더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며 "AMAT와 달리 ASML이 공급하는 장비가 현재로서는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캐논 도키(Cannon Tokki)나 니콘(Nikon)도 EUV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에선 네덜란드 ASML을 따라오지 못한다"며 "ASML이 연간 만들 수 있는 EUV 장비가 한정적이어서 업체들의 물량 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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