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금융권에서 씬파일러(Thin Filer)는 그다지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금융 이력이 거의 없는 탓에 이들이 과연 제대로 돈을 상환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다. 금융사들이 이들에게 고금리를 매기는 이유다.
이런 씬파일러들이 제도권 금융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핀테크 회사가 있다. 금융거래 이력이 없더라도 휴대폰 요금만 꾸준히 냈다면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다. 출시 1년 만에 약 17만명이 선택했을 정도로 인기도 뜨겁다. 포용적 금융을 통해 혁신 가도를 달리고 있는 핀테크 플랫폼 핀크의 이야기다.
핀테크 기업 핀크가 15일 개최된 '아이뉴스24 소셜 D.N.A 혁신상' 시상식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은 권영탁 핀크 대표이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소셜D.N.A혁신상은 아이뉴스24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손잡고 제정한 시상식이다. 데이터(Data)·네트워크(Network)·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공공·민간의 혁신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해온 산·학·연·관의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격려하겠다는 취지다. 혁신, 안전, 포용, 협력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한다.
핀크는 지난 2016년 8월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손잡고 세운 핀테크 업체다. 정보통신 기술과 금융 공룡이 만난 만큼, 상승효과를 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올 8월 기준 약 700만명이 앱을 다운받았다. 가입자는 320만명이다. 이중 20~30대의 비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회사의 슬로건은 '뱅크 말고, 핀크'다. 굳이 은행 앱을 사용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핀크는 지난 2019년 12월 오픈 API를 통해 모든 은행 계좌 정보와 연결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핀크는 이번 시상식에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상인 '소셜DNA혁신상'을 받았다.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선 기업에게 주는 상이다. 그 배경엔 'T스코어'가 자리한다.
T스코어는 휴대폰 이용 정보를 바탕으로 한 비금융정보 신용평가 서비스다. 통신요금 납부 내역 등 휴대폰 이용 정보를 통신점수로 산출한 후, 기존의 신용점수와 합산하는 식으로 개인의 신용을 평가한다. 그간 휴대폰 요금만 잘 납부했다면, 보다 나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씬파일러들이 T스코어를 이용하면 최대 1% 가량 금리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핀크는 T스코어 연계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T스코어가 우수할 경우 0.1~1% 가량의 금리 할인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씬파일러란 금융이력이 부족해 금융기관과의 거래에서 고금리 등 불이익을 받는 이들을 말하는데, 주로 사회초년생이나 주부, 은퇴한 고령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이력부족자로 분류된 이들은 모두 1천271만5천748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용등급 대상자 4천673만2천3명 중 27.2%에 달한다. 성인 네 명 중 한 명은 씬파일러라는 뜻이다.
심사위원은 "핀크는 핀테크 분야의 혁신 서비스로 비금융 신용평가 시장을 개척했다"라며 "특히 씬파일러가 주를 이루는 금융소외 계층을 끌어안았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여도가 인정됐다"라고 밝혔다.
인기도 뜨겁다. 지난 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약 10개월 간 대출비교서비스의 누적 한도 조회 건수는 총 17만건이다. 올해 조회된 건수만 15만건에 달한다. 누적 승인 금액은 4조3천억원이다. 대출비교서비스 제휴사는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BNK경남은행 등 12곳이다. 핀크의 평소 철학대로 포용적 금융을 실천하니, 수익이 따라온 것이다.
핀크는 연내 20개 금융기관까지 제휴를 확대해 상품 포트폴리오를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까지 받게 되면 핀크 전용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권영탁 핀크 대표이사는 "수많은 핀테크 업체 중에 핀크가 이번 '소셜 DNA 혁신상'을 수상한 것은 너무나 큰 영광"이라며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핀크의 기본적인 서비스 철학인 포용적 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금융서비스에 소외 받는 고객이 없도록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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