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전날 공시를 통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지분 중 각각 8.22%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게 증여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증여하는 지분 가치는 지난 28일 종가 기준으로 이마트(14만1천500원)는 3천244억원, 신세계(20만8천500원)는 1천688억원에 달한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이 기존 10.34%에서 18.56%로,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지분이 10.34%에서 18.56%로 높아지며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마트·신세계, 하반기 주가 반등 가능성↑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증여를 이마트와 신세계 주가의 저점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규모 지분 증여에 따른 세금 부담을 고려할 때, 주가가 낮은 시점에서 증여가 이뤄져야 유리해 오너 일가의 시장에 대한 판단이 증여시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장사 주식 증여는 증여일로부터 60일 이전~60일 이후(총 120일) 종가의 평균으로 증여세를 결정하게 된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증여는 최근 수년간 가장 어려운 영업환경에서 단행돼 중장기 관점에서 주가가 더 하락할 요인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영업환경과 업체별 전략 수립에 따른 실제 실적개선이 관건이나 중장기 주가 저점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올해 양호한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매우 낮다. 이마트는 2분기 매출액 5조1천880억원에 47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중인 온라인 부문은 투자가 아직 진행중이고 오프라인 매장과 자회사가 고전하며 실적이 부진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 이마트의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는 SSG닷컴 등 온라인 음식료와 생필품으로 온라인 시장점유율이 상승하고 있고, 트레이더스와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매장도 소비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유통채널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노브랜드와 스타벅스 등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신세계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면세점 부진까지 더해져 2분기 48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올해 실적부진은 불기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럭셔리 소비 호조에 가장 잘 맞는 포트폴리오를 확보했고, 코로나 완화에 따른 백화점 사업의 점진적인 개선과 4분기부터 면세점 비용이 대폭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 주가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증여세 2천949억원…계열사 지분매각 가능성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증여세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상속세와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금액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 세율 50%가 매겨진다. 이를 28일 종가 기준으로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정 부회장은 1천622억원, 정 총괄사장은 844억원의 증여세를 내야한다.
여기에 최대주주 보유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상속·증여세의 과세 할증률이 20%다. 이를 적용하면 정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가치 3천244억원의 120%인 3천892억원에 해당하는 증여세 50%인 1천946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정 총괄사장의 경우 할증률을 반영하면 증여세가 1천1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증여금액 30억원 이상일 때 적용하는 누진공제액 4억6천만원을 빼면,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 남매가 내야하는 총 세액만 2천949억원에 이른다.
이에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증여세 재원 마련 방안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일부의 매각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해 12월 증여세 재원 마련 목적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4.2%(30만주)를 매각하기도 했다. 당시 매각대금은 주당 22만1천510원으로, 총 664억5천300만원이었다. 이번에 지분증여를 받으며 추가적인 지분 매각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총괄사장은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15.14%를 소유하고 있다. 신세계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율 45.8%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정 총괄사장 입장에서는 일부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신세계인터내셔날 경영권 걱정은 크지 않다.
정 부회장의 경우 광주신세계가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지분 52.1%를 가지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광주신세계를 증여세 재원으로 사용할 경우 매각처는 신세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신세계는 광주신세계 지분율이 10.4%에 이르고, 광주신세계 매출의 약 70%가 백화점 사업부문에서 나와 명분도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여세를 적게 내기 위해서는 주가가 낮은 상태에서 증여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마트와 신세계 모두 주가가 바닥을 벗어나 하반기 반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주식시장에서는 이번 증여를 실적과 주가 턴어라운드의 시그널로 인식할 가능성이 커 주가 상승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종성 기자 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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